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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초등학교 여성 교장이 지난해 여름 폭염에도 특수학급 교실에 에어컨을 전혀 틀어주지 않는 등 장애학생을 차별하고, 교사에게 성희롱을 하거나 폭언을 했다는 민원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시교육청이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민원을 제기한 교사들의 신분이 드러나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 A초교 교사들이 국민신문고에 제기한 민원 내용을 정리하면, A초교는 2016년 여름 학교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에어컨 시간표를 만들어 각 학급에 배부했다. 시간대마다 에어컨을 틀어주는 학급을 정해준 것인데, 문제는 특수학급은 시간표에 적혀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특수교사들이 항의했지만, 행정실 직원을 통해 돌아온 답변은 "교장이 특수학급은 학생수가 얼마 되지 않으니 틀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더운 날씨에 다시 항의를 했지만, 똑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특수학급 교사는 여름 내내 장애학생들이 덥다고 할 때마다 얼음을 얼려주고, 차가운 물로 세수를 시킬 수밖에 없었다.

폭염에도 특수학급은 빼고 에어컨 가동?... 교장 "사실 아냐"

인천 한 초등학교 특수학급 에어컨 가동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 한 초등학교 특수학급 에어컨 가동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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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016년 12월 장애학생들이 직업체험을 위해 1인당 2만 원의 제과제빵 체험을 가기로 했는데, 교장은 "일반 학생들이 하는 체험보다 비싸게 해주면 안된다, 어차피 해줘도 기억 못하지 않느냐"라며 문제 제기를 했다.

결국 학부모에게 이미 알렸다는 이유로 장애학생들이 직업체험을 가기는 했지만, 교사가 특수학급비 지출 결재를 받으려 할 때마다 "돈 드는 행사를 하기만 해봐라, 결재 안 해 줄 것"이라며 해마다 특수학급비의 절반 정도를 남기게 했다는 것이 민원 내용이다.

특수학급 교사는 "교장의 장애학생 차별이 지속적이고 암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라며 "교장에게 문제 제기를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더 이상 싸우지 못한 스스로가 너무 부끄럽다, 이제라도 바로잡아 장애학생도 비장애학생과 동일한 학습 환경에서 공부하게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

장애학생 차별뿐 아니라 여성인 교장이 남성 교사에게 성희롱을 하거나 폭언을 했다는 내용도 민원에 담겼다.

B교사가 지난 4월 말 교장의 지시로 테이블 등 물건을 옮기느라 상체를 숙였는데 교장이 뒤에서 엉덩이를 치며 "이러니까 장가를 못 갔지, 여자들은 이런 거 싫어해"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교장은 5월 초 있었던 교사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여러 교사들이 있는 자리에서 B교사에게 "몸무게가 어떻게 되느냐, 옷 사이즈가 어떻게 되느냐, 사이즈는 얼마를 입느냐" 등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아울러 B교사는 교장이 본관 3층의 남자화장실을 자주 사용해 화장실에서 마주치는 일이 발생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했다. B교사는 "교장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몸에 손을 대면서 성추행과 성희롱적인 발언을 해 상당한 상처와 성적인 수치심을 받았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에게 "이럴거면 나가서 학원강사나 하라"거나 "3개월 차 신규교사보다 못하다"는 등 폭언을 하거나, 쉬는 시간 꽃잔디를 심고 수업 시간에 들어가려던 교사에게 "유치원생도 아니고 미쳤다고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나"는 등 폭언을 했다는 내용도 있다.

한 교사에게 1년 4개월간 여섯 번이나 업무실을 바꾸게 하고, 교육실습생(교생)들에게 각 반의 복도 청결 상태를 감시해서 보고하게 하거나, 아침 독서 지도를 성과급 항목에 넣어 점수를 차감하는 등 교사들을 감시하고 억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스트레스를 줬다는 주장도 있다.

해당 민원은 국민신문고에서 인천시교육청과 국가인권위에 이송처리돼 시교육청은 교사에 대한 성희롱·막말 등을 조사 중이고, 국가인권위는 장애학생 차별 관련 조사관을 조만간 배정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감사 없이 지역교육지원청이 사실 관계만 확인... 민원 교사 신분 드러나 '물의'

이에 앞선 지난 5월 말에도 A초교 교장과 관련한 민원이 제기돼 시교육청 감사관실이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에는 친목회라 할 수 있는 교육과정위원회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공금을 유용한 점, 초과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업무를 지시하면서도 초과근무 신청을 못하게 한 점, 행정실 직원과 교사들에 대한 부당한 업무 지시 등이 제기됐다.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조사를 벌여 교육과정위원회 운영 시 교장의 의도에 따라 결정되는 점과 초과근무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으나, 다른 부분은 문제점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지난 6월 중순 학교에는 행정상 '개선' 조치와 교장에겐 신분상 '주의' 조치를 내렸다.

A초교 교사 C씨는 "학교 전반적인 분위기가 군대 훈련소이고, 교장은 제왕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라며 "민주적이고 창의적이어야 할 학교가 강압적이고 비인권적인 교장으로 인해 교사들이 신음하고 있다. 교육자로서 자질이 없는 사람이 학교 관리자를 해선 안된다. 시교육청이 너무 문제가 있는 관리자들을 관대하게 대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민원과 관련 지난 5월 말 제기된 민원과 달리 교사에 대한 성희롱과 폭언 등 문제가 담겼음에도 시교육청이 감사를 진행하지 않고 해당 학교 지역교육지원청의 학교 담당 장학사가 학교를 방문해 사실 확인만 진행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역교육지원청이 학교 방문 전 학교에 민원을 제기한 교사의 이름을 대면서 면담을 할 것이라고 통보한 사실이 확인돼 내부고발자를 학교에 알렸다는 비판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교사 C씨는 "지역교육지원청에서 사실 확인을 하고 간 뒤, 교장이 민원을 제기한 교사들을 불러서 '인천 좁다, 다음에 또 만난다'라는 협박성 발언을 들어야 했다"라며 "관리자의 부당함을 고발해도 시교육청이 이렇게 신변 보호를 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민원을 제기한 교사들이 지금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지역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는 "학교에 대표교사 1명의 이름을 말하고 면담하러 간다고 하기는 했지만, 교장과 면담으로 사실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특정되다 보니 교장이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역교육지원청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라 판단이 돼 감사관실과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고, 사실 관계 확인 후 지역교육지원청 차원에서 해결책을 마련 중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A초교 교장은 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성희롱, 폭언, 장애학생 차별의 민원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특수학급, #인천시교육청, #성희롱, #장애학생 차별, #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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