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웹 드라마'에 이어 '웹 예능'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공중파 및 케이블 TV를 통해서 방영되던 예능 프로그램과는 차별되는 독특한 색깔을 담으려는 참신한 시도가 접목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하나둘씩 쌓여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조금씩 입소문을 얻으며 주목받는 웹 예능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많은 공력을 쏟아부었음에도 미미한 조회수+화제성 전무의 프로그램도 여럿 등장하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놓인 웹 예능의 발전 가능성을 최근 방영된 프로그램 <아이돌 드라마 공작단>(아래 아드공)을 중심으로 간략히 살펴보자.

기존 아이돌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주체적인 캐릭터

 KBS 웹 예능 `아이돌드라마공작단`의 한 장면

KBS 웹 예능 `아이돌드라마공작단`의 한 장면 ⓒ KBS


방영기간 
2017년 5월~7월 (네이버TV, V라이브, KBSN조이 등)
출연진 
문별, 슬기, 유아, 수정, 소희, 디애나, 소미
주요내용 
인기 아이돌그룹 멤버 7명이 모여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극본을 직접 쓰고 연기에도 도전하는 예능 프로그램

<아이돌 드라마 공작단>(이하 아드공)은 대중들에게 친숙한 인기 걸그룹 멤버 7인이 직접 대본을 쓰고 출연까지 하는 등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을 녹여낸 독특한 구성의 웹 기반 프로그램이다. 전체 방영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리얼리티 토크 예능 + 40% 정도를 할애한 드라마 부분 등 2가지 각기 다른 내용을 담아낸 건 기존 방송에선 보기 힘든, 이 프로그램만의 독특한 방식이기도 하다.

4월 말부터 공개된 출연진들의 인터뷰 영상 등으로 구성된 티저 영상들을 시작으로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방영된 누적 조회수가 1000만뷰를 돌파할 만큼 <아드공>은 인터넷상에선 나름 화제성을 모았다. 유튜브 대비 상당히 폐쇄적인 구조를 지닌 네이버TV에만 의존했음을 감안하면 무난한 실적.

같은 아이돌 그룹의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일부 멤버를 제외하면 이렇다 한 친분조차 없던 7인의 출연진이 한데 모여 그간의 애환, 고민거리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하나로 결속되는 과정이 전반부를 차지했다. 그 이후엔 '옆집 소녀'라는 가상의 걸그룹이 숱한 역경을 딛고 1위 가수가 오르는 줄거리의 드라마 <꽃길만 걷자>로 배분되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음악 활동 이외에 각종 TV 예능의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지만, 상당수 예능에선 선배 예능인들의 틈바구니에서 제대로 말 한번 꺼내지도 못하는, 소위 '병풍' 신세를 면치 못하는 터라 이들을 좋아했던 팬들에겐 어떤 의미에선 <아드공>이 즐거운 선물이 되었을 법하다.

또한 억지로 애교나 개인기 같은 걸 보여줄 필요도 없는, 모든 내용이 7인 중심 및 주도의 구성으로 진행되다 보니 출연진 모두 기존 아이돌 예능에선 볼 수 없었던 주체적 인물로 그려질 수 있었기에 <아드공>에 대해 좋은 점수를 부여할 만하다.

드라마 완성도는 다소 아쉽다

 <아이돌 드라마 공작단> 속 드라마 `꽃길만 걷자`의 촬영 현장 사진. 김소희(왼쪽), 중견배우 성병숙.

<아이돌 드라마 공작단> 속 드라마 `꽃길만 걷자`의 촬영 현장 사진. 김소희(왼쪽), 중견배우 성병숙. ⓒ KBS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연, 회사를 나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연습생 생활을 이어간다든지, 감시의 눈을 피해 몰래 음식을 먹는 에피소드처럼, 프로그램 속 드라마인 <꽃길만 걷자>는 멤버들이 겪었던 일들을 그린다. 비교적 현실감 있는 내용을 담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물론 한정된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담다 보니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도 많았고, 기존 드라마와 비교해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진 못했다. 대부분이 연기 경력 자체가 전혀 없는 탓에 연기력에선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몇몇 출연진의 경우, 회차를 거듭할수록 연기가 업그레이드되는 면도 발견할 수 있었기에 향후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키워 놓았다.

이밖에 예능+드라마 부분 모두 각 회 들쑥날쑥한 시간 배분 및 이야기의 호흡 조절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시청자들의 댓글 등을 지적되었기 때문에 후일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면 보완이 함께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안정적 수입 모델 확보는 여전한 숙제

 SM과 미스틱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눈덩이 프로젝트>의 한 장면.

