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극장에서 만난 <재꽃> 배우들과 봉준호 감독

8일 서울극장에서 만난 <재꽃> 배우들과 봉준호 감독 ⓒ 딥 포커스


박석영 감독이 연출한 저예산 독립영화 <재꽃>이 안팎으로 호평을 받으며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6일 개봉한 <재꽃>은 박 감독의 <들꽃>과 <스틸 플라워>에 이은 이른바 꽃 시리즈의 3부작 완결편이다. (관련기사 : 홍대 거닐던 가출소녀, 그를 쫓던 감독의 고백)

<들꽃>과 <스틸 플라워>는 집 없는 거리의 소녀들이 살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그렸다면 <재꽃>은 같은 주제지만 아픔을 겪었던 소녀가 또 다른 소녀를 감싸는 온기 있는 작품이다. 화면 자체도 전작들과는 다르게 자연의 풍광을 살리며 아름다운 영상미를 선보이고 있다.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를 찾은 도종환 문화체욱관광부 장관이 호평을 해 눈길을 끌었는데, 이번에는 옥자의 봉준호 감독이 작품을 극찬해 화제가 되고 있다. 봉 감독은 최근 제작진에게 세세한 감상평이 담긴 오디오를 보냈는데,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독의 느낌이 드러난다.

특히 봉 감독은 작품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일일이 거론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봉 감독은 <옥자>의 미국 상영과 무대 인사 등응로 바쁜 가운데도 <재꽃>을 보기 위해 전작인 <스틸 플라워>까지 봤다고 밝혀 특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봉 감독은 8일 배우들을 서울극장에서 직접 만나 격려했다.

훌륭한 캐스팅이 빚어낸 앙상블

 영화 <재꽃>의 한 장면

영화 <재꽃>의 한 장면 ⓒ 딥 포커스


봉 감독은 먼저 배우들의 연기를 인상 깊게 평가했다. 3부작으로 이어지는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정하담 배우에 대해 "소문대로 정하담씨 존재감이 정말 대단하다."면서 "<스틸 플라워>를 먼저 봤는데 카메라가 거칠게 러닝타임 내내 하담씨를 쫓아가는데 여지껏 정말 접해본 적 없는 아주 새로운 유형의 그 어떤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느낌의 배우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재꽃>에서도 정하담 배우는 변함없이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며 "갈등이 폭발하는 여러 시점들에서 오히려 살짝 한 발짝 뒤에 물러나 있는 것 같다가 기어코 마지막에 명장면을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봉 감독은 배우 캐스팅에 대해서도 "여섯 명의 배우들이 어디 하나 빠질 데 없는 훌륭한 캐스팅인 것 같다. 배우들이 너무 좋아서 한 명 한 명 다 얘기를 길게 아니할 수 없다. 이 모든 배우들이 이뤄내는 훌륭한 앙상블들을 보면 박석영 감독님이 얼마나 배우들을 잘 리드하고 또 디렉팅하시는지 같은 직업군에 있는 사람으로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며 배우들 연기에 대해 일일이 개인적인 느낌을 밝혔다.

봉 감독은 "이 여섯 명의 배우들 중에 연말에 누가 상을 받건 다 고개가 끄덕여질 것만 같은 훌륭한 캐스팅이고 각자 개별적으로도 하나하나 뛰어나지만 전체가 모여 있을 때 앙상블도 훌륭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들 중 박현영 배우는 봉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 출연했었다. 박명훈 배우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의 술 취한 연기를 보였다"며 "압권" "마스터"란 표현으로 극찬했다. 어머니 역할의 정은경 배우와 철기 역할의 김태희 배우는 연극무대에서 연기력을 인증받은 배우들이다.

박석영 감독 역시 정하담 배우를 비롯한 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의 아주 뛰어난 배우들 이었다"며 이들 배우들이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나타냈는데, 봉 감독도 감독으로서 같은 시선을 나타낸 셈이다.

지워지지 않는 이미지

 배우 정하담과 박석영 감독

배우 정하담과 박석영 감독 ⓒ 이정민


시나리오에 대한 평가도 인상적이다. 봉 감독은 "섬세하게 잘 쓰여진 시나리오"라며 "모든 인물들이 잘 배려받고 있는, 저마다 다 이유가 있는 인물들이 씨줄-날줄처럼 얽혀있는 것이 정말 뛰어난 각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호평했다.

또한 "저도 시나리오 쓰는 사람으로 부럽게 느껴지는 각본이고. 이런 각본을 딱 손에 쥐고 촬영을 준비할 때는 이미 감독들 입장에서는 정말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일 것 같은데 부러웠다"는 마음을 전했다. <재꽃>의 시나리오는 박석영 감독과 하성태 작가가 함께 썼다.

봉 감독은 작품 전체에 대해 "여러모로 마음을 뒤흔드는 영화인 것 같다. 여러 가지 너무 강렬하고 인상적인, 지워지지 않는 이미지들이 많은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총평했다.

앞서 지난 6월 VIP 시사회에서 먼저 영화를 본 도종환 장관도 "영화가 끝났음에도 마음 속에 먹먹함이 가시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무슨 말을 하는 게 깊어진 여운을 방해하는 것만 같아 조심스럽다"며 "이토록 먹먹하고 가슴을 후벼 파는 영화를 만든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의 수수함을 마주한 것만 같다"고 평한 바 있다.

배우 정하담은 지난해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2015> <천하장사 마돈나> 등을 연출한 이해영 감독으로부터 극찬을 받기도 했다. 이 감독은 한 방송에 출연해 요즘 눈여겨보는 배우가 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정하담 배우를 언급하며 "단역을 맡은 작품을 봤는데 눈에 띠는 어마어마한 배우라고 극찬했다.

박석영 감독의 전작들은 모두 국내외 영화제들에서 주목받았는데, <들꽃>과 <스틸 플라워>는 부산영화제에 초청받았고, 마라케시국제영화제와 피렌체한국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정하담 배우도 지난해 주요 국내 영화상의 신인연기상을 휩쓸었다. <재꽃>은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이었고, 개봉을 앞두고 지난 6월 무주산골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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