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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칭 '교통 오타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가 연재합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 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그런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정안휴게소에 늘어선 고속버스 고속버스 기사들의 휴식권, 나아가 모든 기사들의 휴식권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진 적이 많지 않았다.
▲ 정안휴게소에 늘어선 고속버스 고속버스 기사들의 휴식권, 나아가 모든 기사들의 휴식권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진 적이 많지 않았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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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9일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일대에서 급작스럽게 사고가 났고, 정체가 이어졌다. 단순한 접촉사고나 추돌사고라고 생각했던 시민들은 이후 보도된 현장 사진과 블랙박스 영상을 접한 뒤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잭나이프가 열리듯 들린 버스 아래에 승용차 한 대가 종이처럼 구겨져 들어가 있었다. 승용차에 타고 있던 부부는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다.

한 차례 논란이 일고 끝날 줄로만 알았던 이 사고는 지난 2일, 하룻동안 그것과 비슷한 사고가 두 건이나 일어나면서 재조명되었다. 천안-논산고속도로 정안휴게소 인근에서 고속버스가 8중 추돌사고를 내 두 명이 사망했고,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 인근에서도 고속버스가 앞차를 들이받아, 버스기사가 사망했다.

두 달 간 무려 다섯 명의 소중한 인명을 앗아간 사고의 공통점은 바로 버스가 먼저 다른 버스나 차량을 추돌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안의 또 다른 공통원인은, 버스 기사가 과중한 노동강도로 인해 졸음운전을 함으로써 상황변화를 감지하지 못해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는 점이다.

지켜지지 못하는 '졸리면 제발 쉬어가세요!'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 기사들이 쓰는 방법은 그야말로 '눈물이 날 지경'이다. 허벅지를 꼬집거나 손톱 안 살을 누르는 것은 예사다. 물파스를 목 뒤에 바르거나 얼음을 씹기도 한다. 5만원권 지폐를 든 손을 창 밖으로 내밀고 달리는 경우도 있다. 특히 고속버스의 경우 산소 순환이 잘 되지 않아 기사들이 졸음에 빠지기 쉬워 이런 극도의 방법을 쓰는 경우가 많다.

졸음운전의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의 눈에 띄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걸어놓고 붙여놓는 해결방안, '졸리면 쉬어가기'이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휴게소는 물론 졸음쉼터도 설치했다. 하지만 개인운전자나 화물운전자만이 가능한 해결방안이다. 수많은 탑승객들의 정시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고속버스나 노선버스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또 다른 해결책이 있다. 졸음이 오지 않게 충분한 휴식시간을 주면 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다. 지난 7월 사고야 시내버스만을 운영해왔던 업체였으니, 영세업체였으니 그랬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2일 난 사고는 각각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운영하는 고속버스였다. 업무 과중으로 발생하는 졸음운전은 대기업, 중견기업, 영세기업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문제인 셈이다.

버스 운행의 가장 최적조건은 대구광역시처럼 2교대 근무제를 채택하는 것이다. 주 5일제 근무를 하기도 좋고, 적절한 노동강도와 일정한 수면시간이 보장되어 비교적 기사들의 컨디션이 좋다. 하지만 법적으로 그러한 매뉴얼이 마련되지 않은데다가 버스기사는 '무제한 노동' 허가 대상이기도 하다. '악덕업체'는 한둘이 아니고, 법적으로 막을 근거가 없다. 사고가 나지 않을 수 없는 행태이다.

숱한 경고 무시한 결과 소중한 인명을 잃었다

영동 고속도 추돌사고 지난 17일 오후 5시 54분께 강원 평창군 용평면 봉평터널 입구 인천방면 180㎞ 지점에서 관광버스와 승용차 5대가 잇따라 추돌해 관광버스가 심하게 부서져 있다.
▲ 영동 고속도 추돌사고 2016년 7월 17일 오후 5시 54분께 강원 평창군 용평면 봉평터널 입구 인천방면 180㎞ 지점에서 관광버스와 승용차 5대가 잇따라 추돌해 관광버스가 심하게 부서져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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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많은 사고들이 여러 '경고'를 남겼다. 첫 경고는 2016년 7월에 있었다.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 전세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으로 네 명이 사망했다. 운전기사는 사고 전날 차에서 잠을 잤다고 했을 정도로 노동환경은 열악했다. 하지만 이들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여론은 기사만을 비난하는 분위기였다. 제도적, 사회적 장치는 바뀌지 않았다.

