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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를 따라 수천마리의 물고기가 널브러저 있다. 안동댐에서 물고기가 떼죽음한 것이다
 물가를 따라 수천마리의 물고기가 널브러저 있다. 안동댐에서 물고기가 떼죽음한 것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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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연락을 받은 것은 3일 새벽이었다. 그의 카톡 메시지는 이랬다.

"정 국장님, 지금 안동댐인데, 물고기 수천 마리 아니 수만 마리가 몰살당했습니다. 빨리 좀 와주십시오."

낙동강환경사랑보존회 이태규 회장은 그동안도 계속해서 물고기들의 죽음과 연이어 벌어진 백로, 왜가리들의 떼죽음에 대해서 알려오던 터이지만, 이번처럼 수만 마리 물고기 떼죽음을 알려온 적은 없던 일이라 현장으로 달려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 낙동강에 수만 마리 물고기 떼죽음

안동댐은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의 상류에 지어진 댐으로 이곳의 수질에 문제가 생긴다면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 낙동강의 수질 또한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번의 수만 마리 물고기 떼죽음 사태는 그 우려스러운 지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3일 오전 다다른 경북 안동시 도산면 동부리 선착장. 가뭄으로 물이 빠져 거기에서부터 펄밭을 한참을 걸어 들어간 안동댐에서는 물고기 수천 마리가 떼죽음한 채 가장자리 쪽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현장에서 기자가 확인한 것만도 수천 마리로 물 위에 떠 있는 것이나 반대편 가장자리로 밀려 나온 것까지 모두 합치면 족히 만 마리는 넘는 숫자로 보였다.

강변가에 수천 마리의 물고기가 죽어있는 가운데, 수자원공사 직원들이 물고기 사체를 수거하고 있다
 강변가에 수천 마리의 물고기가 죽어있는 가운데, 수자원공사 직원들이 물고기 사체를 수거하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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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붕어가 죽었고 붕어는 성어에서부터 치어까지 다양하게 죽었다. 간간히 메기나 잉어도 한두 마리 나왔다. 안동댐이 생긴 이래로 아마도 가장 많은 물고기가 죽어나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면 갑자기 왜 이렇게 많은 물고기가 죽었을까?

현장을 함께한 수자원공사 안동댐 관리단 관계자도, 안동시 공무원도, 경상북도 관계자도 정확한 사인을 말해주지는 못했다.

물고기 떼죽음의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가?

다만 안동시가 이날 물고기가 떼죽음한 지점에서 실시한 용존산소량(DO)은 10ppm으로 나왔다. 이는 더러운 물에서도 비교적 잘사는 붕어와 잉어의 최소 용존산소량인 4~5ppm을 넘는 수치이다. 산소 결핍으로 인한 떼죽음이 아니란 소리다. 그러나 이것도 장담할 수는 없다. 물고기가 떼죽음한 시점은 조사한 시점보다는 앞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동시는 정확한 폐사 원인파악을 위해서 죽은 물고기 10여 마리와 물 2통을 수거해 이날 국과수와 국립환경과학원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주로 붕어와 그 치어들이 죽었다. 붕어들은 오염된 물에서도 내성이 강한데도 떼죽음했다.
 주로 붕어와 그 치어들이 죽었다. 붕어들은 오염된 물에서도 내성이 강한데도 떼죽음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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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역 환경단체인 낙동강환경사랑보존회와 안동환경운동연합은 그 원인을 달리 보고 있었다. 바로 봉화의 영풍석포제련소에 그 의심의 눈초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사실 오랫동안 영풍석포제련소와 태백 등지의 폐광 중금속 문제를 제기해온 장본인들이다.

환경법이라고는 전혀 없던 1970년도에 낙동강 최상류인 청정 봉화지역에 들어온 석포제련소는 공장의 가동과 함께 인근의 나무들이 고사하고, 산의 흙이 유실되고, 물고기들이 죽어나는 등 크고작은 환경 문제를 야기한 공해 유발 공장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낙동강환경사랑보존회 이태규 회장은 다음과 같이 강력히 주장했다.

