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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이민 와서 가장 좋은 점은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삶과 일의 균형입니다.

'Work and Life Balance' 라고 하죠.

한국 사회는 아무래도 군대 문화가 사회 깊이 그리고 넓게 뿌리 박혀 있는 터라 어디를 가든 계급 사회를 경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통계상으로 보면 OECD 국가 중 한국의 노동시간은 년간 2113시간으로 멕시코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반면 유럽에서 적게 일하는 나라로 여겨지는 독일의 경우 1371시간으로 한국의 거의 60%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임금은 세금 전 기준 한국의 거의 1.5배 수준으로 시간당 임금을 따지면 거의 2배 넘게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죠.

언뜻 보면 적게 일하는데 돈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가능한 바탕에는 한국과 다른 독일의 직장 문화가 존재합니다.

실제로 필자는 독일 회사에서 근무를 하면서 한국 근로 문화와 많은 차이점을 직접 느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근무 방식이 낯설었지만 지금은 work and life balance를 맞추며 즐기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한국과 다른 독일의 근로 문화 및 회사 분위기에 대해 하나씩 나열해봅니다.

① 그룹보다는 개인 업무 위주, 재택 근무의 유연함

대부분 한국의 업무는 그룹 단위로 돌아가는 편입니다. 아마 이는 민족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아시아의 경우 개인보다는 단체 생활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아시안 기업들을 보면 그룹 단위의 프로젝트가 대부분인 편이죠. 주로 선배 1명에 후배직원 여러명이 한 파트(part)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 독일 회사는 조금 다릅니다. 아무리 윗사람이라도 본인의 고유 업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모든 직원이 다 개인의 업무를 가지고 있으며 일을 혼자 처리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 회사를 보면 팀장이 부하 직원에게 "사장님 보고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언제까지 해오세요" 이렇게 시키는 반면 독일 회사는 대부분 팀장 혼자 스스로 자료를 거의 만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개인 위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그룹 프로젝트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많이 낯선 환경이고 인간적이지 못한 회사 문화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개인 위주의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남의 업무가 잘되는 말든 내 일만 잘하면 회사에서 인정 받는 문화이기 때문이죠.

어떻게 보면 차가운 문화이지만 이런 개인 위주의 업무 진행이기 때문에 칼퇴근도 가능하고 내가 업무량을 조절가능하기에 휴가도 마음껏 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택 근무가 자유로운 독일 회사 문화
 재택 근무가 자유로운 독일 회사 문화
ⓒ 최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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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 금지

대부분의 독일 회사는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만약 직원이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다가 피로함을 못이겨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면 그 모든 법적 책임은 직장 상사에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독일 회사에서는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을 막기위해 첫 입사시 교육을 시키며 가끔 10시간이 넘게 되면 인사팀에서 해당 그룹장에게 연락이 갑니다.

"부하 직원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게 하지마라!"

물론 가끔 8시간 이상 일을 하기도 합니다. 독일 회사도 회사인지라 매일 정확히 8시간만 일하고 하던 일을 멈추고 퇴근하지 않죠. 가끔 8시간이 넘게 되면 이후 시간들은 추가 근로 시간으로 쌓이게 되며 이후 이 적립된 시간들은 그룹장과 상의 하에 휴가로 대체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긴하지만요.

하지만 독일 회사는 야근은 많지 않으며 대부분 8시간 근무를 하고 자기 출근시간에 맞춰 퇴근도 조절해서 하는 편입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칼퇴근을 하면 일이 없냐고 핀잔을 주거나, 상사가 퇴근해야 퇴근할 수 있는 상황인데 말이죠. 여기 독일 회사에서는 상사와 회의 하다가도 8시간이 되면 회의 그만하자고 하면서 바로 퇴근하는 직원도 봤습니다. 물론 상사도 전혀 당황하거나 훈계하지 않습니다

③ 주말에 일하려면 심지어 시청 허락받아야

한국 기업의 경우 어떤 회사는 주말에 출근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회사도 있죠? "일이 바쁜데 당연히 나와야 하는것 아냐?"라고 상사가 말하면 주말에 아이를 돌봐야 하는 워킹맘들의 마음은 정말 말로 할 수 없이 슬픈데요.

얼마 전 한국에서 아이 3명 키우는 공무원 워킹맘이 심한 야근과 주말 근무에 못이겨 주말에 출근해서 가슴아프게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런 분들이 한 두명이 아닐 겁니다. 작년 일본에서도 한동안 이슈였던 "과로사" 기사에서도 보면 신입 여직원이 엄청난 업무와 야근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독일 회사 동료들에게 물어보면 여기 독일에서는 거의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위에서 말했듯이 독일 회사는 야근을 거의 안하는 편인데다가, 주말 근무 또한 극히 드문 일입니다. 

물론 회사가 바쁘면 가끔 주말에 일을 해야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때 그룹장은 자원자를 미리 선발합니다.

"정말 미안한데 이번 토요일에 몇명만 나와서 일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누구 있나요?"

가끔 결혼을 안 한 미혼 직원들이나 추가 수당을 벌고 싶은 직원들은 지원하는 편이지요.

이렇게 지원자를 받으면 회사마다 다르지만 그룹장은 회사 임원에게 승낙을 받은 후 일을 시켜야 합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임원의 승낙 없이는 주말에 직원을 출근시킬 수 없습니다.

