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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 밑에 몸을 숨기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324-2호이자 멸종위기 2급인 수리부엉이.
 수풀 밑에 몸을 숨기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324-2호이자 멸종위기 2급인 수리부엉이.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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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금강에서 구조하지 못했던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인 수리부엉이가 강변에서 발견됐다. 119 구조대의 빠른 출동으로 구조된 수리부엉이는 탈진 상태로 동물구조의료센터로 옮겨졌다.

27일 이른 아침부터 찾아간 금강은 보슬보슬 안개비가 내린다. 지난 25일 공주보 상류 1km 지점에서 찾지 못한 환경부 지정 천연기념물 제324-2호이자 멸종위기 2급인 수리부엉이를 찾기 위해 동행중인 성가소비녀회 최다니엘 수녀와 가슴 장화로 갈아입었다. 

지난밤 세찬 비바람에도 강물은 여전히 탁하다. 물의 흐름이 사라진 강물엔 각종 쓰레기가 둥둥 떠다닌다. 모내기가 끝난 논에서 떠 내려온 개구리밥이 물가에 쌓여있다. 가슴까지 빠지는 강물을 걸었다. 오늘도 죽은 물고기는 간간이 눈에 띈다.

깊은 수심에 빠지지 않기 위해 물가 버드나무를 잡고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나뭇가지 지팡이에 의지하느라 최다니엘 수녀는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우산도 받치지 못하고 따른다. 갈대 뿌리 사이사이를 훑어가면서 샅샅이 찾았다. 곱게 뻗은 수초무더기가 보였다. 

갈색빛의 낯익은 생명체가 노려보고 있다. 노란 금색 눈의 수리부엉이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자꾸만 수초 더미 속으로 파고들었다. 더 이상 피하지 못하고 바르르 떤다. 곧바로 119에 신고를 했다. 이틀 전처럼 도망가지 못하게 수녀에게 자리를 지키게 했다.

구조대를 맞으러 키 높이만큼 자란 갈대를 해치고 국가지정문화제 명승 제21호 곰나루 솔밭으로 이동했다. 수풀에 숨어있던 고라니가 인기척에 놀라서 도망친다. 5분 만에 도착한 구조대를 이끌고 한달음에 물가에 도착했다.

천연기념물 제324-2호이자 멸종위기 2급인 수리부엉이를 포획하기 위해 구조대원이 다가서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324-2호이자 멸종위기 2급인 수리부엉이를 포획하기 위해 구조대원이 다가서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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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 밑에 몸을 숨기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324-2호이자 멸종위기 2급인 수리부엉이에게 망을 들이밀자 체념한 듯 스스로 들어간다.
 수풀 밑에 몸을 숨기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324-2호이자 멸종위기 2급인 수리부엉이에게 망을 들이밀자 체념한 듯 스스로 들어간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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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대원이 검은색 뜰망을 들이밀어도 꼼짝을 않는다. 망에 들어가고 나서야 날갯짓으로 야생성을 보인다. 손쉽게 잡힌 수리부엉이를 보던 구조대원은 "탈진한 상태로 보입니다.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빠른 시간 안에 병원으로 옮기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최다니엘 수녀가 말문을 열었다.

"이틀 전에 봤을 때는 덩치가 있어 보였는데 오늘은 유난히 작아 보이네요. 병원으로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엄마 품을 떠나서 잘 살아갈지 걱정입니다." 

이틀 전 100m 떨어진 거리에서 확인된 수리부엉이 두 마리 중 한 마리만 구조했었다. 찾지 못한 한 마리가 혹시나 변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돼 일손이 잡히지 않았었다. 구조된 수리부엉이가 치료를 받는 수의과 병원을 찾았다. 

구조된 천연기념물 제324-2호이자 멸종위기 2급인 수리부엉이의 상태를 구조대원이 사진을 찍고 있다.
 구조된 천연기념물 제324-2호이자 멸종위기 2급인 수리부엉이의 상태를 구조대원이 사진을 찍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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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로부터 구조된 천연기념물 치료를 맡은 동물구조의료센터 이기영 수의사는 "첫 번째로 구조된 (수리부엉이) 아이는 지난 3~4월경에 태어난 유조로 보이다. 야생에서 먹지 못하고 허약한 상태로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탈진한 상태다. 충남대학교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옮겨서 치료를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리부엉이는 야생에서 어미가 잡아 온 쥐를 통째로 먹는다. 생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구조된 이후에는 쥐를 먹이기 어려워 냉동된 병아리를 먹이는데 야생성이 떨어지고 영양분이 골고루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2달 이상 치료를 끝내고 자연에 방사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50% 정도만 방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4대강 사업으로 강변 농지와 둔치는 수변공원으로 조성됐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공원은 온통 풀밭으로 변했다. 텃새로 살아가는 수리부엉이같이 큰 조류들은 빽빽하게 자란 갈대를 뚫고 먹이활동을 하기 힘들다.


태그:#수리부엉이, #천연기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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