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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힐호텔 인근에 정차한 미국 사절단 측 의전차량
▲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워커힐호텔 인근에 정차한 미국 사절단 측 의전차량
ⓒ 신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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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가 3일 오후 조선일보 주최로 열린 제8회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에 참석했다. 리퍼트 전 대사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상원의원의 외교정책 보좌관으로 활약하는 등 오바마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과 미국의 동아시아 전문가들이 다수 참석한 세션에서 리퍼트 대사는 동아시아의 정세에 대한 본인의 전반적인 견해를 밝혔다.

리퍼트 전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회담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번에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정상회담이 일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됐다는 점이다. 본인 생각에는 이번 회담에서 핵심적으로 다루어진 5가지 문제로서 북한과 한미 간 무역, 사드(THAAD) 그리고 세부적으로는 중국과 일본으로 나뉠 수 있는 동아시아 관계가 있다. 본인은 이번 회담을 통해 앞서 언급한 이슈에 있어 양국이 (서로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적어도 지지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협상을 훌륭히 수행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 대표단이 이번 회담을 끝내면서 트럼프 행정부 측과 해당 이슈들에 대해 때 이른 마찰을 빚거나 큰 이견차이를 확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퍼트 전 대사는 양국 무역분야와 북한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조심스런 입장을 취했다.

"지금으로부터 3개월 혹은 6개월 이후 양국의 입장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진정으로 중요한 점이다. 특히 무역분야가 흥미로운데 양국 관계에 있어 무역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서 더욱 역동성을 띠는 이유로는 2가지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현재까지도 한미자유무역협정(KORUS FTA)에 대해 이견이 발생하고 있다. 현 미국 정부 관료들은 무역적자 수치에 집착하고 있고, 이를 다수의 계획에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워싱턴에서 이루어지는 무역에 관한 담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트럼프 정부는 무역문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집중하고 있다. 여타 국가와 미국 간 이행된 무역계획, 무역협상 혹은 대화를 통해 좋은 법안들이 다수 제정되었으나 NAFTA가 미국 행정부의 힘과 주의를 양자 무역문제로부터 빼앗았다는 점을 본인은 양국 무역협력이 더디게 진전되는 원인으로 지목하고자 한다. 두 번째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북한이 향후 점차 강경하고 어려운 상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미 양국의 균형관계(alignment)가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인지가 문제로 떠오른다.

한국 정부가 대북정책을 포함해 모든 이슈에 있어 미국과 입장을 동등하게 할 필요는 없다. 양국이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견지하면서 대체적으로 균형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며, 이것은 아주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중대한 변혁을 시도하거나 미지의 도발행위를 취한다면 한미관계가 3개월에서 6개월 후에 어떻게 바뀔 것인가? 본인은 아직 증거가 제시되기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동아시아 정세에 대해 입장을 설명하는 리퍼트 전 미국 대사(맨 우측)
▲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동아시아 정세에 대해 입장을 설명하는 리퍼트 전 미국 대사(맨 우측)
ⓒ 조선일보 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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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하지 않고 능숙한 언변을 선보이던 리퍼트 전 대사가 '고무'라는 단어를 두 차례 반복해서 언급하다가 잠시 멈추었다. 이윽고 '시차적응 때문에 대화진행이 매끄럽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무거웠던 회의장 분위기를 잠시 동안 띄웠다. 리퍼트 전 대사는 곧 중국문제에 대한 언급을 이어갔다.

"일반에 알려지다시피 사드문제는 대중국 접근이라는 더 큰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 리처드 부시 씨(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산하 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 소장) 앞에서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절대 꺼내지 않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소견을 말하자면, 지난주에 있었던 미국의 對대만 무기 판매 승인과 철강에 대한 제2차 제재 실행은 활기찼던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를 이전보다 전통적인 관계로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본다. 아직은 전략의 약화나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전략상의 침체 등을 예측하기엔 시기가 이르다. 그보다는 정상적인 양국 간 관계 재조정으로 본인은 이해하고 있으며, 이런 관계 재조정으로 말미암아 향후 수개월은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리퍼트 전 대사는 본인이 파악한 동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지형을 청중에게 묘사했다.

"애초에 동아시아 지역 내 이해관계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팽배하게 형성되어 있는 실정이다. 주지하듯이 동아시아 지역에는 (국제사회로부터) 인정하는 핵보유국 5개국 중 3개 국가가 직접 위치해있거나 아니면 이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잠재적인 핵무장능력이 풍부한 지역이기도 하다. 물론 이 지역에는 상당히 위험한 핵무장 북한정권이 위치해있다. 동아시아 지역은 세계에서 2, 3, 12위를 차지하는 경제대국이 위치함으로써 전세계 경제의 조종실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며, 대만과 필리핀, 동남아시아가 근접해있다. 지난 20여 년간 동아시아 지역이 급격하게 민주적으로 성장해온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리퍼트 전 대사는 국제질서의 설계와 향후 방향에 대한 언급을 하며 청중의 시선을 동아시아에서 전세계로 돌렸다.

"그러나 본인이 면밀히 관찰하고 있는 문제는 법치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염두에 두었을 때 동아시아를 주축으로 전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여부이다. 주지하듯이 트럼프 정부는 동아시아와 유럽 지역에도 해당되는 핵심적인 국제협약들에 있어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제5조(집단방위 원칙)의 적용, 파리기후협약 및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이 그러한 사례이다. 이런 행보는 "법치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가 전진하는 데 적극 기여하는가"와 "누가 향후 발전할 규범들을 설계할 것인가"라는 두 가지 질문을 본인에게 던져준다. 중국이나 유럽 혹은 가치를 공유하는 여러 국가들의 연합이 규범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인가? 본인은 이러한 구상에 대해 몇 개월 전보다도 더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조선일보는 주요 국제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목적으로 매해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를 개최해 전세계 정경계 인사, 석학들을 연사로 초청해왔다. 올해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등 세계적 정치 지도자들이 해당 행사에 참석했다.

리퍼트 전 대사가 참석한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변화와 한반도" 세션이 개최된 워커힐 호텔 지하 1층 그랜드홀 전경
▲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리퍼트 전 대사가 참석한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변화와 한반도" 세션이 개최된 워커힐 호텔 지하 1층 그랜드홀 전경
ⓒ 신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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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아시안리더십, #콘퍼런스, #컨퍼런스, #오바마, #리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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