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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대 언저리
 셈대 언저리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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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방지기 : 신현훈 님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강송로73번길 8-2
 031-902-7837
 http://blog.naver.com/vertigo70
 https://www.facebook.com/vertigo7837
 여는 때
 : 11시∼22시 (월∼일)

어린이한테는 놀이가 밥이라는 말이 있어요. 어린이한테 놀이터를 마련해 주려는 어른들 손길이 꾸준히 있어요. 그러나 수많은 어린이는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놀지 못하기 일쑤예요. 학교랑 학원을 오가면서 시험공부에 얽매이기 일쑤입니다.

그나마 어린이일 적에는 놀이터라는 쉼터가 있으나, 푸름이로 접어들면 놀이터조차 없기 일쑤입니다. 열네 살 푸름이부터 열아홉 살 푸름이는 어디에서 마음껏 응어리를 풀거나 팔다리를 놀리면서 쉴 만할까요? 어린이 놀이터와 푸름이 놀이터가 넉넉히 있어야 아름다운 마을이 되리라 생각해요. 그리고 어린이와 푸름이뿐 아니라 어른 놀이터도 넉넉히 있을 적에 사랑스러운 마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책꽂이 한켠
 책꽂이 한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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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한켠
 책꽂이 한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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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14일부터 6월 18일까지 닷새에 걸쳐 서울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이라는 책잔치가 열렸어요. 2017년에는 이 책잔치에 출판사를 넘어서 전국 여러 고장에 깃든 마을책방(독립서점)도 함께했습니다. 마을책방은 출판사 자리처럼 칸막이를 세우지 않았습니다. 자칫 이곳은 어디인가 헷갈리거나 지나칠 수 있는데, 이곳을 눈여겨본 분이 있다면, 책잔치 큰마당 한쪽에서 맥주 기계를 놓은 자그마한 책방을 만났으리라 생각해요.

커피나 차가 아닌 맥주 한 잔을 들고 책잔치를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자리를 마련한 셈이라고 할까요. 책잔치를 돌아보며 흘린 땀을 맥주 한 모금으로 시원하게 털어낼 수 있다고 할까요.

서울도서전 책잔치에 맥주 기계를 놓은 곳은 <미스터 버티고>입니다. 2014년 2월에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문을 연 책방으로, 문학책을 깊이 다루어요. 이러면서 이곳 한켠에는 맥주 기계가 있습니다. 책방에서 책 한 권을 장만하고서, 책방 곳곳에 놓은 책상에 앉아서 느긋하게 맥주 한 잔을 마시면서 쉴 수 있습니다.

작은 창이 책꽂이 사이에 있어, 푸르게 우거진 기운을 살짝 엿볼 수 있다.
 작은 창이 책꽂이 사이에 있어, 푸르게 우거진 기운을 살짝 엿볼 수 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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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책을 안 사고 가볍게 들러서 여러 가지 책을 살피다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어제 살짝 살펴본 책이 마음에서 잊히지 않아 장만해 보려고 즐거이 찾아갈 수 있어요. 어른들한테 이 마을책방은 상냥하면서 느긋한 쉼터가 되리라 느낍니다.

모든 것을 밀어내어 모든 것을 새로 올린 경기도 고양시 일산입니다. 모든 것을 밀어내기 앞서 일산은 조용한 시골이었고, 모든 것을 밀어내어 새로 올린 일산은 매우 북적거리는 도시입니다. 고양시는 어느새 인구 100만을 넘었다고 합니다. 이 숫자는 아마 안 줄어들면서 더 늘어들리라 봅니다. 엄청나지요.

이 많은 사람들은 가까운 서울로 일하러 오가기도 하지만, 일산에 일터를 마련해서 그대로 지내기도 합니다. 새로 닦은 도시답게 거의 모든 길은 반듯하면서 넓습니다. 반듯하면서 넓은 길에는 자동차가 늘 빼곡합니다. 사람 숫자 못지않게 자동차도 많아서 골목에도 으레 자동차가 줄줄이 서고, 줄줄이 선 자동차 사이로 다른 자동차가 끝없이 오갑니다.

책방 곳곳에 책걸상이 있어서, 느긋하게 책을 누릴 수 있다.
 책방 곳곳에 책걸상이 있어서, 느긋하게 책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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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일산이라는 도시에서 책방 <미스터 버티고>는 이름 그대로 버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를 버티고, 삶을 버티며, 살림을 버팁니다. 도시에서 책 한 권을 마주하거나 사고파는 이야기를 버티고, 책 가운데에서 문학을 읽고 나누는 살림을 버팁니다. 이러는 동안 태어난 아이는 두 어버이를 버티어 주고, 두 어버이는 아이를 바라보며 책방을 버티어 줍니다.

