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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장어를 맛국물에 살짝 데쳐내 먹는 맛은 모든 이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갯장어를 맛국물에 살짝 데쳐내 먹는 맛은 모든 이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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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집이다. 어부가 직접 잡은 자연산 생선회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예전에는 가끔씩 가곤 했었는데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러던 중 최근에 지인이 맛집이라며 내게 소개한 곳이다.

사실 이집에서 회를 먹을 때 마다 느끼는 감정인데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은 곳이다. 그냥 아는 사람들만 알음알음 오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맛, 이 분위기가 오래도록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좀 괜찮다 싶어 방송이나 인터넷 세상에 알려지게 되면 예전과 다른 식당이 되는 곳을 숱하게 봐왔던 터다. 하기야 식당 입장에서야 찾는 고객들이 많으면 좋을 터. 하지만 이곳을 찾는 미식가들은 손님들이 북적이다 보면 맛 또한 편하게 제대로 즐길 수가 없다.

자연산 해산물로 차려낸 소박하지만 알찬 상차림

여수 돌산도 솔잎횟집의 기본 상차림이다.
 여수 돌산도 솔잎횟집의 기본 상차림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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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돌산도의 솔잎횟집이다. 기본 상차림에 맛깔스럽게 보이는 생선이 있어서 주인아주머니(63. 심귀순)에게 물었더니 깔따구라고 알려준다. 여수에서 깔따구로 불리는 생선은 껄떼기로 농어새끼를 이르는 말이다. 껄떼기 외에도 간자미로 불리는 가오리와 꽝다리(조기), 풀치(갈치), 노가리(명태), 고도리(명태) 등이 있다.

"깔따구라고 농어새끼예요. 저희가 직접 바다에서 잡아서 말린 거예요."

껄떼기조림 외에도 자연산 소라와 바다 향이 유난히 좋은 멍게 등이 있다. 소박하지만 알찬 상차림이다. 아삭아삭 식감을 잘 살려낸 매실장아찌 맛도 좋다.

하모라 불리는 갯장어회는 꼬들한 식감이 유별나다. 깻잎쌈이나 양파 쌈을 하면 별미다. 담백하고 깔끔한 갯장어회맛은 환상 특급이다. 회를 뜨고 난 갯장어머리와 뼈를 기본으로 인삼과 대추, 파프리카, 양파 등을  넣어 푹 우려낸 맛국물에 데쳐먹는 하모회(갯장어 데침회)도 맛있다.

꼬들한 식감이 유별난 갯장어회는 깻잎쌈이 잘 어울린다.
 꼬들한 식감이 유별난 갯장어회는 깻잎쌈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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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쌈 역시 담백하고 깔끔한  환상 특급이다.
 양파 쌈 역시 담백하고 깔끔한 환상 특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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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별미 갯장어회와 갯장어 샤브샤브 상차림이다.
 여름철 별미 갯장어회와 갯장어 샤브샤브 상차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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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회는 끓는 육수에 살짝 데쳐낸다. 부추와 팽이버섯을 미리넣고 그 위에 하모껍데기가 아래 방향으로 향하게 얹으면 하모가 익으면서 이들 채소를 살포시 감싼다. 이때 건져내어 간장소스에 먹으면 정말 그 맛이 빼어나다. 부추를 도르르 말아낸 하모회는 여름철 최고의 음식이다. 이 맛에 다들 하모회를 즐겨먹을 정도다.

부추와 팽이버섯에 하모회가 한데 어우러진 맛은 모든 이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맛의 절정을 경험하게 된다. 자신의 색깔을 확실하게 간직하고 있는 이집의 음식 맛은 여느 곳과 달리 미식가들의 입맛마저 사로잡는다.

맛집이라고 하면 이렇듯 자신만의 색깔을 표출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 한껏 멋을 내지 않아도 좋다. 순수함이 담긴 자연산 식재료의 풋풋함이 좋다. 집밥 느낌도 먹는 이들에게 행복함을 안겨준다. 

"육수에 감초와 당귀를 넣고 하모 머리뼈를 넣어 4시간여 푹 고왔어요. 그리고 된장기를 약간 했어요."

주인아주머니가 미리 불려놓은 찹쌀로 죽을 쑤어준다.
 주인아주머니가 미리 불려놓은 찹쌀로 죽을 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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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장어 어죽의 맛을 굳이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죽인다.
 갯장어 어죽의 맛을 굳이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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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불려놓은 찹쌀로 죽을 쑨다. 하모샤브샤브로 사용해 맛이 깊어진 그 맛국물에 된장기를 가미해 죽을 쑨다. 약한 불에서 살살 저어가며 한참동안 뭉근하게 끓여낸다. 배추묵은지에 먹는 갯장어 어죽의 맛을 굳이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죽인다.

가게 앞 나무에다 할머니가 생선을 말리고 있다. 돌산 바다에서 잡아온 자연산 조기와 성대다. 이들 생선은 구이나 탕으로 끓여먹으면 맛있다.

"조구하고 닥대예요."

나오는 길에 바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어부(69. 문종근)를 만났다. 그는 40여 년째 돌산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고 있다. 어부가 밤을 지새워가며 잡아온 갯장어가 횟집 수족관에서 유유히 노닐고 있다. 하모 1kg의 요즘 시세는 3만 5천원에서 4만원이다.

"매일 나가 하모를 잡아요. 50만원 어치도 잡고 100만원어치도 잡아요. 7월말쯤 되면 하모가 엄청 굵어져요."

여름철 별미 갯장어요리다.
 여름철 별미 갯장어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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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돌산도의 솔잎횟집이다.
 여수 돌산도의 솔잎횟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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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과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수 돌산도, #여수 솔잎횟집, #하모샤브샤브, #갯장어회, #맛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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