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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을 말하다
 결혼을 말하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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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통계청이 발표한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그해 혼인은 30만2800여 건으로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그에 비례하여 1인가구는 급증했다. 불과 20년 전 5%에 불과하던 1인가구는 2015년 전체 가구의 27%로, 4인가구를 제치고 한국 사회의 가장 대표적 가구 형태가 되었다.

낮은 혼인률과 1인가구 급등 현상은 가족 내 '성 불평등'을 여성들이 깨달은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여성의 위치에서 관련한 문제가 제기된 것이 아니며, 사회적 대안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도 부족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결혼제도를 경험했거나 제도 바깥을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인 결혼에 대해 질문하고, 가족의 의미를 재정립하고자 한다. 결혼제도를 경험한 여성/남성 집담회를 각각 1회 진행하였고, 비혼여성들과 3차 집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1차 집담회는 결혼제도를 경험한 여성들(기혼/이혼)의 이야기로 꾸려졌다. 지난 4월 26일 오후 1시, 망원동에 위치한 민우회 회의실에 7명의 여성들이 모였다.

집담회 참석자 소개(가명)
정은경 : 결혼 3년차. 배우자는 지방에서 자영업 중. 같이 일하던 동료와 살고 있음.
강지영 : 결혼 8년 차. 딸(다섯살), 배우자, 시댁 식구들과 살고 있음.
유정은 : 결혼 3년 차. 배우자와 살고 있음, 아이 없음.
박진희 : 결혼 29년 차. 배우자, 딸, 시누이와 살고 있음.
김지은 : 결혼 4년 차. 딸(세살), 배우자와 살고 있음.
서경주 : 이혼 10년 차. 딸, 아들과 살고 있음.
이영지 : 결혼 3년차. 배우자와 살고 있음. 아이 없음.

본 기획기사는 총 2시간 30분가량 나눈 대화를 통해 결혼 제도 안에서 여성들이 겪고 있는 불평등한 경험을 가시화하고, 대안적 고민들을 함께 나눈다. 결혼제도를 경험한 남성, 비혼 여성의 이야기까지 총 4회 연재할 예정이다.

"예쁨 받는 며느리에 대한 상이 있더라고요"

강지영(아래 강) : "저는 결혼한 지는 8년 됐고요. 다섯 살 된 딸이 하나 있어요. 시댁 식구들과 함께 살고 있고요. 쭉 공부하면서 대학원을 진학했고, 그 사이에 어찌 어찌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배워서 머리로 알고 있던 제 삶과 지금 현실의 괴리감이 굉장히 크고, 비혼으로 살고 있는 친구들과 비교되는 측면도 있고… 그리고 또 결혼을 했기 때문에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제약은 확실히 생겨요. 그것에 대해서 답답하기도 하고요. 나만 이런가? 내가 잘못했나?"

서경주(아래 서) : "저는 결혼했다가 파기한 지 10년이 넘어서 굉장히 묵은 감각을 되살려내서 이야기해야 할 입장이고요, 아이 둘을 키우고 결혼을 파기한 이후 많은 새로운 일에 도전해왔어요. 그래서 만족스럽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영지(아래 이) : "저는 결혼을 하면서 '내가 여자구나. 이 사회에서 이등시민이구나' 라는 걸 처음으로 굉장히 적나라하게 느꼈어요. 여성들은 보통 취업할 때 차별을 많이 느낀다고 하는데 명확하게 내가 여자라서 당한다는 생각은 못했던 거 같아요. 그냥 내가 스펙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다면, 결혼을 하고 나니까 남편하고 나는 똑같은 사람인데, 양가에서나 사회에서나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다른 거예요. 그래서 결혼하고 초기에 갈등을 굉장히 많이 겪었고요."

김지은(아래 김) : "이미 시댁이라는 잘 짜여 진 틀 안에 나만 들어가니까 나만 조용하면 되는 느낌? 근데 남편이라는 사람은 그런 걸 해본 적도 없고 한 번도 해야 된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내가 항상 말해요. '나는 몰라. 너네 식구를 모르고 너네 가족을 몰라. 그러니까 네가 나한테 시간을 줘야 돼' 하는데 그 말의 의미 자체를 모르는 게, 자기가 그런 불편이나 차별이나 이등시민이라는 걸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어요. 남편도 착하다면 착하지 나쁜 놈이 아닌데도 그런 걸 생각해보거나 공감해본 경험 자체가 없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서 : "결혼 하면 바로 떠오르는 감정이 답답함이에요. 숨막힘. 저는 굉장히 자유분방한 성격이고 호기심이 많고 또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요, 결혼을 하면서 상대방의 가족과 1년 정도 같이 살아야 했던 상황이었어요. 그 속에서 제가 가졌던 개인의 특성을 아주 작게라도 드러내면 굉장히 위험하게 평가되는, 그래서 행동이나 말을 하기가 되게 어려웠어요.

그런 와중에 만 1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았고, 엄청난 일이 벌어지더군요. (남편이) 아기가 우는 소리가 안 들리는 건지 못 듣는 건지, 아니면 못 듣는 척 하는 노력을 굳건하게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의 연속. 저는 잠이 많은 편인데 잘 수 없는 그런 상황이 계속되고, 육아에 대한 부담이 온전히 저에게만 오는 상황, 심지어 저의 가족조차도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수용하는 상황. 그런 것들이 견디기 어려웠고, 그래서 답답함, 숨막힘이 떠올라요."

