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타자기' 유아인, 병역 숨길거 없어요! 배우 유아인이 5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tvN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제작발표회에서 자신의 몸상태를 설명하며 병역에 관련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카고 타자기>는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 한세주(유아인 분)와 그의 이름 뒤에 숨은 유령작가 유진오(고경표 분), 한세주의 열혈 팬에서 안티 팬으로 돌변한 작가 덕후 전설(임수정 분)이 의문의 오래된 타자기와 얽힌 미스터리한 앤티크 로맨스 드라마다. 7일 금요일 오후 8시 첫 방송.

배우 유아인이 지난 4월 5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tvN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제작발표회에서 자신의 몸상태를 설명하며 병역에 관련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배우 유아인 씨가 골육종으로 군대를 면제받았다. 이번 판정은 네 번째 재검으로 나온 판정이었다. 신체검사를 네 번이나 받을 만큼 군 복무에 대한 의지가 있었고 병무청의 요구에도 성실히 응했다. 정당한 진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 창 꼭대기에 붙어 누리꾼들에게 두드려 맞고 있다.

엄청난 비난이다. 대체 뭐가 문제란 건가 싶어 수천 개의 악성 댓글 중 300~400여 개 정도를 훑어봤다. 비난 여론은 대충 세 가지 정도로 정리가 된다. 군대에 못 갈 정도로 아픈 사람이 그간 활발한 연기활동을 해 왔다는 점, 신체검사를 받는 기간에도 연기활동을 지속한 점, 그리고 소속사의 입장문에 일체의 사과가 없는 점….

나 역시 군 면제자이기에...

'시카고 타자기' 유아인, 병역 숨길거 없어요!  배우 유아인이 5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tvN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제작발표회에서 자신의 몸상태를 설명하며 병역에 관련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카고 타자기>는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 한세주(유아인 분)와 그의 이름 뒤에 숨은 유령작가 유진오(고경표 분), 한세주의 열혈 팬에서 안티 팬으로 돌변한 작가 덕후 전설(임수정 분)이 의문의 오래된 타자기와 얽힌 미스터리한 앤티크 로맨스 드라마다. 7일 금요일 오후 8시 첫 방송.

배우 유아인이 지난 4월 5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tvN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제작발표회에서 자신의 몸상태를 설명하며 병역에 관련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이에 대한 반박에 앞서, 일단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도 군 면제자란 사실을 밝혀두고 싶다. 나는 우울과 불안 등이 극심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다. 병원 치료를 받았고 의사로부터 '군대 절대 못 간다'는 말을 들었다. 신체검사 때 진단서를 제출했고, 군대를 면제받았다.

하지만 댓글을 읽는 내내 과거의 악몽이 떠올랐다. 나 역시 똑같은 비난을 받았었기 때문이다.'군 면제자라면서 멀쩡해 보이는 것', '군 면제자인데 직장생활 하는 것', 심지어 '군대는 못 간다는 녀석이 놀이공원에 가는 것'까지 비난 혹은 놀림거리였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나는 연예인이 아니니 일대일로의 비교는 어렵겠지만, 본질적으론 같다고 하겠다.

내가 가진 장애가 나라는 사람 전부를 정의하도록 둘 수는 없었다. 비록 병역은 면제받았으나 헌법이 요구하는 국민의 역할 중 내게 허락된 것들은 다 하고 싶었습니다. 영화 <타짜>의 대사, '나도 세금 내고 적금 들고 산다'가 내 꿈이었다.

그래서 나는 취직을 했다. 대부분 기업이 군 면제자의 입사 지원은 허락하지만, 면접 전형에서 군 면제 사유를 물어본다. 곧이곧대로 대답하면 합격할 수 없었다. 그러다 운 좋게도 '군대는 다녀오거나 면제받으셨는지'만 묻고 면제 사유는 묻지 않았던 딱 한 기업에서 합격통보가 왔다. 오래 다녔다. 열심히 했고. 당연히 세금도 냈다. 그렇게 번 돈은 재산권 행사의 공공복리 원칙에 어긋남이 없도록 사용했다. '아픈 사람'이었던 내가 '시민'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쉽지 않을 때도 있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석에서 군대 이야기는 피할 수 없는 주제였고, 둥그렇게 앉은 술자리에서 한 사람씩 자신 또는 자기 애인의 군 시절 이야기를 하다 내 차례가 왔다. 나는 내가 군 면제자임을 밝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 돌아오는 대답은 다 똑같다.