일요일 근무는 더욱 힘듭니다. 일요일에 직원을 일을 시켜야하는 경우 해당 시 관할청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그만큼 근로자들의 건강, 스트레스, work and life balance를 독일 정부에서 직접 챙기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설령 일요일에 집에서 쉬고 있는데 상사로부터 전화가 오더라도 당연히 받지 않는 것이 바로 독일인들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④ 휴가는 변명 필요 없이 자유롭게 사용

"부장님 저 내일 휴가 좀 쓸게요.."
"김 과장 지금 제정신이야? 지금 얼마나 바쁜데 말이야.."

아마 한국에서는 위 상황이 전반적인 분위기일 것 같아요. 연차가 1년에 15개가 있지만 15개를 다 쓸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휴가를 쓰기 위해서 가끔은 변명을 대기도 하죠. "저 몸이 좀 아파서.."혹은 "아이가 아파서 돌봐야할 것 같아요" 아마 이런 변명이 유부남 혹은 유부녀들의 흔한 휴가 변명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여기 독일 회사에서는 변명 따위 필요 없습니다. 독일 회사에서는 심지어  "내일 우리 아이 생일이라 생일 파티 준비해야해서 출근 못해요"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독일 회사에서 휴가는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이며 개인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나라에서 사생활을 즐기는 데 사용하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1년에 30개 정도 휴가가 주어지는데 모든 직원이 30개를 다 사용하며 한국처럼 남은 휴가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은 없습니다.

육아 휴직 또한 자유로워서 남편도 와이프가 출산을 하게 되면 최소 1달을 쉬는 편입니다. 육아를 굉장히 중요시하는 독일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면입니다. 신혼여행은 대부분 2주는 기본으로 사용하고 심지어 2달을 가는 경우도 봤습니다.

1년 휴가를 꼼꼼히 계획하는 독일 근로자들
 1년 휴가를 꼼꼼히 계획하는 독일 근로자들
ⓒ 최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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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회식은 강제가 아닌 자율참석! 그리고 내가 마실만큼만!

한국은 아무리 바빠도 회식은 꼭 하죠? 과도한 업무량으로 피곤해도 부장님이 회식을 하자고 하면 강압적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데요 회식 자리에서도 윗사람이 술을 주면 술을 못마셔도 억지로 마셔야하는 이 상황이 참 힘들기만 합니다. 특히 워킹맘들에게는 참 곤욕일수 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독일 회사는 회식이 거의 없습니다. 퇴근후 각자 사생활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누군가 내 퇴근 이후의 시간을 건드리는 것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간혹 회식이 있다고 하면 한달 전부터 미리 공지하는 경우도 많으며 공지 메일에는 개인 약속이 있으면 참석 안해도 된다는 문구가 많이 달리는 편이지요.

심지어 아이와 놀고 싶다고 회식에 참여 안 하는 직원들도 많습니다.

회식에 참여했더라도 술은 절대 권하지 않으며 먹다가 자유롭게 회식 중간에 집에 가는 문화이기도 합니다.

자율 참석, 내가 먹을만큼만! 독일 회식 문화
 자율 참석, 내가 먹을만큼만! 독일 회식 문화
ⓒ 최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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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감기 걸리면 휴가 사용 없이 회사 결근 가능!

독일은 근로자의 건강을 최우선시하는 편이라 조금 몸이 안 좋은 경우라도 집에서 푹 쉬는 것을 권장합니다.

그래서  감기가 걸리거나 몸이 안 좋은 경우에는 출근하지 않습니다. 출근한 경우에 몸이 안 좋은 것 같으면 바로 집에 갑니다. 한국인들에게는 이해가 안되죠?

독일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이때는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도 쉴수가 있어요. 최장 3일까지는 휴가 사용 없이 쉴 수 있으며 3일이 넘어가는 경우에도 의사 소견만 제출하면 휴가 없이도 1주일 이상 쉴 수 있습니다.

100% 정상이 아닌 컨디션으로 출근하면 그만큼 일에도 손해가 있다는 것이죠. 차라리 1~3일 정도 푹 쉬고 정상인 몸으로 출근을 하면 더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푹 쉬고 100% 컨디션으로 일을 진행하라."

몸이 안좋으면 휴가 사용 없이 회사 결근하는 독일
 몸이 안좋으면 휴가 사용 없이 회사 결근하는 독일
ⓒ 최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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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어떠신가요? 한국인이 처음 독일 오면 문화 충격 받을만큼 한국 회사 문화와 다른 점이 참 많죠?

독일도 한때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 국가로 전락하면서 주 6일 출근하는 힘든 노동 문화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을 이루면서 주 5일제 근무가 정착이 되었고 야근 문화도 그렇게 없어지게 됐습니다.

독일은 몇 시간을 일했느냐보다 효율을 중요시하고, 직원들도 이 기준에 맞춰 일합니다. 상사 눈치 보며 퇴근을 미루고 야근하는 사람, 주말에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독일 상사들은 야근한다고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능력한 사람으로 여기는 편입니다.

이제 한국도 어느 정도 경제 성장을 이룬 만큼 회사보다는 가정을 뒤돌아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이 소망이 실현되기 어렵습니다. 정부의 노동 환경 개선과 대기업 경영진들의 마인드 전환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태그:#독일 회사, #독일 회사 문화, #독일 재택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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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직장 생활하고 있는 딸바보 아빠입니다^^ 독일의 신기한 문화를 많이 소개해드릴게요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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