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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틱한 분위기가 흐르는 곳
 엔틱한 분위기가 흐르는 곳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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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생긴 날, 훌쩍 나가고 싶은데 꾸미고 다니기는 싫고…. 그렇다고 어디에 쭉 있기보다는 잠깐의 기분 전환이 필요한 날, 딱 그런 날엔 빵을 사러 돌아다녀 보는 건 어떨까?

맛집을 찾아 돌아다니듯 베이커리도 개성 넘치는 곳이 많아져, 다니는 재미가 있다. 심지어 식당처럼 혼자 들어가는 걱정 따위도 필요 없고, 그 자리에서 뭘 꼭 먹을 필요도 없다. 그저 부담 없이 출발해 보자.

예전에 이곳에서 먹은 버터 올린 바게트
 예전에 이곳에서 먹은 버터 올린 바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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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오후, 차분한 공간에 자리를 잡고 그들만의 감성이 살아있는 음악을 틀어놓은 다음 짙은 커피 한 잔과 바게트 빵 한 쪽에 버터를 쓱 발라 먹는 하루의 시작. 하나의 클리셰처럼 자리 잡은 서양인들의 그 모습이 부러워 아무 프랜차이즈 혹은 근처 빵집에서 바게트를 사다 먹어보곤 '어우 질겨' 하며 '대 실망'하던 기억은 비단 나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닐 것이다.

깔끔한 외관에서 그 감성이 느껴진다.
 깔끔한 외관에서 그 감성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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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마두동. 지하철역과 잘 계획된 도로 양 옆으로 상점가들이 늘어선 곳 중간에 깔끔한 파란색 외관이 눈에 들어오는 '심플리 브레드(simply bread)'라는 베이커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들어가자마자 차분한 조명과 소품 그리고 나무로 된 인테리어가 엔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건 커다란 LP 턴테이블과 레코드판.

듣고 싶은 음악을 골라보자
 듣고 싶은 음악을 골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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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빵집에 웬 LP?'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은근 이 곳만이 가진 그 느낌에 상당 부분 일조하는 녀석이다. 게다가 레코드판 중 듣고 싶은 게 있으면 틀어주신다.

언젠가 이곳을 방문 했을 때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 한 분을 뵌 적이 있다. 우아한 옷차림을 하신 그 분께선 여기서 바게트 등의 식사빵을 자주 사 가신다고 하셨는데, 살짝 데운 빵에 버터만 올려 드신다는 그 말을 들었을 때 '프랑스가 일산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도 여기서 전에 시식으로 갓 나온 바게트에 버터 한쪽 올린 걸 받아 먹어본 적이 있는데,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하고 살짝 찰기 있는 그 식감에 씹을수록 구수한 풍미가 살아나는 맛에 부드러운 버터의 풍미가 더해지니 절로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거야말로 바게트 맛이구나' 하고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랄까. 이 날은 그 할머니가 계시진 않았지만 가게의 자그마한 테이블엔 양복을 입으신 할아버지 한 분께서 샌드위치에 커피 한잔으로 여유가 느껴지는 식사를 하고 계셨다.

큼직한 식사용 빵이 특징이다.
 큼직한 식사용 빵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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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식사용으로 최적화된 빵을 파는 가게. 메뉴들만 둘러봐도 알 수 있는데, 이곳에선 바게트와 사워도우(시큼한 맛이 있는 발효종, 반죽)빵, 치아바타(밀가루 소금, 이스트만 들어간 담백한 이탈리아빵) 세 종류의 중심이 되는 빵을 속재료를 달리해서 다양하게 갖추어 놓았고, 식빵이나 다른 소소한 빵도 몇몇 구색을 맞추어 진열해 놓았다.

그리고 카운터 옆엔 디저트와 샌드위치도 알차게 자리 잡고 있고. 대부분 크기가 커다랗고 쓰인 재료들만 봐도 다른 곳과 차이점이 느껴지면서도 건강함이 전해진다.

매일 바뀌는 빵들. 제법 다양하다.
 매일 바뀌는 빵들. 제법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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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다른 특징 중 하나는 그날그날 바뀌는 메뉴들. 다양한 식빵이나 브렛첼, 심지어 팥빵이나 토스트도 나오는 날이 있어 '오늘은 뭐가 나와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든다. 그 중 통밀통팥빵은 정말 이런 팥빵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묵직한 크기, 건강한 맛을 자랑한다.

심플리 브레드의 쉐프님께서도 다양한 시도, 노력을 많이 하시는 걸로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퀴노아가 들어간 빵이라던가 여기에서만 볼 수 있는 메뉴가 상당히 많다. 덕분에 매번 갈 때마다 딱 한두 개만 사오기가 힘들어 항상 어떤 걸 먹어볼까 하고 고민에 빠지는데 이날도 고르느라 시간이 좀 걸렸었다.

