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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지켜보며 내내 10년 전인 2007년 대통령 선거가 떠올랐다. 온갖 도덕적 흠결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당한' 얼굴이 겹쳤다. 부디 오해는 없길 바란다. '체급'이 다른 마당에 송 후보자의 흠결을 이 전 대통령과 단순 비교하려는 건 아니다.

그때 가족들은 물론 주변 지인들에게 숱한 전화를 돌려대며 "이명박은 안 된다"며 낡은 레코드판처럼 노래를 틀어댔다. 아무리 출중한 능력이 있더라도 도덕적이지 않으면 종국엔 공동체에 해악을 끼친다는 사실을 온갖 역사지식을 끌어다 설명해댔다. 그러나 다 아는 바대로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며 어차피 될 사람을 밀어줘야 한다'는 단순 논리에 무릎 꿇으며, 소망은 허망하게 꺾였다.

TV에 '이명박 당선 확실'이라는 자막이 뜬 직후, 한밤중인데도 부러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폭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자신의 호주머니에 만 원짜리 한 장 찔러 넣어줄 거라는 헛된 바람에 사로잡혀, 공동체적 윤리에 흠집을 내고 스스럼없이 자신의 양심을 팔아버린 국민들이라며 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탄식했다. 주지하다시피, 그런 '불길한'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듣자니까, 송 후보자의 능력은 여러 도덕적인 흠결을 덮고도 남을 만큼 출중한 모양이다. 장삼이사의 깜냥으론 그의 능력을 검증하거나, 그렇게 판단한 여러 전문가들의 식견을 팩트체크 할 능력은 못 되지만, 도덕성과 '유체이탈'된 능력의 실체에 대해 다시 한 번 의문을 갖게 한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눙침에 맞섰던 꼭 10년 전 그때처럼.

"일반 서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가 있다."

대형 로펌과 방위산업체로부터 거액의 자문료를 받은 것에 대한 송 후보자의 해명이다. '솔직 담백'하게 내뱉은 이 짧은 한 문장에 '멘붕'을 겪어야 했다. '그들이 사는 세계'와 '일반 서민들이 사는 세계'가 서로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고백한 셈인데, 요 며칠 동안 이 말은 일반 서민들의 인구에 회자되며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내고 있다.

상류층의 내면화된 특권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고심 끝에 추천한 장관 후보자라면, 적어도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특권을 누려온 이들을 철저히 배제했어야 옳다. 스스로 '일반 서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특혜를 받았다고 밝힐 정도라면, 지난 겨울 촛불 광장에서 지목된 대표적인 적폐 청산 대상일 뿐이다.

그는 월 3천 만 원의 자문료를 '약간의 활동비'로 표현했다.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지만, 내 주변에는 연봉 3천 만 원을 받아보는 게 평생소원이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에게 그의 말이 어떻게 들렸을까. 그가 챙긴 천문학적 자문료도 직간접적으로 국민의 세금과 연관되어 있을 터, 연봉 3천 만 원을 꿈꾸는 이들이 내는 세금으로, 그에게 월 3천 만 원을 지급한 것이라고 한다면 억측일까.

얼마 전 너무 많은 강사료에 부담스러워 잠을 못 이룬 적이 있다. 이따금 외부의 초청을 받아 역사 강의를 나가곤 하는데, 기관마다 강사료 지급 규정이 달라 액수가 들쭉날쭉하다. 생계와 직결되는 것도 아닌데다 여러 사람들과 역사를 소재로 만나는 자리가 그저 즐거워서 미리 계약서를 쓰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나중에 통장을 확인한 뒤에야 깜짝 놀라곤 한다.

통장엔 시간 당 강사료가 무려 15만 원이나 찍혀있었다. 비록 강의를 준비하고 자료를 제작하느라 서너 시간을 쏟아야 했지만, 고작 한 시간 강의에 이 정도 액수는 과한 것이라 여겼다. 지역마다 학교마다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을 하며 받는 시간 당 강의료는 보통 2만5천 원에서 3만 원 정도다. 그에 견준다면 다섯 배도 훌쩍 넘는 액수다.

