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까지 가서 끼친 민폐일까, 리얼리티 예능의 단순한 해외 촬영일까.

지난 3일 JTBC <한끼줍쇼>의 일본 촬영 소식이 알려졌다. 이날 소셜미디어 상에서 산다라박과 이홍기가 진행자인 이경규, 강호동과 함께 촬영 중인 사진과 목격담이 화제가 되면서다. JTBC 측도 이날 <한끼줍쇼>가 일본 촬영에 나선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그러는 사이 네티즌들은 갑론을박을 벌였다. '대한민국 평범한 가정의 저녁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신개념 야외 버라이어티'라는 <한끼줍쇼>의 형식 자체와 일본이라는 나라가 가진 이미지에 대한 충돌(?)을 문제 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요악하면, 저녁식사 시간에 출연자들이 무작정 일반인들의 집 초인종을 눌러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느냐고 묻는 과정과 그 성공여부에 초점을 맞추는 <한끼줍쇼>의 형식 자체와 그런 리얼리티 예능이 한국이 아닌 일본의 분위기와 맞느냐는 문제제기가 이어진 것이다. 이에 반해 일본 예능도 만만치 않다거나 제작진이 그 정도로 무례하게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란 의견이 맞섰다.

방송 내용이 나가기도 전에 갑론을박하는 건 한계가 있다. 다만, 작년 가을 방송된 이래 오늘(5일) 39회 방영을 앞두고 있는 <한끼줍쇼>는 일부의 "불편하다"는 반응을 숙명처럼 안고 갈 수밖에 없는 형식이라 할 수 있다. 

 jtbc <한끼줍쇼>의 포스터.

jtbc <한끼줍쇼>의 포스터. ⓒ jtbc


제작진의 의도

제작진의 의도는 쉽게,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제작진은 '혼밥'과 '1인가구'가 트렌드인 세태를 반영하는 동시에 가족의 또 다른 이름인 '식구(食口)'로 대변되는 현재 대한민국 가정의 현주소를 잔잔하고 유쾌하게 들여다보고 싶었을 것이다. 아래 제작진이 표방한 제작의도의 일부가 이를 대변한다.  

"2016년 대한민국 평범한 가정의 저녁 시간은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 하루를 살아가는 원동력, 소통의 매개체이기도 했던 우리네 저녁 밥상. 평범한 가정, 국민들의 저녁 속으로 들어가 저녁 한 끼 나누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엿보고자 한다."

그래서 이경규와 강호동은 매회 한 동네를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동네 분위기를 엿보고, 주민들을 만나 담소를 나눈다. 정해진 규칙이란 없다. 그저 한 끼만 얻어 먹으면 그만이다. '설정왕'이자 '인사왕'인 강호동은 시도 때도 없이 시민들과 인터뷰를 시도하고, 아시다시피 이경규는 이 모든 바지런함과 사적인 대화들을 귀찮아한다.

그래도 '한 끼'를 얻어먹어야 하기에 부지런히 초인종을 누르며 저녁을 함께 먹을 수 있냐고 묻는다. "내가 이경규"고, "내가 강호동"이라고 묻고 또 묻는다. 유명 게스트가 출연하기 시작하면서 이 인지도 경쟁은 하나의 통과의례이자 프로그램의 중심축이 됐다. '소녀시대' 윤아가 나와도, 월드스타 '김윤진'이 나와도 피할 순 없다.

그 안에서, '세태반영'이란 제작진의 의도는 좀처럼 빛을 발하지 못한다. 그렇다. '동네'를 훑긴 하지만 다층적이고 복잡다단한 그 '동네'와 '마을'의 현실이나 이면까지 '정치'하게 담아 낼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각 동네의 역사와 특이점을 소개하고 끝나는 '6시 내고향'에 머무를 수도 없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기에, '섭외'도 불가능하다. 

의도를 살리기는 쉽지 않고, 반복적인 상황의 변주도 필수다. 리얼리티 예능이기에 가능한 극적인 순간들(예컨대, 시간 종료 직전 집 주인이 출연진을 집으로 초대한다든지, 운 좋게 시간 맞춰 저녁을 준비 중인 부부가 문을 열어 준다든지 하는)이 종종 출연자들과 제작진을 구원하지만, 그 행위가 과연 세태를 반영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형식인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다시 말해, 좋은 의도, 충분히 유의미한 의도를 <한끼줍쇼>의 태생적인 한계, 즉 리얼리티 예능이란 형식이 따라잡지 못한다고 할까. 한편으로 '여전히 불편하다'는 시각도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납득가능한 문제제기라 할 만하다.

여전히 민폐라는 시각

 <한끼줍쇼> 노량진편의 한 장면.

<한끼줍쇼> 노량진편의 한 장면. ⓒ jtbc


어쨌든 자신의 집을 전국방송에 공개하는 일은 일반인 입장에서는 큰 용기를 요하는 것이 사실이다. 수많은 이들이 <한끼줍쇼>의 요청에 "죄송하다"거나 "어렵다"며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것도 같은 이치다. 자신의 생활수준과 경제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을 감수하는 출연자들은 개별의 이유를 지녔겠지만 그만큼 껄끄러울 것이 없거나 그보다 더한 '선의'나 '무심함'을 보유한 이들이기도 할 것이다.

계급 혹은 계층이란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 청담동과 다른 재개발 구역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일은 의미가 사뭇 다르다. '강남3구'와 '강북 재개발 지역'의 풍경이나 지역민들의 처지나 표정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끼줍쇼>가 과연 그러한 '세태반영'에 대한 세심한 고려를 보여주고 있는가.

출연진의 전반적인 태도를 보면 더 명확해진다. 여전히 분량과 이미지를 중시하는 '예능강박'의 강호동이나 특유의 '귀차니즘'과 서열 등을 웃음의 코드로 삼는 이경규가 과연 서민들을 포함한 일반 시민들의 이야기에 제대로 귀 기울이고 있는가.

그런 의미에서, 최근 시즌1을 마친 같은 JTBC의 <김제동의 톡투유>는 <한끼줍쇼>의 정반대편에서 <한끼줍쇼>와 같은 의도를 제대로 구현한 프로그램이라 할 것이다. <김제동의 톡투유>는 방청객들의 이야기에 조용히 귀를 기울여 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는 것 만으로, 굳이 "한 끼를 나누지" 않더라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엿볼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말의, 이야기의 힘이, '경청'이 주는 힘이 그리 세다.

물론, 강호동은 김제동이 아니다. <한끼줍쇼>는 토크쇼가 아니다. 그럼에도, 좋은 의도에도, 훨씬 너른 의미와 사연을 품을 수 있는 형식에도 불구하고, <한끼줍쇼>는 그러한 길을 가지 않는다. 아니, 그럴 의도는 없어 보인다. 출발부터 표방했던 '식큐멘터리'라는 장르명이 무색하게도. 민폐라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거기 있다.

한끼줍쇼 강호동 이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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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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