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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교육청이 지난 28일 서울 동성고 대강당에서 '시험과 평가, 어떻게?'를 주제로 교육콘서트를 열었다.
▲ "시험, 이대로 좋은가?"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지난 28일 서울 동성고 대강당에서 '시험과 평가, 어떻게?'를 주제로 교육콘서트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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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를 '객관식 학력고사'나 '정시 확대'로 되돌리자는 분들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쓰나미'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나라를 포기하자'는 말과 같습니다. 쓰나미를 극복하려면 학생들에게 사고력을 키워 주어야 합니다. 선진국에서는 한국처럼 '객관식 수능'이나 '정답이 있는 논술'이 아니라 창의성에 초점을 둔 논술형 시험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지난 28일 서울특별시교육청 주관으로 열린 교육콘서트에서 중·고교 내신과 수능 선택형(객관식) 문항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대학 입시 과정에서 창의성과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는 평가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서울 동성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교육콘서트에는 초·중·고 학부모와 교원, 교육전문직 종사자 등 1600여 명이 참석했다.

서울시교육청이 28일 주최한 특강에서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이 객관식 수능시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 "4차산업혁명시대에 맞는 시험방식 도입해야" 서울시교육청이 28일 주최한 특강에서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이 객관식 수능시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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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장은 '시험과 평가,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특강에서 객관식 시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산업화 시기에는 대량생산에 필요한 매뉴얼적·제조적 지식이 필요해 암기·주입식 교육이 효과적이었지만, 응용·생성적 지식을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객관식 문항으로 창의적인 인재를 가려낼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업준비생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실망하고, 기업에서는 인재가 없다고 말한다"면서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담당할 수 없는, 인간만의 윤리의식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교육과정과 평가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처럼 기계적이 아닌,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능력을 전과목에 걸쳐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 소장은 객관식 수능 성적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대입 정시모집 찬성론자들도 비판했다. 그는 "정시모집은 김연아와 박태환 선수를 똑같이 달리기를 시켜 평가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라며 "영국 옥스퍼드, 캠브리지 대학 합격생들도 1등급을 받지 못하는 한국의 수능에서는 엉뚱한 능력을 측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입시험의 개선방안으로는 한국형 바칼로레아(논술형 수능) 도입을 제안했다. 이 소장은 "채점 공정성과 교원들의 준비 부족, 사교육 등을 걱정할 수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전과목에 걸쳐 논술형 입시를 실시한다"며 "우리도 수능을 논술형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이 말하는 논술형 수능은 현재 각 대학들이 제시문 독해에 초점을 맞춰 출제하는 논술이 아니다. 사교육의 암기식 문제풀이 수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고력·창의력 논술문제를 출제하자는 뜻이다. 이같은 형식은 하나의 교과과정에 수능, 내신, 논술, 비교과활동이 융합돼 있어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목표에 부합할 수 있다고 이 소장은 주장한다.

그는 "선진국의 IB(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 논술형 시험은 한 가지만의 정답을 요구하지 않으며, 고득점하려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 대입시험과 중·고교 내신을 논술형으로 전면개편하면 교수법, 수업 방식, 공부법도 바뀐다"고 말했다. 이어 "논술형 시험을 도입하면 책을 깊이 있게 읽고, 신문도 보고, 토론도 하고, 글도 쓰면서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창의력과 사고력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시험문제를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육과혁신연구소의 이혜정 소장.
▲ "시험문제 혁신 필요" 창의력과 사고력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시험문제를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육과혁신연구소의 이혜정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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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장은 "논술형 시험을 도입·확대하면 사교육이 근절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고액 족집게 과외나 문제풀이 학원은 없어질 것"이라며 "교육 관계자들이 선진국의 논술형 대입시험문제를 직접 살펴보고, 선진국에서 어떤 인재를 키우려고 노력하는지 참고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한 "객관식 문제가 아니면 공정하지 않다고 걱정할 수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수십 년째 아무런 문제없이 논술형 대입시험을 치르고 있다"고 조언했다.

이 소장은 일본이 2015년부터 IB 논술형 교육을 공교육에 도입한데 이어, 2020학년도부터는 현재의 대입시험을 사고력을 측정하는 형태로 전면 개편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객관식 시험은 시키는 일에 순응하게 하는 '식민지 교육'의 잔재"라며 "일본이 부강한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논술형 교육을 시작한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남교육청, 경기외고, 교육과혁신연구소, 카이스트가 공동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도 공개했다. 이 소장은 "충청남도 소재 고교 2학년 학생 89명에게 실험했더니, 내신성적 하위 학생 다수가 IB 논술형 시험에서는 상위권으로 올랐고, 반대로 내신 상위권이 IB 시험에서는 전혀 우수함을 나타내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면서 "현재의 객관식 내신은 창의력·융합력을 측정하는 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들이 창의적·사고력을 얼마나 갖췄는지 평가하는 일이 시급하다"면서 "선진국에서는 창의적 사고력을 전과목에서 논술형 시험으로 평가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물 만난 물고기'를 만드는 교육을 위해 지혜를 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서울대 교육학과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했고,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연구 조교수 등을 역임했다. 연구 내용을 기반으로 책 <서울대에서는 누가 A+을 받는가>를 출간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독서신문과 팩트올에도 기사를 보낼 예정입니다. 게재 여부는 아직 모릅니다.



태그:#교육, #IB, #논술, #수능,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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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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