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축구의 강자이자 유럽 축구의 거인인 AC 밀란이 서서히 긴 잠에서 깰 준비를 하고 있다.

AC 밀란이 유럽 축구 정상에 오른 지도 이제 10년이 지났다. AC 밀란은 10년 전이었던 2006-2007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반짝 우승이 아니었다. 강산이 변하기 전 AC 밀란은 유벤투스, 인터 밀란과 함께 이탈리아 축구를 주름잡던 팀이었다.

밀란의 실력은 이탈리아 무대에서만 통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탈리아 세리아A에서도 강했지만 유럽 무대에서는 더욱 뛰어났다. 2001년부터 감독으로 부임한 카를로 안첼로티가 팀을 지휘한 8시즌 동안 밀란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세 번이나 진출해 두 번의 우승컵을 가져왔다.

안첼로티 감독의 탁월한 전술과 팀 운영에 화려한 선수단이 만난 AC 밀란은 강력했다. 카카는 경이로운 속도와 드리블로 수비진을 허물었고, 안드레아 피를로는 우아한 볼 터치로 밀란의 품격을 높였다. 실력과 역사를 모두 갖춘 AC 밀란은 승승장구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밀란의 영광은 생각보다 급격하게 암흑기로 들어섰다. 과거의 영광에 기댄 선수단 구성은 활력이 부족했다. 결정적으로 2011-2012 시즌 종료 후 공수의 핵인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티아고 실바가 파리 생제르망으로 떠났다. 두 선수의 능력에 많은 것을 기댔던 밀란은 그들의 이적으로 급격하게 침몰하기 시작했다.

팀을 받치던 노장들도 차례대로 은퇴 혹은 이적을 선택했고, 이적 시장에서도 지지부진했다. 이탈리아 대부분 팀들이 그렇듯 밀란도 다른 유럽 빅클럽들의 자본력에 가차없이 선수를 빼앗겼다. 어느덧 밀란은 세리아A에서 '그저 그런 팀'이 되어가고 있었다.

활발함을 찾은 이적 시장

근래의 AC 밀란의 부진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역시 선수단 구성이다. 10년 전 밀란은 앞서 언급한 카카와 피를로를 비롯해 전 포지션에 '월드클래스' 선수를 보유한 스타군단이었다.

이탈리아 총리이자 AC 밀란의 구단주였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전폭적인 지지가 질 높은 스쿼드 유지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갈수록 베를루스코니는 이전처럼 밀란에게 지원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그 결과 팀이 급격하게 무너지게 된 것이다.

무너지던 밀란은 올 4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바로 중국 자본의 유입이다. 중국의 시노-유럽 스포츠그룹 컨소시엄이 7억4000만 유로(한화 약 8895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해 밀란의 지분 99.9%를 사들였다.

거대한 중국 자본의 투입으로 총알(이적 자금)을 두둑히 확보한 밀란은 곧바로 다가올 시즌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벌써 다수의 선수를 영입에 성공해 그동안 얼마나 선수 영입에 갈망을 느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광의 재현'이 목표인 만큼 로쏘네리(밀란의 애칭)에 새롭게 합류하는 인물들의 이름값은 꽤나 무겁다. 먼저 스페인 비야 레알의 핵심 수비수 마테오 무사치오를 데려오는 것을 시작으로 볼프스브르크의 왼쪽 풀백 리카르도 로드리게스와 지난 시즌 뛰어난 공격력을 보여준 아탈란타의 오른쪽 풀백 안드레아 콘티도 품에 안았다. 그리고 이적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잔루이지 돈나룸마 골키퍼와의 재계약도 체결했다.

미드필드 진에서는 지난 시즌 아탈란타 돌풍의 핵심이었던 프랑크 케시에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왕성한 활동량이 주무기인 케시에는 중앙 수비수를 소화 할 수 있을 정도로 수비력이 상당한 선수다. 단단한 수비력에 지난 시즌 리그에서만 6골 4도움을 기록할 정도로 공격력도 갖춘 선수다. 밀란의 새로운 엔진으로서 충분히 활약할 만한 능력을 가진 선수다.

공격진에는 프리킥 스페셜 리스트 하칸 찰하노글루와 파비오 보리니를 더했다. 또한 올 여름 컨페더레이션스컵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준 FC 포르투의 안드레 실바를 데려왔다. 보리니 정도를 제외하고는 지난 시즌 각자의 소속팀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선수를 다수 영입한 밀란이다. 이름값에 연연하며 이적 시장을 보내던 과거와 다르게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를 불러들이면서 팀을 새롭게 개편하고 있는 밀란이다.

