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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오후(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 시내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만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오후(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 시내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만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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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과 7월 초의 국제 외교가는 매우 분주했다. 한국·미국·중국·러시아·일본 지도자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워싱턴과 G20에서 서로 만났다. 그중 북한 미사일과 관련한 이슈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중국의 시진핑은 미국의 트럼프와 두 번을 만나면서 두 번 모두 트럼프에게 '중국은 대한민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걸 반대하고, 미국의 독단적인 북한 제재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단호하게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 4일 발사한 북한 미사일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라 IRBM(중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하면서 UN의 북한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 채택을 부결시켰다. 중국·러시아는 '북한은 핵을 동결하고 미국은 군사훈련을 중단한다'는 일괄타결안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 기간 무엇을 얻었을까. 눈여겨볼 대목은 지난 6일 발표된 한·미·일 공동성명이다. 한·미·일 3국 정상은 "북한이 태도를 바꾸어 도발적이고 위협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대화로 복귀하게 최대한의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해 나가도록 협력하기로 약속했다"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이 공동성명에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아쉬운 대목이 있다. 미국·중국·러시아 등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강력한 주장을 펼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필자가 대통령이었다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1년만이라도 유예(Moratorium)해달라, 그러면 내가 평양에 가서 김정은과 담판을 짓고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 이렇게 해서 우리 모두가 한반도에서 평화를 달성해보자"라면서 트럼프를 비롯한 G20 정상들의 협조를 구했을 것이다.

'여건 되면 김정은 만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 가능성 멀어지나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현지시간) 구 베를린 시청 베어 홀에서 쾨르버 재단 초청으로 한반도 평화구축과 남북관계, 통일 등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현지시간) 구 베를린 시청 베어 홀에서 쾨르버 재단 초청으로 한반도 평화구축과 남북관계, 통일 등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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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전 '여건이 되면 북한 김정은을 만나겠다' 등의 발언을 했다. 그런데, 최근 행보만 보면 이 약속의 실현 가능성이 멀어지는 듯하다. 물론 매우 구체적인 남북관계 구상까지 외교 석상에서 나올 수는 없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큰 프레임을 제시하고 협력을 구하는 게 필요했다고 본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행동은 평양 방문이나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역행했다. "최대한의 압박을 지속"하겠다고 말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있고 나서는 B-1B 폭격기를 띄우는 등 '군사적 행위'도 실시했다. 물론 과거와 다르게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의 성격이었지만, 그 대응이 남북 평화 조성에 이바지하지는 않아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일련의 행위들이 남북 관계를 예측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미 북한이 평창 올림픽 참여에 부정적이라는 견해를 내놨고, B-1B 출격 이후에는 '군사적 도발'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제 구체적으로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행동을 살펴보자. 그리고 이런 일련의 행위들이 새로운 남북관계 설정이 도움이 될지, 아니면 부정적인 요소로 작동할지 따져보자.

[긍정적인 이야기들]

1. 10.4 선언, 6.15 선언 등이 일회성에 끝이지 않고 정책으로 계속되도록 법제화하겠다.
2. 북한을 붕괴시키거나, 정권을 교체하거나, 흡수통일을 할 생각이 없다.

3. 비정치적 교류를 통해 경제공동체를 이룩하겠다. 새로운 경제 지도를 만들고 남북한 철도 연결해 유럽까지의 연결을 도모하겠다.
4. 북한과 평창올림픽을 참가하길 희망한다.
5. 10월 4일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고, 북한이 준비가 안 되면 남한 혼자서라도 이산가족을 북한에 보내고 성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6. DMZ 적대행위 상호중단을 제안한다.
7. 한반도 평화구축 ; 한국전쟁 당사국 평화협정추진, 북한 안전보장 등 포괄적 정책추진
8. 김정은을 만나고 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

9. (북한 영유아 영양실조와 관련해) 인도적 지원은 정치와 별개다.

[부정적인 효과로 되돌아올 수 있는 이야기들]

1. 나쁜 행동에 보상 줘서는 안 된다 ; 핵과 미사일 개발 등이 나쁜 행동이라는 의미다.
2. 북한 핵 도발은 시대착오적이다 ; 북한은 자국의 안보를 위한 것이라 강조한다.
3. 북한, 레드라인 넘으면 한미 대응 알 수 없다 ; 북한에 대한 위협으로 읽힐 수 있다.

4. 북한의 미사일 실험에 B-1B를 띄우는 등 군사적으로 대응했다.
5. UN과 G20 국가에 "북한이 감당 못할 정도의 제재를 위해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 북한 압박에 협조를 요청한 셈이다.

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압박에 동조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압박이 강해질 경우, 북한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바로 미국과 직접 담판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일각에서 말하는 소위 '코리아 패싱'이 벌어지는 것 아니겠나. 상황이 이렇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의 대화에 되레 끌려다닐 수 있고, 남북간의 협상에서는 할 일이 사라질 수도 있다.

오히려 '북한의 핵동결과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일괄타결안'을 제시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행보가 기간 문재인 대통령이 밝혀왔던 입장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주장(북한 핵 동결시, 미국 전략자산·한미군사훈련 축소)과 맥락을 함께한다.

'일괄타결' 혹은 '직접 대화와 협상'

북한 조선중앙TV는 4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ICBM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
 북한 조선중앙TV는 4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ICBM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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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CNN은 미국 상원 외교위 아태소위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매사추세츠)이 트럼프에게 보낸 서한 내용을 보도했다.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북미간의 관계 설정을 세 가지로 압축했다.

1. '현상유지'
2. '군사적 옵션'
3. '북한과의 직접 대화와 협상'

에드워드 상원의원은 "협상은 불가피하다"라면서 "세 번째 안을 지지하며, 미국과 남한이 양보해 북한의 핵동결을 이끌어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기자는 지난 6월 29일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선 '현상유지의 방법'(Status-quo oriented)이 아닌 '해결 위주의 방법'(Solution-oriented approach)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방법으로 (1)진단 (2)처방 (3)치료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건 (1) 북한에 대한 '미국의 위협'을 중단하고, (2)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3) 한반도에서 종전을 하고 '북미 국교정상화'를 하는 안이다(관련 기사 : 문재인, 트럼프에게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대한민국이 강대국들과 함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방향이 '압박' 일변도로 흘러가서는 안 될 일이다. 에드워드 미 상원의원이 주장하는 '북한과의 직접 대화와 협상'이 이뤄져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길 바란다. "북한, 레드라인 넘으면 한미 대응 알 수 없다"라는 방식을 고집하다가는 대한민국이 '북한의 대응을 알 수 없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대화님은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로 전 UN 관리였습니다.



태그:#문재인, #G20, #북한, #외교, #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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