혼자서 버티지 않습니다. 함께 버티는 길입니다. 책방과 도시가 버티고, 책과 책방이 버팁니다. 책방과 책방지기가 버티고, 책손과 책방이 버티어요.

버티는 힘이란 바로 문학이 우리한테 들려주거나 보여주는 힘일는지 모릅니다. 버티는 마음이란 바로 책이 우리한테 베풀거나 나누는 마음일는지 모릅니다. 책 한 권이 되어 준 나무는 숲에서 흐르는 바람을 도시 한복판에서도 살며시 맡거나 누릴 수 있도록 이끕니다. 책 한 권에 깃든 나무는 도시에서 복닥거리며 일한 사람들한테 마음을 달래 주거나 다독이는 쉼터 노릇을 합니다.

재미난 책꽂이 한켠
 재미난 책꽂이 한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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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한쪽
 책방 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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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에 있는 문학 전문 마을책방 <미스터 버티고>는 문학을 노래하는 시냇가라고 여길 수 있어요. 책방지기가 문학책으로 들려주려는 노래를 이 조촐한 곳에서 들으면서 살며시 쉬었다 가는 시냇가 같은 책방이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미스터 버티고>는 문학 전문 책방이지만, 책방 문간에는 그림책이 높다라니 꽂힙니다. 셈대 옆쪽으로는 만화책이 앙증맞게 꽂힙니다. 책방지기가 책손하고 마주하는 셈대에 둔 책꽂이에는 '책방지기 추천도서'가 꼼꼼히 꽂힙니다.

찬찬히 추려서 갖춘 그림책이 있으니 이곳이 어린이하고 푸름이도 사뿐사뿐 마실할 만한 쉼터가 되면서, 어른들 쉼터 구실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어른들도 문학책뿐 아니라 그림책하고 만화책을 새롭게 마주할 수 있고요.

우리는 오늘날 문학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오늘날 문학을 읽으면서 어떤 마음이 될 만할까요? 우리는 오늘날 마을책방으로 나들이를 다니면서 어떠한 책을 만나며 하루를 되새길 수 있을까요?

어느 분은 일산에 라페스타가 있다고도 말하고, 킨텍스가 있다고도 말합니다. 저는 일산을 바라볼 적에 일산에는 '미스터 버티고'가 있고 '알모'가 있다고 말합니다(알모 책방 이야기는 다음에 풀어놓겠습니다). 버티고와 알모를 모르는 분한테는 일산에 살거나 일산으로 나들이를 갈 적에 두 곳을 들러 보시면 일산을 한결 싱그럽고 이쁘게 만날 수 있답니다, 하고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마을책방은 도시 한복판에서 냇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그마한 시냇가라고 느낍니다.

책방 모습
 책방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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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모습
 책방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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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이 멋진 책방을 꾸리는 기쁨이라면?
"아무래도 좋아하는 책을 언제든 읽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가장 크죠. 사실 그것때문에 시작한 일이니까요. 그 외에 내가 좋아하는, 재미있게 읽은 책을 손님한테 추천하고, 손님도 재미있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무척 즐겁습니다."

ㄴ. 아름답다고 느끼는 손님을 한두 분 이야기해 주신다면?
"책방 오픈 초기에는 굉장히 인상적인 손님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많이 줄어들었네요. 제가 마음이 바뀌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인상적인 분들의 방문이 줄어든 건지 모르겠네요.

할머니가 자신이 읽지 못하면 아들 손자라도 읽겠지 하며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을 사갔던 일과, 라이더처럼 꾸미고 신문을 배달하는 할아버지가 아나키스트나 비전향장기수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사갔던 일이 기억에 남네요."