"봉화 영풍석포제련소에서 흘러나온 중금속이 갯벌 속에 묻혀 있다가 빗물에 씻겨 호수로 유입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안동환경운동연합 김수동 국장도 이번 물고기 떼죽음과 관련해서 "안동댐에 빗물 유입으로 인한 빈산소층의 턴오버 현상에 의한 산소결핍과 영풍석포제련소의 중금속 오염으로 인한 폐사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보기엔 또 하나의 가능성이 있다. 바로 독극물에 의한 폐사다. 당시 이른 아침에는 녹조띠가 강하게 목격이 되었다. 남조류 창궐에 따른 맹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에 의한 집단사 또한 의심이 된다.

강 가장자리 쪽으로 녹조가 선명히 나타난다. 조류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에 의한 폐죽음이 의심되기도 한다
 강 가장자리 쪽으로 녹조가 선명히 나타난다. 조류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에 의한 폐죽음이 의심되기도 한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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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안동댐엔 녹조와 중금속과 산소결핍이라는 세 가지 악재가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세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안동댐 백로와 왜가리들도 떼죽음하다 

이번 물고기 떼죽음 이전에도 안동댐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지난 4월부터 인근 백로와 왜가리 둥지 부근에서 매일 10여 마리의 왜가리와 백로가 죽은 채로 발견된 것이다. 이태규 회장은 그 사체를 220마리까지 수거했다고 했다.

이 이상한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 안동시는 "번식기에 의한 자연 폐사다"라 다소 무책임한 답을 했다. 급기야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조사에 들어갔고 죽은 철새에게서 카드뮴, 비소, 셀레늄 등의 중금속 성분이 검출됐다.

안동댐에서 지난 4월부터 매일 10여 마리의 백로나 왜가리가 죽어난다.
 안동댐에서 지난 4월부터 매일 10여 마리의 백로나 왜가리가 죽어난다.
ⓒ 낙동강환경사랑보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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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지난해 6월 일본 동경농공대 와타나베 교수팀이 영풍석포제련소부터 안동댐에 이르는 구간에서 퇴적물 및 폐사한 물고기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오염 실태 조사에서도 역시 카드뮴, 비소, 셀레늄, 납 등이 검출됐다.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우려가 현실로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 

환경부도 지난해 10월 18일 물고기 시료를 채취해 12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물론 중금속 성분이 검출됐다. 이후 환경부는 봉화군에 물고기 음용을 금지하는 현수막을 게시할 것을 명했다. 이곳에서 잡은 물고기를 먹지 말라는 것이다.

40년 공해유발업체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한 환경부의 결단이 요구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볼 때 40년 이상을 가동한 영풍석포제련소에 의한 낙동강 최상류의 중금속 오염이 상당히 진행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 지역 환경단체와 봉화의 '영풍석포제련소 반대 주민대책위'는 반복되는 물고기 떼죽음과 영풍석포제련소의 상관관계를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영향을 안동댐이 심각히 받고 있다.

낙동강 최상류 청정지역에 오염 유발 업체가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것도 40년 이상이나 가동을 하고 있고, 그 영향을 1300만 영남인들은 아직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영풍석포제련소 제1공장 전경. 낙동강과 딱 붙어 증설되었고, 그 규모다 상당하다. 제련소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 등으로 뒷산의 나무들이 대부분 고사해버렸다.
 영풍석포제련소 제1공장 전경. 낙동강과 딱 붙어 증설되었고, 그 규모다 상당하다. 제련소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 등으로 뒷산의 나무들이 대부분 고사해버렸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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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댐의 물고기는 계속 떠오른다. 오늘도 죽은 물고기가 떠올랐고 역시 오늘도 수거하는 장면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이태규 회장은 현장의 소식을 전해준다. 수만 마리의 물고기가 죽었다. 앞으로 계속 죽어갈 것이다. 언제까지 이 죽음의 행렬이 계속될까?

이 죽음의 행렬을 끝내야 한다. 환경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절대로 요구되는 시점이다. 낙동강 최상류 지역의 공해유발업체를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된다.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생명줄이자 이 땅의 젖줄이다. 환경부의 책임있는 결단이 요구된다.

녹조에 범벅이 되어 물고기들이 떼죽음해 있다
 녹조에 범벅이 되어 물고기들이 떼죽음해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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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마리의 물고기들이 죽은 채 널브러져 있다
 수천 마리의 물고기들이 죽은 채 널브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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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열심히 수거를 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열심히 수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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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8연간 4대강사업의 폐혜에 대해서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4대강 재자연화를 희망합니다. 안동댐 물고기 때죽음 소식을 듣고 달려가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태그:#안동댐, #물고기떼죽음, #낙동강, #석포제련소,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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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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