"왜?"

이 '왜'는 실례되는 질문이다. 신체 건장한 남성이라면 죄다 군대에 데려가는 나라에서 군 면제자한테 면제 사유를 묻는 것이 '실례'라는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비리 권력자가 아닌 이상 내 어딘가가 고장이 나 있으니 면제일 것 아닌가. 그걸 그렇게 태연히 물어보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다.

그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라고 하면 군 면제자에 대한 편견에 정신과 내담자에 대한 편견이 합쳐져 순식간에 이상한 사람 돼 버린다. 그 탓에 따돌림 비슷한 것을 당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한 십 년을 하고 나니 이제 요령이 생겼다.

"군대 어디 다녀오셨어요?"
"청와대 지하에 태권브이를 조종하는 특수임무를 맡아 비밀요원으로 복무했습니다. 그 이상의 정보는 기밀입니다."

유아인에게 가해지는 폭력적 시선

'백상' 나 유아인이야! 배우 유아인이 3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제52회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에서 팬들을 향해 손인사를 하고 있다.

배우 유아인이 지난 2016년 6월 3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제52회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에서 팬들을 향해 손인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각설하자. 유아인씨의 네 번에 걸친 신체검사 과정은 온 나라 국민이 지켜봤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에게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 부정한 힘'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의 병역 면제는 정당한 것으로 판단될 근거가 충분하단 얘기다. 결국, 그가 한 '잘못'이라면 심각한 지병을 무릅쓰고 배우 활동을 이어온 것에 불과하다. 자기 장애에 맞서 자기 인생을 열심히 산 것뿐이다. 이게 과연 사과할 일인가?

골 종양이라는 질병을 가진 젊은 배우가,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은 수많은 골종양 진단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기도 하다. 군 면제자라는 이유로 군 면제자다운 모습을 보일 것을 강요하지 마시라. 그건 차별이다. 정당한 이유로 군 면제를 받은 이들에 대한 차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나 역시 그랬다. 지금도 그렇다. 몸이 너무나 힘들지만, 이불빨래와 바닥 걸레질을 하고 출퇴근해서 직장에서 남들 보다 인정받으며 일하기 위해 노력한다. 저녁때는 트레이너 선생님과 운동도 한다. 화초도 키우고 칼럼도 쓰고 친구들 만나 술도 마신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남들만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들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여러분의 눈에 군 면제자들이 멀쩡해 보여도, 정당한 사유로 면제받은 이들은 말 그대로 사유가 있는 이들이다. 그리고 그 사유를 극복해가며 이 사회에서 유아인씨처럼 배우로, 나처럼 회사원으로, 혹은 다른 무엇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당신의 의심을 받고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물론, 이처럼 군 면제자를 향한 무차별적 비난은 군 복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 분노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이 분노의 방향은 병역을 통해 헌법상 국방의 의무를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한 이들에게 어떻게 정당한 보상을 줄 것인지를 논의하는 방향으로 풀어가야 한다. 군대 안 간 사람에 대한 해코지나 차별로 가서는 안 된다. 유승준씨의 군 면제가 연예인 군 면제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린 일이었다면, 이번 유아인씨의 군 면제는 병역을 마치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이행하였음에도 면제 혹은 보충역 판정을 받은 이들에 대한 비난은 부당한 것이란 사실을 나눌 수 있는 토론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나는 여전히 수면제 없이는 단 하루도 잠들 수 없고, 매일 네 봉지의 약을 먹어야 하지만 직장에서 인정받고 부모님 앞에 떳떳하며 동생 앞에서는 슈퍼맨이 되고 싶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것이고.

그러니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만이라도, 군 면제자들이 병역 외의 다른 의무들을 다할 수 있도록 편견을 거두어주시길, 아울러 이들이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당당히 해내는 모습을 도리어 더 반겨주시길, 간곡히 호소하는 바이다.

유아인 군면제 병역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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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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