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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타의 파산 신청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다카타의 파산 신청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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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던 일본의 에어백 제조업체 다카타가 창업 84년 만에 파산했다.

일본 NHK에 따르면 26일 다카타는 도쿄지방재판소에 민사재생법(파산)을 신청했다. 파산 신청이 완료되자 도쿄증권거래소는 즉각 다카타의 주식거래를 정지하고 상장 폐지를 발표했다.

다카타의 부채 총액은 결함 에어백의 리콜 비용을 포함해 약 1조7000억 엔(약 17조4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파산한 파나소닉 플라스마 디스플레이의 부채 5천억 엔보다 훨씬 많은 일본 제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이다.

늑장 대응에 거짓말까지... 다카타의 '예고된 몰락'

1933년 직물 공장으로 시작했다가 자동차 부품 제조업에 뛰어든 다카타는 1976년 일본 최초로 에어백 개발을 시도하며 '안전의 대명사'로 떠올랐고, 세계 3대 에어백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8년 에어백이 팽창하는 과정에서 금속 파편이 튀는 결함으로 미국인 11명, 일본인 2명 등 전 세계에서 16명이 사망하고 180여 명이 다치면서 다카타의 명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카타의 불성실한 대응으로 위기는 더욱 악화됐다. 리콜을 미루며 대책 마련에 소홀했고, 올해 1월에는 결함에 대한 허위 보고서를 발표했다가 경영진 3명이 미국 법무부로부터 사기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당시 미국 법무부는 "다카타가 에어백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위험에 빠뜨렸다"라고 지적했다. 다카타는 잘못을 인정하고 거액의 합의금을 내야 했다.

일본 언론은 다카타 경영진이 주가 하락과 실적 악화를 우려해 에어백 결함을 묵살했으며, 책임을 회피하다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부채가 커지면서 결국 '사형 선고'를 받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조업 강국' 자처하던 일본, 깊은 충격

파산 신청을 사과하는 다카타 시게히사 회장의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파산 신청을 사과하는 다카타 시게히사 회장의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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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타 창업 3세인 다카타 시게히사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 파탄의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라며 "채권자를 비롯해 피해를 끼친 모든 분께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결함 에어백을 제외한 다카타의 자산과 사업은 중국계 미국 기업인 KSS가 인수할 예정이다. 결함 에어백으로 인한 부채는 다카타가 부담해야 하며, 부족할 경우 다카타의 에어백을 사용한 자동차업체들이 떠안을 수도 있다.

'제조업 강국' 일본은 샤프와 도시바에 이어 다카타까지 무너지면서 큰 충격에 빠졌다. 샤프는 중국 기업에 매각됐고, 도시바도 최근 한·미·일 연합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 특유의 폐쇄적인 집단 문화로 인해 신기술 개발과 경영 효율화에 실패하면서 스스로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제는 다카타 사태가 '메이드 인 재팬'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회견에서 "다카타의 파산 신청은 불가피한 결정으로 여겨진다"라며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다카타 하청업체들의 위기를 막기 위해 정부가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태그:#다카타, #에어백,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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