결국 4명이 사망했음에도 봉평터널 사고의 교훈은 우리 사회에 각인되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7월 만남의 광장에서 다시 상기되었다. 21시간을 내리 운행하고도 다음 날 운전대를 잡아야만 했던 기사는 결국 사고를 냈다. 두 명이 사망했다. 운전기사를 구속하고, 사고가 난 업체를 압수수색한 것을 빼면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다. 단지 선진국에 장착된 자동충돌방지장치를 내년까지 모두 부착하겠다는 계획만 나왔을 뿐이다.

계속되는 사고에 안일하게 대처하면서 다시 2일 세 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23년 무사고 기사는 회사가 보내준 해외여행을 다녀온 다음 날 여독을 풀 새 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한 기사는 규정된 근무일정을 넘겨 운행을 했다. 결국 한 기사는 앞 차량을 추돌해 사망했고, 23년 무사고 기사는 앞에 가던 승용차를 들이받아 두 명을 사망케 했다.

일본의 사례와 대조되는 것은 이런 대형 사고가 줄줄이 터지는데도 정부가 '전면적 조사'를 벌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6년 15명이 사망한 나가노 버스 사고 이후 과학적, 통계적인 표본조사를 통해 제도를 만들었고 현재는 버스 운행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1억 엔의 벌금을 물게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일 사고 이후에서야 올해말로 앞당겨서 안전장치를 장착하겠다고 밝혔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의 모습 고속버스에 비해 시외버스, 완행버스의 경우 더욱 열악한 근무조건을 지니고 있다. 고속버스에 비해 돌발상황이 많고, 승객이 적어 인력난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 마산시외버스터미널의 모습 고속버스에 비해 시외버스, 완행버스의 경우 더욱 열악한 근무조건을 지니고 있다. 고속버스에 비해 돌발상황이 많고, 승객이 적어 인력난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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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일 사고 이후 올해까지로 도입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던 안전장치는 독일, 일본 등에서는 부착이 의무화된 전방충돌경고장치(FCWS)와 차로이탈경고장치(LDWS)다. 이마저도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있는데다가 운전기사가 극심한 피로로 인해 정신을 잃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비상자동제동장치(AEBS)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자동제동장치 가격은 2000만 원인데 정부 지원금이 250만원에 불과해 현실적으로 설치가 쉽지 않다. 하지만 봉평터널 사고 즉시 대당 설치비가 50만 원에 불과한 '경고장치'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설치했다면, 그 이후에 벌어진 사고들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기대 섞인 바람을 가져본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들 장비가 사고율을 낮출 뿐이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버스기사들의 노동강도를 낮추지 않고 지금같은 운행 행태를 지속한다면, 장비를 단다고 해도 사고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 버스기사에 대한 휴식보장, 그리고 노동강도 완화 없는 '경고장치' 장착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제도적인 '칼'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다시 기억해야 될 비례식 '1 : 29 : 300'

1년이 지나도록 '제도적인 칼'은 들지도 못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 후 '사고가 나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냉소가 승객을 싣고 다니는 운송수단이자, 서민 교통수단인 버스에서 현실이 된 것이다. 모든 운송업체를 대상으로 노동강도 등에 대해 심층조사 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을 제대로 도려내지 않는다면 또 반복될 수도, 훨씬 큰 사고로 발현될 수 있다.

1년 전 잦은 철도사고와 관련된 기사에서(관련기사: '철도는 안전 종결자'? 구호만 외치면 뭐하나) '하인리히의 법칙'에 대해 언급했었다. 지금의 상황에 다시 하인리히의 법칙을 대입한다. 대형사고 한 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300건의 사소한 문제와 29건의 작은 사고가 일어난다는 법칙이다. 확실한 것은 지금 사건은 '한 건의 대형사고'임과 동시에 '29건의 작은 사고'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 큰 사고가 일어나 많은 인명을 잃기 전에 지금이라도 빨리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단순한 '경보장치' 추가만으로는 이런 사고를 막을 수 없다. 사고에 대한 심층조사 없이 운전기사를 징역 보내는 현행 체제로는 기사들의 사기를 꺾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탁상공론의 제도 하나만을 만드는 것은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정부가 제대로된 칼을 들었으면 한다. 모든 운수업체를 대상으로 기사의 휴식은 보장되었는지, 운행에서의 문제는 없는지 전수조사 하기를 바란다. 사람을 덜 뽑기 위해 기사를 2교대로, 다시 전일제로 돌린 케이스는 없는지 살피기를 바란다. 고속도로에서 뒤따라 오는 버스를 백미러로 보고도 공포에 떨지 않는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


대중교통 기사도 쓰고, 교통 칼럼도 날리고, '능력자' 청소년들과 인터뷰도 하는, 그러면서도 '라디오 고정 게스트' 한 번 서고 싶어하는 대딩 시민기자이자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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