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 상에 많은 주자들이 출루하더라도 그 주자들이 모두 홈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이건 모든 팀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너무 많은 주자가 루 상에 남은 채 공격이 마무리된다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수밖에 없다.

두산은 OPS(0.811) 부분에서 KIA와 함께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출루율에 있어서는 KIA(0.366)에 비해 3리 앞서는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두산의 위치는 5위와 승차없는 4위로 중위권 팀들의 거센 추격을 받는 상황이다.

마땅한 해결사 없는 타선, 주자 나가도 무용지물

 지난 1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8회말 1사 2루 두산 최주환이 좌익수 방향 적시 2루타를 때려내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8회말 1사 2루 두산 최주환이 좌익수 방향 적시 2루타를 때려내고 있다. ⓒ 연합뉴스


27일 잠실 SK전에서도 두산 타선의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났다. 상대 선발 박종훈을 상대로 매 이닝 주자가 루 상에 출루했음에도 김재환의 솔로 홈런으로 뽑아낸 단 한 점이 전부였다. SK 불펜을 상대로도 추격할 기회를 몇 차례 잡았으나 점수는 나오지 않았다.

10개의 안타와 3개의 볼넷, 김재환의 홈런을 제외하면 12명의 주자가 안타와 볼넷으로 출루했는데도 한 명도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 투수들이 압도적이었던 것도 아니다.

실제로 이 날 SK 선발 박종훈은 5이닝을 소화하면서 8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8탈삼진 1실점, 투구수는 108개로 완벽하다고 말하기엔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 투구 내용을 남겼다. 그러나 득점권 상황마다 힘 한 번 쓰지 못한 두산 타선이 박종훈을 도와줬다.

두산의 득점권 타율은 리그 7위, 또한 개인 기록을 보더라도 득점권 타율이 3할을 넘는 타자는 리그에서 단 네 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제 몫을 해주던 양의지(득점권 타율 .375), 민병헌 (득점권 타율 .294)은 손가락 골절상을 입어 당분간 경기에 나설 수 없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두산의 잔루 개수는 590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경기당 8.31개의 잔루를 기록한 셈이다. 또한 2사 이전, 1루 주자가 있는 경우는 총 639번이었으며 60번의 병살타를 기록했다. 확률적으로 따지면 9.4%로 KIA(9.3%)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다. 병살타는 비교적 많지 않지만, 결국 두산의 발목을 잡는 것은 잔루다.

타선의 기복, 결국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잔루

 지난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NC 대 두산 경기. 7회 말 1사 3루 때 두산 민병헌이 에반스의 안타로 홈인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NC 대 두산 경기. 7회 말 1사 3루 때 두산 민병헌이 에반스의 안타로 홈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두산 타선에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팀 타점 2위(391), 팀 타율 3위(.289), 팀 홈런 2위(81) 등 지표가 이를 말해준다. 지난주만 놓고 보더라도 5경기 동안 28득점, 경기당 5.6득점을 뽑아냈다.

타선 전체가 무기력하다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지금 상황에 대해선 두산 타자들이 생각해봐야 한다. 아무리 많은 주자가 나가봐야 결국 홈에 들어오는 주자가 많아야 이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야구이고, 지금 두산 타선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도 잔루를 줄이는 것이다.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다고 하지만 두산 타자들의 흐름이 완전히 나쁘지도 않다. 김재환, 박건우, 최주환 등 6월 한 달간 빼어난 활약을 펼친 타자들도 존재한다. 이들의 존재감이 돋보이지 않는 것도 잔루 때문이다.

타격의 부진을 놓고 '이게 다 잔루 때문이다'라고도 말할 수 없으나 지금 두산 타선의 상황은 '이게 다 잔루 때문이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OPS, 그리고 '잔루 1위' 팀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자료 출처 = KBO 기록실, 스탯티즈)
프로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