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나이티드는 독일 레버쿠젠 소속의 류승우가 3년 7개월 만에 '친정팀' 제주로 복귀한다고 지난 11일 전했다. 사진은 3년 7개월 만에 제주 복귀하는 류승우. [제주유나이티드 제공=연합뉴스]

제주 유나이티드는 독일 레버쿠젠 소속의 류승우가 3년 7개월 만에 '친정팀' 제주로 복귀한다고 지난 11일 전했다. 사진은 3년 7개월 만에 제주 복귀하는 류승우. [제주유나이티드 제공=연합뉴스] ⓒ 연합뉴스


유럽무대에서 활약하던 미드필더 류승우가 친정팀 제주유나이티드로 돌아왔다. 제주는 지난 11일 류승우의 영입을 발표했다. 세부적인 계약 사항은 선수와 합의 하에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승우는 중앙대 재학 시절이던 지난 2013년 8월 터키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이광종호'의 핵심멤버로 2골을 터트리며 한국의 8강 진출을 견인하여 축구팬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2013년 제주에 입단한 류승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월드컵의 활약을 눈여겨본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레버쿠젠으로 임대됐고 이듬해 완전 이적했다.

하지만 유럽무대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한 레버쿠젠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류승우는 2부리그에서 임대 생활을 통해 경험을 쌓았다. 아인트라흐트 브라운슈바이크(2014~2015)와 아르미니아 빌레펠트(2015~2016)를 거쳐 2016/2017시즌에는 헝가리 1부리그 페렌츠바로시에서도 임대 이적하며 출전시간 대비로는 나쁘지 않은 활약을 선보였다.

류승우는 소속팀의 생존 경쟁에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서도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016 리우 올림픽 대표팀에 다시 발탁되어 좋은 활약을 보였다. 본선에서는 3골 3도움을 기록하며 신태용호의 8강 진출을 견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무대에서 계속된 임대생활 속에 지난 3월에는 어깨 부상으로 수술대까지 오르며 거취가 불투명해졌다. 어느덧 20대 중반을 향해가는 류승우가 국내 및 아시아리그로 돌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여러 번 제기된 바 있다.

K리그행은 류승우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김보경(가시와 레이솔), 이동국, 김진수(이상 전북)처럼 유럽무대에서 어려움을 겪다가 K리그로 돌아와서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 선배들의 사례도 있다. 중국, 중동 등지에서 활약하던 해외파들이 최근 K리그로 돌아오는 추세다. 설사 해외무대에서 고전하다가 돌아왔다고 해서 실패라고 치부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해외무대를 경험했다는 것으로도 선수에게는 큰 자산인 셈이다.

다만 한창 뛰어야 할 시기의 류승우같은 선수에게는 언제까지 불확실한 입지의 유럽 하부리그에서 머물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언어와 문화가 통하고 심리적으로 편안한 국내 환경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성장을 위해서 더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전혀 새로운 무대' K리그, 만만할 것이라는 보장 없어

하지만 류승우에게는 K리그도 전혀 새로운 무대라는 것은 마찬가지다. K리그에서는 어쨌든 처음 뛰어보는 류승우에게 국내 무대라고 해서 유럽보다 만만할 것이라는 보장은 결코 없다.

류승우에게 제주는 명목상 친정팀이지만 정작 한 경기도 정식으로 뛰어본 적은 없다. 신인드래프트로 제주와 입단 계약을 맺은 지 3일만에 레버쿠젠으로 다시 임대 뒤 완전 이적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류승우는 편법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당시 K리그 드래프트 규정상(14조 6항) 드래프트를 거치지 않고 해외로 이적한 선수의 국내무대 복귀를 5년 동안 금지하고 있었다. 류승우가 일단 제주를 통하여 규정을 악용하여 사실상 '우회 이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인드래프트 직후 류승우가 제주 유니폼을 입고 "해외이적에는 부족함이 있어 제주를 선택하게 됐다"던 발언도 거짓말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제주나 K리그 팬들 중에서는 지금도 류승우의 행보를 그리 곱게 보지않는 이들도 적지않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류승우만 비난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적지않다. 당시 갓 스무 살의 어린 선수에게 해외에 진출했다는 이유만으로 국내무대 복귀 5년 금지라는 규제를 감수하라는 것자체가 가혹한 면이 있다. 현재 드래프트제도도 폐지된 상태다. 섣부른 해외이적으로 인한 위험도는 누구보다 선수 본인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가장 크다.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수원 염기훈(왼쪽)과 제주 정운이 헤딩 다툼을 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수원 염기훈(왼쪽)과 제주 정운이 헤딩 다툼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주도 류승우를 레버쿠젠으로 보낼 당시 금전적인 수익(이적료)를 챙겼고 당시에는 어렸던 선수 본인도 이제는 경험을 쌓아 당당한 즉시전력감으로 돌아왔으니 크게 손해를 본 선택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유럽무대에서 불안한 입지로 방황하던 류승우에게도 제주라는 친정팀이 K리그 복귀 결정을 내릴수 있었던 안전판이 된 셈이다.

현재 K리그 클래식 6위에 올라있는 제주는 지난 6월 중국에서 활약하던 윤빛가람에 이어 또다른 해외파 류승우까지 복귀하며 다시 한 번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최전방과 2선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수 있는 류승우의 가세는 제주의 빠르고 폭발적인 역습 축구에 날개를 더해줄 수 있을 전망이다. 류승우에게 K리그 복귀 결정이 과연 신의 한 수가 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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