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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유일무이, 대한민국에서만 운영되는 특별한 농장이 있습니다. 특별한 농장으로 떠나는 특별한 견학이 시작됐는데요. 농장의 위치를 차량 내비게이션에 설정하고 달리는데…. 가도 가도 나오는 것은 논밭뿐. 이 길이 맞나?

그러던 중 눈앞에 나타난 곳은 개.농.장!  여길 봐도, 저길 봐도 개가 천지, 개만 키운다는 개농장이었습니다. 개농장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찾을 수 있는 농장이라고 하는데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그동안 전국 개농장 현장 조사를 진행해 온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서 대한민국 개농장의 특징을 정리해봤습니다.

[특징 ①] 최소 공간, 최대 효율!

 평생 이 좁은 공간에 갇혀 먹고 싸는 일밖에 못하는 개들
 평생 이 좁은 공간에 갇혀 먹고 싸는 일밖에 못하는 개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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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은 공간에 오랫동안 갇혀있다보면 정형 행동을 하거나 스트레스로 공격성이 높아지며 위험한 상태가 됩니다.
 좁은 공간에 오랫동안 갇혀있다보면 정형 행동을 하거나 스트레스로 공격성이 높아지며 위험한 상태가 됩니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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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인 것을 참 좋아하는 대한민국. 개농장에 가면 제일 놀라는 것이 이보다 더 좁을 수 없다는 것!

극단적으로 경제적인 넓이의 우리입니다. 개가 한 바퀴 돌 수도 없을 정도로 비좁은 공간은 기본, 한 우리에 서너 마리를 욱여넣어 서로 싸우거나 상해를 입는 경우도 흔하게 보는데요.

쪽방을 넘어 고문에 가까운 협소한 공간. 개들은 괜찮은 걸까요? 이렇게 좁은 공간에 개들이 갇혀있다 보면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적 외상을 입어 정형행동이나 자해를 하고 공격성이 강해지게 돼 위험한 상태가 된다고 동물보호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지적합니다.

[특징 ②] 음식물 쓰레기!

 새끼들에게도 예외없이 음식물쓰레기가 먹이로 지급된다.
 새끼들에게도 예외없이 음식물쓰레기가 먹이로 지급된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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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개농장의 99%는 개들에게 사료가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음식물 쓰레기'란 우리가 음식을 먹다가 남긴 부산물 정도가 아니라 담배꽁초, 물티슈, 이쑤시개 등 오물이 제거되지 않은 '음식물 폐기물'을 말합니다. 살아있는 생명체한테는 먹일 수 없을 것 같은 '음식물 쓰레기', 일명 '음쓰'는 큰 개나 작은 개나 가리지 않고, 이제 막 출산을 마친 어미 개와 새끼에게까지 차별 없이 지급되고 있었습니다.

개농장 한쪽에 있는 통에는 '음쓰'가 유통기한, 보존방법 따위는 무시하고 한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곰팡이 범벅의 '음쓰'와 함께 썩은 물까지…. 대부분의 개농장에서는 관리상 번거로운 점을 내세워 개에게 따로 물 자체를 안 주는 경우도 많다는데요. 짜디짠 '음쓰'를 먹이면서 물을 안 주다니. 맵고 짠 떡볶이를 먹이고 아무 음료도 안 주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 '음쓰'가 돈을 주고 사 오는 것이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을 받고 가져온다는 사실! 개농장주 입장에서는 돈을 받고 음식물 쓰레기를 가져와서 개에게 먹이니 일거양득이겠죠.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공장식 '식용개' 농장이 존재해온 배경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꼽았습니다. 수백 마리, 많게는 수천 마리씩 집단 사육하는 개농장에서 사룟값 걱정할 필요 없이 음식물 쓰레기를 가져와 뿌리기만 하면 됐던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개 먹이인 음식물 쓰레기를 가져오면서 한 번, 도살 후 개고기를 팔아서 또 한 번, 총 2단계에 걸쳐 돈을 벌어온 셈입니다.

음식물 쓰레기와 개농장의 관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사실 음식물 쓰레기의 발생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한 환경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선진국 대부분이 종량제로 음식쓰레기 줄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고, 그럼에도 발생한 쓰레기의 경우에는 재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그중 가장 잘 이뤄지고 있는 재활용 방법은 음식물 쓰레기를 이용한 바이오가스 생산입니다. 독일 뮌헨 시에서는 현재 연간 5만 7천 톤의 음식쓰레기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해 뮌헨시의 1천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발생하는 연간 500만 톤의 음식물 쓰레기는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매립과 소각 방법으로 처리됩니다. 재활용 방안으로는 퇴비화와 동물 사료화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환경부의 음식물 쓰레기 폐기 방식이 사료화에 기대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지만, 더 충격적인 게 따로 있습니다. 개농장에 폐기물 관리에 관한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해 사실상 아무런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음식 폐기물은 허가받은 재활용 업체가 사료 관리법의 기준을 준수하며 멸균, 살모넬라·잔류 셀레늄 함량 등의 검사를 거쳐 사료로 공급해야 합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음식폐기물 재활용 사료화 업체 83곳이 허가를 받고 운영 중입니다.

폐기물 1톤당 10만 원 상당의 처리 비용이 재활용 사료 생산 업소에 지급되며, 허가 업소는 재활용 불가능한 폐기물의 처리시설을 갖춘 후 처리 허가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해 2차적 환경오염을 막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산된 습식 또는 건식 사료가 동물에게 급여하기 적절한 품질인지는 별도의 문제지만, 어쨌든 이것이 적법한 음식쓰레기의 사료화 과정입니다.  
그러나 환경부는 개농장에서 원한다면 음식쓰레기처리업을 할 수 있도록 신고 허가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영리를 위한 개농장 운영을 '자가 사육하는 가축에는 먹이는 경우'로 임의·확대 해석하는 데 이어, 사료관리법상 점검 기준이 있는데도 전혀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채 개농장에 무차별 폐기물 관리 권한을 부여한 것입니다. 사실상 개농장에서 마음껏 개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먹일 수 있도록 방조해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특징 ③] 오물을 안 치워도 '프리패스'?

 전국 개농장 통계
 전국 개농장 통계
ⓒ 이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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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농장을 방문하면 드물지 않게 만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똥산'입니다. 똥이 쌓이고 쌓이다 못해 산을 이룬 건데요. 어떤 곳에서는 땅에서 석유를 배출하는 것처럼, 똥독이 오르다 못해 새까맣게 오염된 땅을 보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개농장의 특징, 참 쉽죠? 현재 정식 신고된 개농장은 전국에 3000여 개. 이같이 불결한 환경에서 고통받다가 도살되는 개는 연간 최소 100만 마리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국회에서 지난 3월 21일 '동물보호법'이 개정돼 유기견 보호 측면에서는 우리 사회가 진일보했지만, 최소 100만 마리로 추산되는 개농장의 개들에 대한 논의는 배제된 상황입니다.

이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서는 개농장에서도 동물보호법에 의거해 적절하게 사육할 것을 촉구하며, 대부분의 개농장에서 행하는 음식물 쓰레기 급여 중지를 요구합니다. 아울러 세계에서 유일한 공장식 '식용개' 농장의 조속한 폐쇄와 개식용 금지, 제대로 된 반려동물 보호정책 시행을 위한 기반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개농장-보신탕 문화'라는 연결 고리의 끝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생명이 있습니다. 개농장, 그 안에서 괴로워하는 수백만 마리의 개들. 그래도 괜찮은 생명체는 없습니다. 비극을 이제는 멈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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