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TBC


"대통령님, 걱정 많으시죠? (재원 마련의)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다시 성장 드라이브를 거는 겁니다."

'성장'과 '분배' 사이에서, 대한민국 보수의 선택은 늘 '성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 같은 보수주의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전원책 변호사. 그 역시 문재인 정부의 과제 중 세제 개혁의 대안으로 4%대 경제 성장을 내놨다. 22일 방송된 JTBC <썰전>을 통해서다. 반면 그 반대편에 앉은 유시민 작가는 이런 반대 의견을 폈다. 역시나 '성장'보단 '분배'에 방점이 찍혔다.  

"성장도 좋지만, 우리 대한민국이 조금만 고르게 나누고 살면 되게 괜찮은 사회란 생각이 들어서, 함께 살자."

이날 <썰전>은 지금 전원책 변호사의 스탠스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방송이었다. 이날 주제였던 '문재인 정부 출범 40일 총평'에 대해 유시민 작가는 "40일 동안 입법 없이 새로운 법률을 하나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 운영이 어디까지 바뀔 수 있는지 경험해 본 예외적인 40일이었다"고 후하게 평가했다.

이에 대해 전원책 변호사는 "어폐가 있다.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며 구체적으로 소통을 꼽았다. 그는 문 대통령의 '3무 회의'(받아쓰기, 사전 결론, 계급장이 없는 회의) 역시 "토론이 없는 회의라는 점은 여전히 불변"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입장에서 역시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진짜 소통은 야당이 불평하고 비판하면 직접 불러 의견을 청취하고 설득을 하는 모양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론적인 조언이었을까 하나 마나 한 비판이었을까. 여기에 전 변호사가 가진 시각의 태생적 한계가 자리한다. 그리고 일부 보수층이 보여주고 있는 오만도 겹쳐진다. 최근 <TV조선>에 기자직 입사가 알려지며 <썰전> 하차가 예고된 전 변호사. 일부 시청자들이 그의 행보에 응원(?)을 보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전원책의 도전, TV조선의 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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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썰전> 측은 전원책 변호사의 하차를 예고했다. 1년 6개월 만이다. 보도를 종합하면, 오는 26일 녹화가 전원책 변호사의 <썰전> 마지막 녹화가 될 전망이다. 강용석 전 의원,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에 이어 <썰전>의 보수 쪽 패널을 맡은 전 변호사의 후임은 현재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점은 전 변호사의 하차 이유다. 전 변호사는 또 다른 종편 TV조선에 '기자직'으로 입사 소식을 전했다. 전 변호사는 현재 TV조선의 시사프로그램 <전원책의 이것이 정치다> 시즌2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TV조선 측은 전 변호사가 저녁 메인뉴스인 <뉴스판>의 후속 프로그램인 TV조선 <종합뉴스9>의 앵커를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은 뉴스가 되기에 충분했다. 과거 MBC <100분 토론>이 키우고, JTBC <썰전>이 기른 '보수 논객' 전원책과 보수 종편 TV조선과의 만남이라니. 게다가 TV조선은 뉴스 진행과 더불어 이슈 대담, 현장 인터뷰 등 전 변호사가 메인뉴스 진행자로서 다양한 형식을 시도할 것이라 예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비 전문방송인의 메인 앵커 발탁은 파격이자 새로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과거 김주하 아나운서를 영입한 MBN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팽배하다. 탄핵정국의 거치며 <썰전>의 시청률은 무려 10%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반면 <전원책의 이것은 정치다>에 끼친 '전원책 효과'는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TV조선 메인뉴스의 시청률도 미비한 수준이다.

'기자직'을 걸고 또 다른 영역에 도전하는 전원책 개인의 도전은 환영해 줄 일인지 모르겠지만, TV조선의 파격 시도가 어떤 반응을 끌어낼지는 미지수다. 그 보다,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보수진영의 다급함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읽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오죽했으면 전원책을"과 같은 소셜미디어 반응도 적지 않다.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중인 전 의원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보인 반응이 대표적이다.

TV조선 앵커 데뷔 전원책 변호사, 진짜 소통 이뤄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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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책 변호사의 <썰전> 하차. 보수논객 품귀 현상은 보수정치인의 자멸 현상과도 통합니다. 자한당 정치인들이 설득력 있는 자구 논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참으로 걱정됩니다. 이명박근혜정권의 후폭풍!"

김진애 전 의원은 전원책 변호사의 <썰전> 하차에 대해서 위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지금 이 시각에도 종편 토크쇼에서는 수많은 논객이 나와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는 중이다. 탄핵정국과 조기 대선을 거치면서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물어뜯다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의외의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한편, 취임 40일이 지난 지금 인사 정책을 두고 또 헐뜯기를 반복하는 중이다. 오락가락 시류에 편승하는 이들 논객의 폐해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벌인 '종편 감시 프로젝트'를 확인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이들 중 전원책 변호사는 <썰전>을 통해 확연히 다른 존재감을 과시한 경우다. 특히나 유시민 작가와의 앙상블과 제작진의 편집을 통해 그나마 대화가 가능한 보수 논객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록 안보와 국방 이슈만 나오면 '강성 보수'로서 회귀하고, 또 '단두대'와 같이 불분명한 '모두까기' 전략으로 일관하긴 하지만, 분명 <썰전>을 통해 이미지를 쇄신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시 <썰전>으로 돌아가 보자.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입장에서 보자면 대통령이 역시 소통을 생각해야 한다. 캠페인 과정에서도 전 정부 소통이 부족하니 소통해야 한다고 했고 취임 후 야당 원내대표들 불러서 앞에 영접까지 하는 형식을 취하고 밥 먹고 격의 없는 이야기를 했다. 그게 진짜 소통이냐.

진짜 소통은 야당이 어떤 인사에 대해 불평하고 비판을 해오면 직접 불러 의견을 청취한다든지 설득하는 모양을 갖추고 그래도 설득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태도를 분명히 밝히는 게 소통이라 본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전원책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40일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게 진짜 소통"이라니, 여당 인사들 불러 '송로버섯'이나 먹으면서 희희낙락하고, 수첩 받아쓰기나 했던 박근혜 정부의 '소통'을 벌써 잊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이같이 때로는 '기계적인' 균형감을 발휘하거나, 기억상실증에 걸린 듯 기계적인 '진보' 때리기에 열중하는 전원책 변호사의 앵커 데뷔는, "TV조선이라 다행이다"는 안도감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수많은 '보수 논객' 중에 '소통'이 가능하고 두각을 나타내는 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앵커로 데뷔하는 전 변호사 역시 '진짜 소통'에 성공하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리하여, JTBC <썰전>이 아닌 TV조선을 대표하는 방송인으로 거듭나시기를.

전원책 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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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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