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밴드 라디오헤드(톰 요크, 조니 그린우드)는 지난 20여 년간 장르의 벽을 부수고, 재조합하기를 반복한 대중음악의 혁신가다.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 역시 이들에 대해 끝없는 존경심을 표한 바 있다.

라디오헤드는 정치, 사회적인 이슈들 앞에 소신있는 행보를 보여온 밴드다.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는 공연을 펼쳤고, 얼마 전 별세한 중국 인권운동가 류 샤오보의 석방을 촉구한 적도 있다. 권력자들 역시 비판의 칼날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 6월에는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 "See you later Theresa, just shut the door on your way out(다음에 봐, 테레사. 나갈 때 문은 닫고 나가)"라는 멘트로 테레사 메이 총리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보이콧 거부, 논란의 중심에 서다

 본 노래가 수록된 라디오헤드의 3집 앨범 < OK COMPUTER >

라디오헤드의 3집 앨범 < OK COMPUTER > ⓒ Genius


2005년, 팔레스타인 시민 단체의 움직임으로부터 시작된 이스라엘 보이콧(BDS) 운동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BDS는 이스라엘이 국제법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권리를 준수할 때까지 이들에 대한 불매(Boycott), 투자회수(Divestment), 경제제재(Sanction)을 실천하는 운동이다. 많은 예술인들도 이 움직임에 함께 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의 모든 공연, 전시를 일절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라디오헤드가 입방아에 올랐다. 라디오헤드는 오는 19일, 이스라엘 텔 아비브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BDS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영화감독 켄 로치, 핑크 플로이드 출신의 로저 워터스, 소닉유스의 더스턴 무어 등 예술인들은 라디오헤드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19일 예정된 이스라엘 공연 취소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라디오헤드는 이스라엘 공연을 취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켄 로치는 지난 11일, <인디펜던트>지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라디오헤드는 억압받는 이들 편에 설 것인지, 억압자들의 편에 설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라디오헤드가 아파르트헤이트(과거 남아프리카 공화국 정권의 인종 분리 정책)를 지지하는 이들의 목소리만 들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톰 요크, "이스라엘 공연이 이스라엘 지지 의미하지 않아"

여론이 시끄러워지자, 톰 요크는 트위터를 통해 "한 국가에서 공연한다고 그 국가의 정부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지만 미국에서 공연을 한다"라며 반박문을 올렸다. 그리고 "음악과 예술, 학문은 국경을 짓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뛰어 넘는 것이다. 또한 인간성과 대화, 표현의 자유를 나누는 것이다" 라는 견해를 덧붙였다. 켄 로치의 이분법적 논리에 반대하고, BDS 운동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실히 한 것이다. 톰 요크의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텔 아비브 공연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듯 하다.

최근 < OK Computer >라는 20주년 기념반을 발표한 라디오헤드는 정력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2000년 이후, 17년 만에 이스라엘 공연을 앞두고 있는 라디오헤드가 온전히 공연을 마칠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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