이번에 새롭게 밀란 땅을 밟게 될 선수들의 가장 큰 특징은 '젊음'이다. 이적생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가 1990년생(만 27세)의 무사치오일 정도다. 젊으면서도 유럽 무대에서 어느 정도 실력을 검증 받은 선수가 이제 밀란을 스쿼드를 구성하게 됐다. 이미 주전급 선수들의 나이도 어린 밀란은 이제 '노인정'이란 타이틀을 벗어 던지게 됐다.

밀란이 잊지 말아야 할 리버풀의 실패

밀란은 현재 유럽 내에서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부진했던 이적 시장에서의 행보를 감안해 보면 긍정적인 흐름이라 평가할 만 하다. 하지만 오랜 기간 팀의 부진을 지켜봤던 밀란의 팬들을 비롯해 일반 축구 팬들이 판단하기에도 밀란의 부활을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공산이 크다.

현재 밀란의 스쿼드는 상당히 미래 지향적인 선수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적생과 팀의 주축이 될 선수들 모두 20대 중반의 선수들이다. 젊음을 기치로 한 매력적인 축구는 가능하겠지만 팀의 안정감은 떨어져 보인다. 소위 말하는 '월드클래스'급 선수가 팀에 없는 것이 밀란의 냉정한 현실이다.

또한 다수의 이적생이 팀의 중추로 곧장 활용되어야 하는 점도 문제다. 이적생이 새로운 클럽과 리그에 가서 이전에 보여줬던 실력을 그대로 기대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매년 많은 이적생들이 큰 기대를 받고 새롭게 팀에 합류하지만 적응에 실패해 쓸쓸히 팀을 떠나는 선수가 속출하는 모습은 굉장히 빈번하게 축구계에서 발생한다.

새로운 희망과 불안정성이 공존하는 밀란이 이번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리버풀의 과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치 밀란이 그랬던 것처럼 리버풀도 2006-2007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이후 꾸준하게 하락세를 겪었다.

부진의 늪을 탈출하기 위해 리버풀은 현재 밀란의 이적 행보와 비슷하게 다수의 수준급 선수를 영입하는 데 열을 올렸다. 젊고 유망한 선수 혹은 나이가 있더라고 직전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들을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모셔왔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2013-2014 시즌 루이스 수아레즈의 놀라운 퍼포먼스로 리그 준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시즌은 실망스러웠다. 조 앨런, 마마두 사코, 리키 램버트, 마리오 발로텔리 등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모두 팀을 떠났다. 3년 간 2억 1100만 파운드(한화 약 3650억 원)을 지출하는 공격적인 이적 시장에도 불구하고 팀에 남아서 활약 중인 선수는 현재 필리페 쿠티뉴, 아담 랄라나, 엠레 찬 정도다.

빅클럽에서 검증되지 않은 선수들이 빅클럽인 리버풀에 갑자기 모이자 힘은 오히려 반감이 됐다. 수아레즈의 대포와 같은 공격력은 여러 명의 소총수로 메워지지 않았다. 리버풀이 상상했던 B급 선수 여럿으로 A급 선수 한 명을 대체하는 것은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때문에 근래의 리버풀과 비슷한 이적 시장 행보를 보내는 밀란 입장에서는 반드시 '리버풀의 실패'를 교훈 삼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밀란은 다수의 선수를 영입하는데 거액의 이적료를 사용했음에도 이적을 멈추려 하지 않고 있다. 목표는 가봉의 스트라이커 피에르 오바메양이다.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 도르트문트의 오베메양은 밀란 공격진의 무게감을 단번에 향상시킬 '월드클래스' 공격수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다른 자본도 오바메양의 영입을 노리고 있는 점은 큰 변수다.

다가오는 시즌은 유럽 축구를 주름잡던 AC 밀란이 다시 최고의 자리에 복귀할 수 있을지 여부가 어느 정도 판가름 나는 중요한 시즌이다. 지난 10년 간의 부진 속에서도 아직도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 2위팀(7회 우승)이란 칭호를 가지고 있는 밀란. 밀란의 역사에 2017-2018 시즌이 부활의 신호탄 혹은 부진의 연속 중 어떤 결과로 기록될 지 팬들의 궁금증이 벌써부터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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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 밀란 부활 이적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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