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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이자 목회자, 그리고 <메시지> 등 베스트 셀러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유진 피터슨이 동성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가 논란에 휘말렸다
 신학자이자 목회자, 그리고 <메시지> 등 베스트 셀러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유진 피터슨이 동성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가 논란에 휘말렸다
ⓒ RNS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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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이자 목회자, 그리고 <메시지> 등 베스트셀러로 저자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유진 피터슨이 동성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가 논란에 휘말렸다. 발단은 미국의 비영리 종교전문 매체 비영리 종교전문 매체 'RNS(Religion News Service)' 12일자(현지시간)에 실린 인터뷰 기사였다.

인터뷰어인 조나단 메리트 기자는 피터슨이 동성결혼 및 성소수자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궁금해 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이렇게 밝혔다.

"동성결혼과 성소수자는 현대 교회에 가장 민감한 쟁점이다. 피터슨이 목회자는 물론 성도들에게도 심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그의 견해는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피터슨은 이에 대해 자신이 과거 협동 전도사(associate pastor)로 활동하던 당시 겪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피터슨에 따르면 음악 담당 목회자를 찾던 중 고등학교 교사이고 음악가였던 한 청년이 자신에게 와서 게이(남성 동성애자 – 글쓴이)임을 밝혔다는 것이다. 피터슨은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20년 전이면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난 나와 같이 신앙생활에 열심인 성소수자들과 알고 지낸다. 성소수자와 관련된 논의는 끝났다고 본다. 성소수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은 다른 교회로 갈 것이다. 우리는 변화의 중심에 있고 나는 이것이 최선, 그리고 최고를 향한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랑할만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옳고 그름을 따질 문제는 아니어 보인다."

이러자 메리트 기자는 "만약 목회사역을 한다고 가정하고, 당신 교회에 다니는 동성커플이 와서 주례를 부탁하면 수락할 것인가?"라고 물었고, 피터슨은 "그렇다"고 답했다.

피터슨의 발언은 크나 큰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 최대 기독교 서점인 라이프웨이 기독교서점(LifeWay Christian Stores)은 <메시지>를 비롯해 피터슨이 쓴 책들의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라이프웨이는 보수적 교단인 남침례교단 산하에 있는 미국 최대 기독교서점으로 연간 270만의 고객이 이곳을 찾는다.

우리나라에서도 피터슨의 발언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특히 극우 성향의 기독교 커뮤니티 '갓톡'은 "유진 피터슨과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의 신앙도서 분야 유명 작가라는 것이 통탄할 일이다. 이제는 이 사람의 정체를 알았으니 이 사람의 책들은 이제 모두 버리는 것이 낫겠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결혼은 오로지 남성과 여성 사이의 문제? 

논란을 의식한 듯 피터슨은 13일(현지시간) 미 유력신문인 <워싱턴포스트>지에 입장문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 입장문에서 "나는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 성경적 결혼관임을 분명히 한다. 난 모든 사안에서 성경적 견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피터슨의 입장변화가 말 바꾸기인지는 불분명하다. 그의 입장문에선 복잡한 심경이 읽힌다. 그는 도입부에 "29년 동안, 그리고 이후에도 동성혼 주례를 맡은 적이 없었고, 부탁받지도 않았다. 솔직히 이런 부탁이 없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이어 메리트 기자의 질문이 "만약 지금 목회사역 중이고, 만약 믿음 좋은 게이 커플이 주례를 요청해 온다면 하는 식의 가정법이었고, 목회자는 이 같은 가설에 탐닉할 만큼 호사스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피터슨과 인터뷰를 진행한 메리트 기자는 후속보도를 통해 피터슨이 2014년부터 동성결혼에 대한 시각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4년 피터슨이 웨스턴 세미나리(우리나라에서는 웨스턴 신학교로 잘 알려져 있다 - 글쓴이)에서 했던 강연 영상을 근거로 들었다. 피터슨은 이 영상에서 "자신의 교회에 두 명의 게이 성도가 있었는데, 한 명은 자살했고 한 명은 이혼해야 했다. 이로 인해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또 자신의 자식이 게이임을 알게 된 목회자 가정을 도왔던 일도 말했다.

메리트 기자는 그러면서도 "내가 아는 한 피터슨은 오랫동안 하느님께 복종하는 삶을 살아온 믿음의 사람"이라면서 "동성결혼에 대한 그의 견해는 그와, 그의 사역에 대한 나의 존경심과 아무 관련 없다"며 존중의사를 밝혔다.

피터슨의 입장문과 메리트 기자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피터슨이 물타기성 말바꾸기를 한 것 같지는 않다. 일단 피터슨은 성소수자를 혐오하거나 배척하지 않았다. 그 스스로 "게이들은 내가 섬겼던 다양한 교회, 대학 캠퍼스, 공동체에 있었다. 그들을 방문하고, 영혼을 보살피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설교한 일은 목회자로서 책임"이라고 고백했다.

그보다 존경 받는 신학자조차 동성결혼, 더 나아가 성소수자에 대한 신학적 입장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데서 이번 논란이 비롯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사실 세계 교회가 비슷한 문제로 고민을 거듭하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 비슷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교회의 주류인 보수 장로교단은 동성애를 죄악시한다. 동성결혼 역시 마찬가지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지난 7일 이 같은 입장을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반면 진보성향이 강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교단은 이 의제에 대해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보수 예장합동교단이 기장 교단에 속한 임보라 목사의 이단성을 심사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대해 기장 교단은 대책마련에 부심 중인데, 성소수자 의제에 신학적 입장을 분명히 정하지 못한 터라 난감한 처지다.

피터슨의 입장 변화는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피터슨이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이단'이라느니, 자신의 말에 논란이 일자 슬쩍 말을 바꾸었느니 하는 비판 모두 본질을 비켜간 것이다.

2015년 미국, 2017년 독일 등 주요 국가에서 동성혼을 법제화했고 앞으로 더 많은 나라들이 동성결혼 법제화에 나설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동성커플로는 처음으로 공개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김승환 부부가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한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런 와중이기에 성소수자-동성혼 의제를 두고 세계 교회는 갑론을박할 것이다.

유진 피터슨 발언 논란은 교회가 성소수자 의제를 지금보다 한 층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신학적 고민을 깊이 해야 함을 일깨우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동성애는 죄'라는 식의 보수적 접근을 고집하면 교회는 시대흐름에 뒤쳐질 것이 분명하다. 이 점에서 한국교회가 모범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아주 없지 않다.

덧붙이는 글 | 미주 한인매체 <미주 뉴스앤조이>에 동시 송고했습니다.



태그:#유진 피터슨, #동성결혼 합법화, #조나단 메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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