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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 단지 A동. 이 동 최상층 2개 호에서 경찰공무원 임용 준비 기숙형 스터디클럽이 운영돼 논란이다.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 단지 A동. 이 동 최상층 2개 호에서 경찰공무원 임용 준비 기숙형 스터디클럽이 운영돼 논란이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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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내에 경찰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한 기숙형 스터디클럽을 운영하는 건 불법일까, 아닐까. 이를 두고 아파트 주민들과 업체 측 간의 논란이 일었다.

아파트 거주민들은 "주거용 아파트에서 기숙 학원 형태의 상업 행위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하는 한편, 스터디클럽 대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행위다, 주거 시설에서 상업 행위를 못 하게 하는 법은 없다"라고 반박한다.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은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이 제한하는 인원 수(동 시간대 10명 이상) 미만이므로 학원법 저촉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 단지 A동. B스터디클럽은 지난해 12월부터 A동 최상층 2개 호를 임대해 스터디클럽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각 호 70평(231㎡)가량이며, 복층형 구조다.

"주거시설에서 학원 운영하는 거냐" vs. "학원 아니다, 위법 없다"

B스터디클럽 누리집에 따르면, 이 업체는 10개월(종합)·6개월(심화)·3개월(문제풀이)·2개월(방학 중 대학생 대상) 과정을 모집했고, 스터디클럽 정회원에게는 월 139만 원의 회비를 받는다. 정회원으로 가입하면 숙식 제공, 학습 관리, 공무원시험 강의 이용권, 모의고사 제공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 업체는 스스로 '소수정예 기숙학원형 경찰스터디 클럽'이라고 홍보한다.

같은 동에 거주하는 C씨는 스터디클럽의 운영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C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주거용을 사용되는 아파트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라며 "층간 소음뿐만 아니라 식사 시간 대 음식 냄새가 심하게 풍기고, 아파트 공용시설을 학생들이 단체로 와 이용하는 등 주민들의 피해가 크다"라고 주장했다.

이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는 B스터디클럽 운영 사실을 지난 2월에 인지했다. 주민들의 민원 제기 때문이었다. 이후 지난 5월 30일과 6월 28일 열린 입주자대표자회의에서 주민들은 '영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B업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맞받았다.

하지만 지난 28일 입주자대표자회의 당시 B업체 대표 D씨는 "9월 2일 이후 방을 빼겠다"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공무원시험 예정일인 9월 2일이 지난 뒤 이 아파트 단지 내에서의 스터디클럽 운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교육청의 판단은? "현장 점검 당시 10명 미만이라 학원법 규제 대상 아냐"

B스터디클럽 누리집.
 B스터디클럽 누리집.
ⓒ B스터디클럽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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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스터디클럽 대표 D씨는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스터디클럽이 학원은 아니기 때문에 교육청 등에 인허가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행위는 사적인 계약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스터디클럽 운영은 위법 사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어린이집 등도 주거지에서 상업 행위를 하지 않느냐, 주거 지역 내에서 상업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법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쟁점은 B스터디클럽을 학원으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다. 학원법과 동 법 시행령 상 학원은 "사인(私人)이 같은 시간 대 10인 이상의 학습자 또는 불특정다수의 학습자에게 30일 이상의 교습과정에 따라 지식·기술·예능을 교습하거나 30일 이상 학습장소로 제공되는 시설"을 말한다. 관할 교육청인 용인시교육지원청과 경기도교육청은 '실정법상 B스터디클럽을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용인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6월 넷째주에 B스터디클럽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는데, 조사 결과 동 시간 대 학습자가 9명인 것으로 파악됐다"라며 "학습자가 9명이었기 때문에 B스터디클럽은 학원법이 규정하는 학원이 될 수 없고, 그에 따라 관련 법규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B스터디클럽 누리집을 보면 이곳이 학원임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 있다. 홍보 사진 등에 인터넷 강의를 시청하는 장면이 나오고, 홈페이지 항목 등에 '교수진 소개' 등이 바로 그것. 하지만 B스터디클럽 측은 이와 같은 방식이 교습 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B스터디클럽 대표 D씨는 "인터넷 강의 동영상을 함께 시청하는 건 교습 행위가 아니다"라면서 "한 곳에 모여 TV를 보는 것과 같다"라고 주장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 역시 이를 교습 행위로 해석하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2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B스터디클럽이) 실정법 상 규제 범위에 놓여있지 않다"라고 해석했다. 다만 그는 사견을 전제로 "B스터디클럽은 흔치 않은 사례다, 주거지역 내에서 학원 형태의 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아 보인다"라면서 "편법·신종수단 등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사례를 보다 면밀하게 파악해 교육부와 학원 정책 관련 회의를 할 때 보고할 계획이다, 법령 개정 여부도 검토할 수 있겠다"라고 말했다.

B스터디업체 D씨는 9월 2일 이후 이 아파트 단지에서 나갈 계획이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라면서 "하지만 더 이상 주민과 다퉈서 뭐하겠나, 날짜에 맞춰서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태그:#경찰공무원임용, #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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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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