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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서점 내부
▲ 꿈꾸는책방 아늑한 서점 내부
ⓒ 정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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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꿈꾸는책방은 '동네책방'이라 불리는 보통의 서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 한 귀퉁이의 아기자기한 매장, 온갖 책들이 고만고만하게 자리 잡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책방입니다. 동네책방이 다 그렇듯 아이들을 위한(?) '학습참고서'도 매장 입구에 잘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이 모습이 어느 동네나 있는 듯 없는 듯 자리하고 있는 '동네책방'의 모습입니다.

그런 동네책방 꿈꾸는책방에서 몇 가지 의미 있는 실험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 첫 시작으로 '학습참고서'를 뺀 '동네책방'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동네책방에서 학습참고서의 매출은 여전히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때문에 무모하고 위험한 결정이라는 주변의 염려를 듣습니다. 조금 걱정도 듭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을 번복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책 이야기'가 서점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꿈꾸는책방>의 의미있는 실험, 학습참고서 없는 동네서점.
 <꿈꾸는책방>의 의미있는 실험, 학습참고서 없는 동네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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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당장의 매출을 위해 참고서 서가를 늘려가고 서점일의 역량을 그곳에 집중시켰던 게 사실입니다. 유쾌하지 않았지만 서점을 꾸려 가는데 있어서 그것이 절대적이라 믿었으니까요. 하지만 저희가 그럴수록 서점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발걸음은 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과는 점점 더 멀어짐을 느꼈습니다.

서점이 아이들에게 '친구'가 아닌 '도구'로 전락하는 것에 쓰라림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멀어진 친구들에게 '도구'로서의 역할이 끝나면, 그렇게 버려지면... 그 뒤는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저희는 위기를 느꼈고, 무모하지만 참고서를 빼고 아이들과 친구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꿈꾸는책방은 앞으로 정답이 있는 참고서보다는 "네 생각이 오답이 아니야!", "삶에 정답은 있을 수 없어!"라며 일러줄 수 있는 책, 다양한 답과 다양한 삶을 알아갈 수 있는 책들로 꾸려질 것입니다. '무한경쟁'을 앞세우는 책 보다는 '토론'하고 '공존'하며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책과 행사들로 꾸려질 것입니다.

'함수'를 알려주는 책보다는 청주 지역의 젖줄 '무심천'에 사는 물고기의 개체를 알려주는 <무심천에는 누가 사나 볼래?>(박현수 지음 도서출판 직지)를, '분수'를 알려주는 책보다는 지역의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잡지 <beige>를 진열할 것입니다.

책 읽어주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게끔 도와준다
▲ 어린이집 서점 견학 책 읽어주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게끔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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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한 벽면이 가득한 청주 <꿈꾸는책방>
 그림책으로 한 벽면이 가득한 청주 <꿈꾸는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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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정답'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차라리 직면한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려는 책이라는 것을, 어떤 문제에는 '정답' 자체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라는 것을 일러줄 것입니다.

또한 이런 거창한 의미가 있는 책들만이 아닌, 책방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낄낄거리며 읽을 수 있는 재밌는 만화책 코너도 꾸려질 예정입니다. 아이들이 웃고, 떠들고, 사색하고, 꿈꿀 수 있는 진정한 책방으로 거듭날 예정입니다.

매출에 대한 핑계보다는 서점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정직하게 실천하는 것을 무겁게 따르기로 했습니다. 물론 당장의 참고서 매출을 극복할 자신은 없습니다. 처음의 호기로움과 다르게 궁핍해짐에 지쳐 나가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모든 가능성은 열어둡니다. 다만 이러한 노력조차도 해보지 않고 '서점의 미래'는 없다. '서점은 사양산업이다'라며 관조하지 않겠습니다.

아이들이 다시 서점과 친구가 될 수 있게 끊임없이 말을 걸겠습니다. 언젠간 알아주지 않을까요? 진짜 친구가 언제나 곁을 내주고 있었다는 것을. 그날이 올 때까지 '없어지지' 않고 꿋꿋이 살아남겠습니다.

서가 분류를 다각화하고 세분화해서 고객이 책을 쉽게 찾게끔 도와준다.
▲ 기존의 서가분류에서 벗어난 주제별 분류 서가 분류를 다각화하고 세분화해서 고객이 책을 쉽게 찾게끔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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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정도선 기자는 청주 꿈꾸는책방 책방지기입니다.



태그:#동네책방, #지역서점, #꿈꾸는책방, #청주서점, #청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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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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