ㄷ. 10년째, 20년째, 30년째 <미스터 버티고> 앞모습은?
"최종적인 목표는 프랑스의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처럼 유명한 문학 전문 서점이 되는 것입니다. 저희 책방의 단골 고객이 작가가 되고 그 작가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되어 저희 책방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하지만 이는 먼 이야기이고, 그저 지금은 아르바이트 한 명을 쓰면서, 중소기업 사원 평균 연봉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자리에 앉으면 어떤 이야기가 흐를까요
 이 자리에 앉으면 어떤 이야기가 흐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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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책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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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 일산 이웃, 일산 바깥 이웃한테 <미스터 버티고>를 소개한다면?
"어디에 쓴 글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미스터 버티고> 책방은 2014년 2월 일산 백석동에 문을 연 20평 크기의 작은 책방으로, 7천여 권의 장서량 중에 약 70% 정도가 국내외의 소설로 이루어진 문학전문 서점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태어난 나라(언어권)별로 서가를 나누었고, 작가의 이름순으로 책을 진열하였으며, 인기 있는 영미, 일본, 한국 소설만이 아니라, 인도, 아랍, 체코, 스위스, 북유럽 등 세계 각지의 소설을 나라별로 골고루 갖추고 있으며, 한 작가의 책을 가능하면 모두 갖춘 작가 중심의 책방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딱딱하지 않은 직설적이고 단순한 추천 문구를 적은 띠지를 만들어 책과 함께 소개하는 것으로 나름 유명하답니다. 그리고 단순히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커피와 맥주까지 함께 팔고 있고, 작가들의 강연회나 낭독회도 꾸준히 개최하고 있으며, 특히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는 은희경 작가의 작품 낭독회를 정기적으로 열면서, 일산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저희 <미스터 버티고>는 버티고 버텨서 나중에는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같은 멋진 서점이 되는 게 목표랍니다."

똑바로 세우지 않고 살짝 눕힌 책꽂이를 놓았습니다. 책을 살피기에 한결 나은 얼개입니다.
 똑바로 세우지 않고 살짝 눕힌 책꽂이를 놓았습니다. 책을 살피기에 한결 나은 얼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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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옆문
 책방 옆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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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책이란, 책방이란, 마을책방이란 무엇일까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요. 책을 팔아서 주인이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책방이겠죠.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해야만 책방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현재 그런 단계는 아니지만요."

ㅂ. <미스터 버티고>에서 하거나, 앞으로 하려는 모임이 있다면? 이러한 모임에서 즐겁게 나누는 마음을 얘기해 주세요.
"특별히 모임을 주관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달에 한 번 은희경 작가님 낭독회를 열고 있습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읽고, 중간 중간 자신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자리인데, 호흡까지 들릴 정도로 작은 곳에서 해서 생각보다 울림이 큰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독자와 작가가 만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어서 만족하고 있고요."

셈대
 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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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대 밑 책방지기 추천책
 셈대 밑 책방지기 추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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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 '미스터 버티고'라는 이름이 떠오른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폴 오스터의 소설 제목입니다."

ㅇ. 책을 읽고 팔며, 책방지기로서 한국 책마을에 한 마디 해 보신다면?
"완전 도서정가제를 빨리 시행하라, 입니다."

ㅈ. 일산이 어떤 고장으로 나아가면 좋을까요?
"글쎄요. 그런 것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책을 좀 많이 사고 읽는 그런 곳이면 좋겠습니다."

이곳에서 '혼술세트'와 함께 책 한 권 누려 보셔요.
 이곳에서 '혼술세트'와 함께 책 한 권 누려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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ㅊ. 책을 읽는 즐거움이란? 마을책방으로 책마실 다니는 재미를, 아직 잘 모르는 이웃님한테 이야기해 주신다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한테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짓만큼 바보스러운 짓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읽으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재미를 모르는 사람한테 그런 재미를 느껴야 한다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고요. 그저 어느 한가로운 때 지나가다 가볍게 들러 차 한 잔, 맥주 한 잔 마시며 한 30분 책을 읽고 가는, 일주일에 한 번쯤은 그런 여유로움을 느끼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ㅋ. 문학전문 책방을 하시는 까닭이라면?
"좋아하는 장르여서 문학 전문 책방을 하는 것입니다. 책방을 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그래서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보람을 느끼는 그런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은 그런 욕망에서 시작한 일입니다."

ㅌ. 책하고 맥주는 얼마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유명한 '북바이북'이나 '퇴근길 책한잔' 같은 성공 레퍼런스가 있기 때문이죠."

책방 한켠
 책방 한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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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앞에서
 책방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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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 서울도서전에 함께해 보신 느낌을 말씀해 주셔요.
"다른 책방의 부스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데 비해, 우리 책방만 설렁한 걸 보면서 우리 콘텐츠가 고객들에게 별로 어필하지 않는구나 깨닫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찾아 주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나 고맙게 느껴졌어요. 평소 인상이 장사를 하기에는 다소 무뚝뚝하다는 말을 듣곤 했는데, 도서전에 참석하고 나서 고객들한테 친절하게 미소지어야 하겠구나 절감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http://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려요



태그:#마을책방, #책방마실, #미스터 버티고, #버티고, #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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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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