SM과 미스틱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눈덩이 프로젝트>의 한 장면. ⓒ SM, 미스틱


TV보단 인터넷 방영을 우선시했던 <신서유기> 시즌 1 및 2, 대선 유력 후보 출연 등으로 화제를 모았던 <양세형의 숏터뷰>, 연예인들이 직접 중고 물품 직거래에 나선 과정을 몰래카메라 형태로 유쾌하게 그려낸 <연예인 중고나라 체험기:개이득> 등은 제작 방식 및 내용 구성에서 과감한 시도가 돋보였고 모바일 시대 속 사람들에게 쏠쏠한 즐거움을 주면서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본방 사수' 대신 인터넷 또는 모바일로 빨리빨리 핵심만 넘겨보는 식의 감상 패턴이 늘어나는 추세에 발맞춰 웹 예능들은 불필요한 요소 다 걷어내고 회당 10분 안팎의 함축된 시간을 100% 활용, 바쁜 시청자들에게 잠시 동안의 여유도 제공했다.

이런 점들은 기존 TV 예능과는 차별화된 웹 예능만의 강점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몇몇 프로그램의 선전만으로 웹 예능의 미래를 밝게만 보기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이 놓여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제작비 및 수익성 부분이다.

각종 TV 예능 프로그램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의 눈과 기대치를 충족시키려면 그만큼 많은 노력이 소요되는데 (화면, 음향, 각종 CG 등등) 결국 돈이 큰 문제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정된 제작 예산+인력은 웹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작용한다.

확실하지 못한 수입원 확보도 마찬가지. 현재 네이버TV를 통해 방영되는 동영상에 대해선 조회수 1건당 1원의 광고수입을 해당 방송사 또는 계열사가 받을 수 있다. [관련기사]
방송사, 유튜브 버리고 포털로...옳은 결정일까? )

네이버와 독점 공급계약을 맺은 기존 방송사들은 이른바 "짤방"으로 불리는 자사 프로그램 방영 이후 편집된 낱개의 개별 영상을 업로드하고 이후 발생하는 광고 수입을 받는 형식을 취한다. 웹예능 역시 마찬가지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또는 네이버 TV를 통해 선공개하고 나중에 개별 케이블 채널을 통해 종합본을 방영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아드공>, 최근 SM과 미스틱의 협업으로 화제를 모으는 <눈덩이 프로젝트> 등이 여기에 속한다.

아직은 방송사들의 '실험실', 그래도 웹 예능은 늘어날 것이다

 SBS 모비딕이 선보인 웹예능 <어반로드>의 한 장면. 모 업체의 신형 승용차가 PPL로 등장한다.

SBS 모비딕이 선보인 웹예능 <어반로드>의 한 장면. 모 업체의 신형 승용차가 PPL로 등장한다. ⓒ SBS


이처럼 TV 방영이 병행되는 경우라면 그나마 사정은 낫다. 운좋게 기존 TV 프로그램처럼 PPL 형태의 외부 협찬 등이 이뤄지는 경우도 마찬가지.

<아드공>은 매회 말미마다 저작권협회의 협찬으로 저작권 상식을 멤버들이 소개하는 영상이 삽입되기도 했고 SBS의 모바일 채널 '모비딕'이 만든 <어반로드>에선 모 업체의 신형 승용차가 PPL로 등장했다.

반면 다른 방영 경로 없이 네이버TV 서비스를 통해서만 방영되는 웹 예능 프로그램은 그만큼 수익을 올릴 수단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론 '클릭당 광고수입 1원'이란 금액만으론 제작자 측의 안정적인 수입이 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유튜브와 달리 해외 이용자들의 접근 자체가 쉽지 않은 네이버 플랫폼 안에서만 돌아가는 구조이다 보니 네이버 메인 및 기타 페이지에 소개된 영상 vs. 그렇지 못한 영상의 조회수 편차도 극심하다.

이렇다 보니 아직은 기존 방송사들의 '테스트 베드'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만만찮은 장애물들이 웹 예능의 앞길에 놓여있는 실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 예능 제작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저런 제약 등으로 인해 기존 TV 프로그램에선 실행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실험을 하기에 제일 적합한 공간이 인터넷+모바일 환경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게재됩니다.
아드공 웹예능 아이돌 드라마 공작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