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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환이 3만 원대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했던 업체의 상품은 추가배송비가 추가되어 최종 가격은 5만 원대였다.
 화환이 3만 원대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했던 업체의 상품은 추가배송비가 추가되어 최종 가격은 5만 원대였다.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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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4일 오후 5시 21분]

"3단 화환 3만 O천, 3단 화환 3만 O천원!"
"전국 경조사 화환배달 5만 O천원!"

요즘 라디오나 케이블 방송을 켜면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광고가 있다. 바로 경조사 화환배달 광고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기본요금 10만 원으로 정해져 있던 경조사용 3단 화환이 3만 원대라니 도저히 믿기질 않는다.

실제로 3단 화환을 초저가에 배달한다고 광고하는 업체의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 봤다. 역시 3만 원대라고 광고했던 업체의 상품은 배송비를 제외한 가격. 서울과 광역시는 1만 원, 기타지역은 1만5천 원의 배송비가 추가되어 결국 최종 결제금액은 5만 원대였다.

또 5만 원대에 판매한다고 한 업체도 주요 도시를 제외한 지역은 1만 원에서 2만 원까지 추가 요금을 받고 있었다. 오히려 G마켓, 옥션, 인터파크 등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배송비까지 포함하여 5만 원 이하의 가격으로도 주문할 수 있었다. 결론은 어쨌거나 일반 화원에서 사지 않고 인터넷이나 전화로 주문 시 5~6만 원대면 충분히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10년 전의 절반 가격으로도 충분히 주문이 가능한 이 화환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달 초 실제로 오픈마켓을 통해 5만 원 이하의 가격에 경조사 화환을 주문해봤다. 배달장소와 시간을 지정하고 주문을 넣자, 몇 시간 후 배송 완료 문자와 함께 실제 배송했다는 화환의 실물(사진)이 도착했다.

배송완료후 문자메시지로 온 실제 화환사진.
 배송완료후 문자메시지로 온 실제 화환사진.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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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장례식장에 도착하여 확인하니 시중에서 10만 원은 거뜬히 줘야 주문이 가능한 정상적인 상품이 도착해있었다. 또 따른 화환을 배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인근 화원의 사장님을 만나 실정을 알아봤다. 이 관계자는 최근 대형업체들이 기형적인 가격에 화환을 배달한다는 대대적인 광고로 인해, 정상적인 영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불만부터 토로했다. 배달하는 상품은 주로 5만 원대에 주문받은 것들이 대부분이고, 간혹 매장에 오거나 전화로 주문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상 가격을 받기는 힘들다고 한다. 애초부터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국화가 최소한 70~80개는 필요하다"며 "꽃값 원가만 하더라도 3~4만 원이 넘는다"고 했다. 여기에 추가되는 조화, 장식물, 지지대 제작, 꽃받침, 리본 출력에 배달비용까지 합한다면 원가는 7만 원을 훌쩍 넘는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소비자가 5만 원대에 주문한다고 해도, 실제 배달하는 화원은 수수료를 빼고 손에 쥐는 돈이 고작 3만 원 선에 불과하다고 전한다. 요즘 꽃 배달 시장이 전문 꽃 배달 업체(홈페이지, 콜센터)→지역별 중개 업체→전국 계약화원→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 오픈마켓에서 주문한 3단화환의 최저가는 5만 원이 넘지 않았다.
 실제 오픈마켓에서 주문한 3단화환의 최저가는 5만 원이 넘지 않았다.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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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기존에 배달된 화환을 수거하여 재사용하느냐는 물음에는 "3만 원으로 화환을 새로 만들 방법은 없다"며 "아무래도 편법을 이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즉답은 피했다. 하지만 이미 업계에서는 회수한 화환에서 시들지 않은 꽃을 재활용하여 다시 화환에 사용하는 일이 관행으로 알려져 있다. 3만 원 남짓한 돈을 받고 새 꽃과 재료를 이용하여 화환을 새로 만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판례에 의하면 꽃을 재활용한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3월, 장례식장에서 사용된 근조화환을 수거한 뒤 재활용한 화환 도매업주들에게 법원은 무죄판결을 내렸다. 대전지법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화환 도매 업주 2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같은 혐의로 기소된 12명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했다. 이 화환 도매업자들은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이 놓고 간 근조화환에서 시든 국화꽃은 버리고, 싱싱한 꽃은 재사용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일반 소비자들이 재사용되어 만들어진 화환을 구별하는 것은 사실 어렵다. 하지만 상품 상세설명에는 최소한 '재활용'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명기해야 한다. 또, 광고내용에 추가배송비 여부까지 알려 소비자들의 선택 기회도 넓혀야 한다. 장례식장에서도 사용된 화환을 폐기하도록 독려하는 노력도 절실하다. 이것이 망자(亡者)들을 진정으로 추모하고 기리는 첫걸음이다.


태그:#꽃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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