계산을 하면서 뒤편으로 눈에 들어오는 작업실을 슬쩍 구경하다보니 전에 100% 호밀빵을 조각으로 잘라 판매하시던 게 요쪽에 진열되어 있던 게 생각난다. 잊을 수가 없던 이국적이면서도 시골스런 맛. '이곳에도 만드는 분의 장인정신이 깃들여 있구나' 라는 생각이 얼핏 스쳐간다.

이곳에 앉아서 밖을 보면 이런 풍경이다.
 이곳에 앉아서 밖을 보면 이런 풍경이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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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른 빵을 사서 나오는 것도 좋지만 일부는 이곳의 괜찮은 커피와 같이 먹고 가는 것도 이 빵집을 방문하는 즐거움 중 하나로 추천하고 싶다. 좋은 음식과 그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흐르는 LP판 소리가 배경이 되어주는 조용한 빵집에 가만히 앉아 그 나름의 여유를 즐긴다. 그러다 보면 멀리 나가 큰돈 쓸 필요 없이 대중매체로만 보던 서양 사람들의 감성을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부나마 느낄 수가 있다. 빵으로 경험하는 유럽, 생각보다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밤이랑 팥이 정말 큼직하다.
 밤이랑 팥이 정말 큼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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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턴 내가 사 온 빵들. 입맛은 개인적이지만 소개해보고자 한다.

밤팥바게트는 심플리 브레드의 시그니처로 유명해진 빵. 바게트 속에 팥앙금과 통밤을 가득가득 채워 무게가 제법 나간다. 기본적으로 팥앙금 자체를 정말 달지 않게 만들어 큼직한 알갱이의 씹힘, 구수하면서 살짝 시큼한 팥 특유의 맛이 잘 살아 있는 게 특징이다. 거기에 부드럽게 씹히는 통밤은 전처리를 하지 않았음에도 달콤한 맛이 풍부해 이 팥앙금과 좋은 궁합을 이룬다.

겉의 바게트는 갓 나왔을 땐 겉은 바삭 속은 차진 식감을 가졌고 시간이 지나서 먹어도 속의 촉촉함이 남아있다. 맛 자체가 구수하고 거친 풍미가 있어 가득 들은 속재료에 묻히지 않고 좋은 베이스가 되어주는 바게트. 아주 고급스럽게.. 아니 유럽식으로 팥빵을 먹으면 이런 느낌이 들것 같다.

속재료를 이만큼 채운 빵을 본적이 없다.
 속재료를 이만큼 채운 빵을 본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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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살구사워도우는 사워도우빵 속에 살구와 통밤이 터지기 직전까지 들어간 빵. 듬뿍 드는 살구의 새콤달콤한 맛과 부드럽고 달콤고소한 통밤의 맛이 특징인데, 살구는 가벼운, 밤은 무거운 느낌을 내어 두 재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덕분에 사워도우 빵 자체의 어려울 수도 있는 맛을 요 속재료 맛이 누그러주는 편이다.

빵 자체는 무겁고 거친 질감에 떡처럼 차진 식감이 있고, 맛은 구수하면서 시큼한 맛이 강한 타입인데 은근 이런 게 우리식으로 치면 잡곡밥스러운 매력이 있어 한번 빠지면 요런 거만 찾게 된다.

보기만해도 건강해지는 샌드위치다.
 보기만해도 건강해지는 샌드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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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치즈샌드위치는 세 가지의 독특한 치즈(고르곤졸라, 뮌스터, 로마노)가 들어간 샌드위치. 풍성한 루꼴라와 로메인의 색감이 눈에 띄고 파프리카, 바질페스토도 들어있다. 덕분에 치즈의 꼬릿한 풍미에 더해 채소의 신선한 맛과 아삭한 식감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데, 채소가 가득이라 치즈의 짠맛도 잘 조절해주고 한층 건강한 기분이 들게 해준다.

끝에 살짝 나는 바질의 향과 맛도 매력 있고 치아바타빵 자체의 겉은 거칠지만 속은 부드러운 식감과 씹을수록 고소한 맛도 빼놓을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2017년 7월 3일의 사진입니다.

메뉴는 메일 바뀌니 알아보고 가는걸 추천드려요.



태그:#심플리브레드, #빵집, #빵, #빵식가, #빵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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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찾아 떠나는 여행 인스타그램 : @breads_eater https://www.instagram.com/breads_eater/ https://www.youtube.com/channel/UCNjrvdcOsg3vyJr_BqJ7Lzw?view_as=subscriber 빵과 빵집을 소개하는 걸 업으로 삼고 싶은 무모한 꿈을 꾸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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