사실 3만 원짜리 방과 후 수업을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은 불편했다. 대학에 간 제자들이 이따금 찾아와 들려주는 알바의 현실 앞에서 편할 리 없다. 시급 6천 몇 백 원에 대학 공부를 저당 잡혀야 하는 그들의 팍팍한 일상과 비교되어 괜스레 죄 짓는 느낌이 든다. 더욱 수업 준비에 최선을 다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그들보다 다섯 배나 더 많은 돈을 받아야 할 만큼 고된 일인가에는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통장에 찍힌 15만 원은 알바가 하루 종일 꼬박 일해야 벌 수 있는 거금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결국 부담에 못 이겨 그 중 10만 원을 떼어 한 시민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송 후보자에게는 손주 저금통에 뎅그렁거리는 '푼돈'조차 못 될 테지만, 대다수 서민들에게는 내 강사료조차 부러움에 입이 딱 벌어지는 큰돈이다. 물론, 송 후보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다.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운전 경력에도 아무런 문제없이 승승장구한 것 역시 '젊은 시절 한 순간의 실수'라고 눙칠 수 없는 특혜다. 나아가 또다시 음주운전에 단속되어 인맥을 동원해 무마하려했던 의혹이 불거지며 그런 변명조차 무색해졌다. 술에 관대한 사회에서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고 항변할지도 모르지만, 그의 몸에 밴 특권의식은 치유하기 힘든 병처럼 보인다.

참고로 교사를 비롯한 공무원들은 이른바 '원 스트라이크 아웃' 규정을 적용 받는다. 음주운전에 적발되면 혈중 알코올 농도에 따라 중징계를 받게 되며, 두 번째 적발되면 해임 처분까지 각오해야 한다. 이를 준용한다면, 그는 장관 후보자로 나서기는커녕 진작 퇴출되었어야 인물이다.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둘러댈 테지만, 과연 부하 공무원들에게 제대로 영이 설까. 

"21세기 대한민국이 저 옛날 봉건시대 왕조보다 못한 나라인 거네요."

송 후보자의 큰 딸이 아버지와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뉴스에 아이들이 하나같이 보인 반응이다. 한국사 수업시간 한창 '상피제'에 대해 배우는 중이다. 참고로 '상피제'란 고려와 조선시대에 일정한 범위 내의 친족 간에 같은 관청이나 지역, 업무상 인접한 곳에서 함께 근무할 수 없도록 법으로 강제한 제도다. 권력의 집중과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법적 장치인 셈이다.

아이들은 그가 큰 딸의 능력 유무와 상관없이 응시를 막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응시 자격을 운운하기 전에, 같은 직장에 지원하는 딸이나, 그걸 용인하는 아버지나 개념이 없기는 마찬가지라며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며 비아냥거렸다. 그러면서 청문회가 아니었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거라며, 이런 경우가 어디 송 후보자 한 명뿐이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요컨대, 언론에 오르내리는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적 흠결은 모든 국민의 선한 양심과 도덕적 감수성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친다. 우리 손으로 뽑았으니 누굴 탓할까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물어야 할 '죄'는 '용산 참사'나 '4대강 사업'이 아니라 '당선' 그 자체에 있다. 다들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 문구에 현혹되어, 돈을 위해서라면 웬만한 흠결은 눈 감고 마는 천박한 사회 분위기는 그렇게 확산되어 왔다.

우리 국민이 문재인 정부에 여전히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는 건 지금껏 우리가 봐온 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장삼이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권위적이지 않고 특별할 것 없다는 데에서 오는 친근함이 아이러니하게도 개혁 추진의 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보더라도, 문재인 정부에 송 후보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인사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군인으로서, 빛나는 가문의 후예로서 양심껏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해왔다"고 자부했지만, 되레 아이들조차 이렇게 반문하고 있다. "당신이 말하는 '양심'과 '정직'이 우리가 배워 알고 있는 그것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아요." '일반 서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에서 살아온 그가 지킬 국방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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