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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유일한 독립영화관인 동성아트홀이 지난 26일부터 휴관에 들어갔다.
 대구의 유일한 독립영화관인 동성아트홀이 지난 26일부터 휴관에 들어갔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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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유일한 예술영화전용관인 '동성아트홀'이 재개관 2년만인 26일 경영난을 이유로 '잠정 휴관'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퇴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김주성 동성아트홀 대표(50, 광개토병원장)는 지난 25일 SNS를 통해 "대구의 시민들, 특히 젊은 학생·청년들이 예술영화 등 다양한 영화를 접할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 당장 안타까워 대구를 벗어나지 않고서도 영화를 접해서 다양한 경험들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주 단순한 열망만으로 동성아트홀을 운영해 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하지만 역시 예술영화관의 운영은 만만치 않았다"면서 "영진위에서 지원하는 예술영화지원금 사업이 재개되지 않다가 작년 예술영화유통 지원금으로 변형되어 겨우 지원되었다"고 덧붙였다. 휴관의 이유가 경영상 어려움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동성아트홀을 운영하기 위한 자구노력으로 많은 돈을 들여 리모델링을 했지만 수익으로 연결되는 일은 아니었다며 인수 당시보다 늘어난 인력과 보수 수준, 4대 보험, 시설물 유지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예술영화 지원금의 경우에도 집행이 늦게 이루어지고 극장 수입의 정체, 영화필름 부금 정산액의 증액 등의 부담으로 경영수지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부득이하게 내부 시스템 정비 등을 이유로 휴관 방침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영화를 계속 상영하기보다는 잠시 토론하고 논의를 모아나가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현재보다 더 나은 영화관의 운영을 위해서라면 잠시 쉬어가는 것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하지만 기존 직원들에 대한 불신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동성아트홀 인수로 인해 극장대표가 많은 정치적, 사회적 이득을 보았다는 시선이 전제로 깔려 있는 기존 직원들과 영화계 일부의 끊임없는 과도한 요구에 대해서 더 이상 수용하기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시선의 부당함을 나타내기 위해 향후 예술영화 상영을 재개관하더라도 동성아트홀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완전히 새로운 명칭으로 시작할 것이다. 동성아트홀의 명칭을 대한민국 영화계에 돌려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동성아트홀과 함께 운영해온 독립영화관 '씨눈' 휴관에 앞서 남태우 프로그래머를 비롯한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사직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직원들에게 SNS를 통해 공개채용 형식으로 새롭게 채용하겠다며 사직을 요구했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병원 직원이 동성아트홀 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7월과 8월 중 한두 달 정도 휴관을 하려고 한다"면서 "그리고 전체 직원 구성을 공개채용 방식으로 새롭게 채용하려고 한다"라고 적혀 있다.

지난 26일부터 휴관에 들어간 동성아트홀 입구. <노무현입니다> 포스터가 붙어 있지만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다.
 지난 26일부터 휴관에 들어간 동성아트홀 입구. <노무현입니다> 포스터가 붙어 있지만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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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가 현재의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새롭게 구성하겠다는 뜻을 나타내자 직원들은 물론 문화예술계 단체도 반발하고 나섰다. 동성아트홀 한 직원은 "우리들을 내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휴관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면서 "7월과 8월은 방학기간이고 오히려 성수기인데 휴관하려는 의도가 뻔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남태우(51) 프로그래머는 "카톡을 통해 여러 차례 공지했다"면서 "한두 달 쉬고 직원을 새로 뽑아서 운영하고 싶다는 것은 다 나가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남씨는 또 "사직서를 써야 퇴직금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면서 사직서를 강요하다시피 했다"고 덧붙였다.

남씨는 또 "영진위의 지원 결정도 났고 영화 <옥자>의 상영도 있어 지금 극장의 문을 닫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면서 "직원들이 많이 힘들다면 2달 동안 무급으로 쉬겠다고 했는데도 사직서만 요구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민예총 대구지회와 극단 함세상,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등 36개 단체로 구성된 '동성아트홀 폐관을 반대하는 대구지역문화예술단체'도 성명을 통해 "동성아트홀은 누구 한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라 대구시민들과 문화예술 종사자들이 공동으로 소유한 공공자산"이라며 폐관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들은 김주성 대표가 폐관의 이유로 경영악화를 설명한 데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영화진흥위의 지원금을 확보하게 되면서 수익이 엄청나게 상승했고 극장 경영이 위기에 처하기 전 정상운영 시기에 비해서도 2배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예술단체들은 일방적 폐관을 즉각 철회하고 직원들에 대한 권고사직 중단, 운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론의 장 마련, 민주적 운영, 잘못된 판단과 행동에 대해 김주성 대표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도 의견서를 보내 "최근 남태우 프로그래머를 포함한 기존 인력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은 저희들을 무척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면서 재고를 요청했다.

시네마테크협의회는 "예술영화관 동성아트홀의 역사를 생각할 때 이번 결정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며 "2015년 동성아트홀을 재개관할 때 대표님이 강조했던 일련의 말들과도 어울리지 않는 일이고 정의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동성아트홀과 독립영화관 '씨눈'이 함께 휴관에 들어가면서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가 오는 29일부터 7월 1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던 대구인권사무소 개소 10주년 인권영화제 시네마 수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잠정 연기됐다.


태그:#동성아트홀, #휴관, #집단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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