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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충남 홍성군 홍동 밝맑도서관에서는 홍성 지역 화폐 잎의 준비 모임이 열렸다.
 지난 27일 충남 홍성군 홍동 밝맑도서관에서는 홍성 지역 화폐 잎의 준비 모임이 열렸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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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부족해도 평화롭게 살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꿈이다."

홍성 사람 정영희씨의 말이다. 행정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말하지만, 그 결과는 토목 공사나 기업 유치를 통한 단편적인 경기 부양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지역 주민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경우도 드물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 내에서 생산된 상품을 지역 안에서 자체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발달된 유통망은 지역 내 소비를 가로막기도 한다. 좀 더 싼 가격에 들여온 '외지 상품'에 의해 지역에서 생산된 특산품이 설 자리를 잃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의 자체 소비를 이끌어내고,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대안으로 지역 화폐가 주목받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지난 27일 오후 충남 홍성군 홍동면 밝맑도서관에서는 '홍성 지역 화폐 거래소' 준비 모임이 열렸다.

지역 화폐란 특정 지역 안에서만 유효한 화폐이다. 가맹 계약을 한 지역 내 상점의 상품이나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품을 미리 산 지역 화폐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언듯 보면 상품권과도 비슷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지역 내에서만 소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국 어디서나 사용 가능한 상품권과는 다르다.  

이미 홍동지역에서는 '잎'이라는 이름의 지역 화폐가 사용되고 있다. 잎은 만원, 오천 원, 천 원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준비 모임의 취지는 이미 사용되고 있는 지역 화폐 '잎'을 좀 더 확장해 홍성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초기지 격인 화폐거래소도 홍동이 아닌 홍성읍에 만들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이동근 홍동마을활력소 사무국장은 "잎을 거래할 수 있는 화폐거래소도 홍동에서 벗어나 홍성에 만들 예정"이라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잎은 그대로 사용하되 앞으로 공모전을 거쳐 새로운 디자인의 잎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 화폐로 지역 노동력 사고, 쓰레기 줄이고

지역 화폐 잎의 준비 모임에 참성한 홍성 주민들.
 지역 화폐 잎의 준비 모임에 참성한 홍성 주민들.
ⓒ 이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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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역 화폐거래의 목적은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영희(홍성지역 화폐 카페 운영자)씨는 "이윤추구를 위한 지금의 화폐 대신 상호부조와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대안 화폐가 필요하다"며 지역 화폐를 통해 지역 상품뿐 아니라 노동이나 재능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물건을 하나 사거나 팔려고 해도 포장을 해야 하는데, 나중에 보면 모두 쓰레기"라며 "지역 내에서 생산된 물건을 사면 쓰레기도 확실히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생산된 물건만을 살 수 있는 지역 화폐가 쓰레기 문제도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성지역 화폐 '잎'은 아기 돌보기, 청소하기, 밭매기 등의 노동의 대가로 지불할 수도 있다. 또, 글쓰기 강의나 요리 강습 등의 강습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화폐 발행의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지역 화폐를 사용하는 사람이 없거나, 많지 않을 경우 지역 화폐는 자칫 쓸모없는 종잇조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홍성지역 화폐 준비모임은 배포한 자료를 통해 "우리 모두가 지역 화폐를 쓰지 않으면 지역 화폐가 종잇조각으로 변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반대로 우리가 지역 화폐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면 지역 화폐는 결코 쓸모없는 종이로 변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태그:#홍성 지역화폐 ,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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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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