김 : "결혼하니까 저 스스로가 성역할을 굉장히 열심히 수행하는 거예요. 나도 모르게 예쁨 받는 며느리에 대한 상이 있더라고요. 평소에는 남편이 설거지 같이 하거든요. 근데 시어머니가 있으면 같이 하는 걸 싫어 할 거라 생각해서 '저리 가, 가서 무거운 거 들 때 와' 이렇게 하고. 사실 시어머니는 맏며느리 노릇을 오래 해서 집안일을 많이 안 하기를 바라요. 근데 너무 웃긴 건 여자들은 관계에 더 예민해져서 어머니 서열에서 부끄럽지 않게 하기 위해서 설거지 더 열심히 하는 거예요.

나는 주방에서 나름의 정치를 하는데, 남편들은 '나 결혼했어. 효자아들 됐어, 효자아들 북돋아주는 며느리 데려왔어. 우리 집은 화목해'가 되면서 내가 주방에서 힘들게 하고 있으면 눈치 없이 '아니 숙모들이 한다고 하는데 너 하지 마' 이래요. 그러면 '너나 제발 그런 말 하지 마'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남편이 전화하랄 때마다 뒤통수 맞는 기분"

박진희(아래 박) : "기본적으로는 시댁에 갔을 때 부엌에 계속 있어야 하고 좌불안석인데 남편은 저희 부모님 댁에 왔을 때 그렇지 않거든요 그냥 앉아있죠. 편하게. 제일 쇼킹했던 게 시가가 시골이었거든요. 첫해 명절에 부엌에 혼자 있는 상황인데 세제가 얼어있는 거예요. 그걸 젓가락으로 휘저어봤는데 안 되는 거예요. 근데 남편이 그때 고개를 딱 내밀고 '아직도 안 끝났어?' 이러는 거죠. 아우 그때 진짜 죽였어야 했는데(웃음). 근데 그때는 '쟤가 왜 나를 안 도와주지?' 이런 마음이 컸어요."

강 : "저희 어머님이 어디 여행을 가신다거나 그러면 저희 신랑이 저한테 '엄마 어디 출발하셨다는데, 잘 도착하셨나 전화 해봐' 이렇게 요구를 하는 거예요. 근데 저는 살면서 한 번도 우리 엄마 아빠한테 전화 해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 남편이 요구를 할 때마다 뒤통수를 얻어맞는 기분이에요. 전화하라는 소리 진짜 많이 해요. 심지어 본인이 하고 저한테 또 따로 하라는 거예요. 바꿔주면 될 걸 그게 아니라는 거죠."

김 : "시댁에 전화를 할 때, 얘가 훨씬 나보다 위에 있다는 느낌을 그때 받아요. 자기가 하면 되잖아요? 근데 나한테 전화하라고 하면, 내가 어머니한테 이쁨을 받게 하기 위해서 자기가 나를 배려한 느낌이에요. '나보다는 네가 해야 좋아하니까 네가 해' 계속 저한테 그렇게 얘기해요. 나를 배려해주는 척을 하는 거예요. 진짜 본인이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 약간 아래로 본다는 거죠. 고부관계를 해결해주는 역할. 전화 자체를 하기 싫어서 아니라, 내가 남편 밑에 있다는 느낌이 싫은 거예요. '네가 나를 그딴 식으로 배려 안 해도 둘이 알아서 할 거니까 네 전화는 네가 하세요' 이런 마음이 생기는 거지."

"남들은 다 쉬러 친정에 간다고 하지만..."

유정은 : "저는 명절 때 친정도 안 가요. 왜냐하면 저희 아버지가 이혼하셨거든요. 저희 아버지가 너무 가부장적인 사람이라, 친정을 남들은 다 쉬러 간다고 하지만 전 아빠 밥을 또 차려야 돼서 그게 싫거든요. 그래서 저는 명절이 아닐 때 친정에 가고 명절 때는 시댁에 친정 간다고 하고 집에 와서 신랑이랑 쉬어요."

김 :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친정이, 원 가족이 정말 좋아서라기보다 '너네 집에 가서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데, 나도 뭐라도 해주고 싶어 너네 부모만 소중해? 우리부모도 소중해' 이런 마음인 거죠. 효도도 공평하게 나눠서 하고 싶고. 나름 그걸 동등하게 하고 싶은 거예요."

본 집담회에서 결혼 년차, 자녀 유무, 직업 형태의 차이점과 상관없이 모든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했던 것은, 결혼과 함께 여성에게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역할'에 대한 이야기였다. 남편과 아내 혹은 시어머니-며느리라는 구도가 만들어내는 개별적 갈등이 아닌, 가족제도 안의 불평등에 대해 우리는 다시 질문한다. 평등한 개인으로 관계 맺기가 불가능한 문화 안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 줄 수 있을까?

연재 기사 목록
결혼제도를 묻다 ① -기혼여성집담회
"결혼을 하고, 내가 이등시민이란 걸 적나라하게 느꼈어요."

결혼제도를 묻다 ② -기혼여성집담회
"딸이 커서 엄마처럼 되고 싶다고 말하면 마음이 덜컥해요"

결혼제도를 묻다 ③ -기혼남성집담회
"페미니스트가 아닌데 착한 남편이란 건 불가능하죠"

결혼제도를 묻다 ④ -비혼여성집담회
진행 예정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최원진님은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소속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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