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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교원 및 교육전문직 성과급 지급 금액.
 2017년 교원 및 교육전문직 성과급 지급 금액.
ⓒ 교육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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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성과급 등급은 'B등급'입니다. 이의가 있으면 심사위원회에 서면으로 이의 신청을 해 주세요."

'B'라는 영어 글자가 어떤 교사는 'S'이고, 어떤 교사는 'A'로 다를 뿐, 40만이 넘는 전국의 교사들이 이런 메시지를 교장이나 교감, 아니면 교무부장으로부터 받는다. 그리고 'S, A, B' 각 등급에 따라 250만 원~500만 원 정도의 돈이 교사의 월급 통장으로 입금된다.

물론 교장과 교감·장학사와 장학관은 이보다 훨씬 많고, 기간제교사는 훨씬 적다. 기간제교사 최고인 S등급이 정교사 최저 등급인 B보다 더 아래다. 그나마 더 열악한 시간강사들은 한 푼도 없다. 아예 성과급 지급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S등급을 받은 교사 누구도 S등급을 받았다고 자랑하지 않는다(또는 못한다). A등급 교사는 A등급대로 불만이고, B등급 교사는 분개한다. 이게 뭐냐고? 바로 '교원 성과급'이다. 최소 250만 원, 많게는 500만 원이나 되는 돈이 입금되는데 어떤 교사도 반기지 않는다. 공개적으로 말도 못한다. 학생들도 교사들이 등급에 따라서 받는 돈이 달라진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되듯 교사성과급도 폐지돼야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취임 후 이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 지침을 폐기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가운데, 법원도 노사 합의 없이 도입된 성과연봉제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더 나아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함께 이미 성과연봉제로 지급된 1600억 원에 이르는 돈을 모아서 청년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한 자금으로 쓰기로 했다. 만약 이를 학교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2017년 기준 전국의 유치원, 초중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이 약 48만 명에 이른다. 비록 금액이 다르지만 기간제교사들도 성과급지급 대상이기 때문에 성과급을 받는 교원을 어림잡아 45만 명으로 계산해도 교원 성과급 총액이 약 1조5천억 원에 이른다.

교원 1인당 평균 성과급을 350만 원으로만 계산해도, 교원수 45만 명을 곱하면 총 성과급 총액은 1조5750억에 이른다. 엄청난 금액이다. 그러니까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대한민국 정부는 해마다 1조5천억의 혈세를 쓰면서도 정작 그 돈을 받는 교사들에게 비판받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교원성과급이 존재해야 할 명분이 없는 셈이다.

학교도 엄연한 공공기관이다.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고 그 돈의 일부를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용하기로 한 공공기관의 방침을 교육 공공기관인 학교에 적용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교원성과급 1조5천억을 학교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사용하는 상상을 해보자.

초임교사 연봉을 2천8백만 원 정도로 계산하면, 1조5천억이라는 교사성과금은 신임교사 약 5만6천 명을 채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는 현재 교사 수의 10%가 넘는 엄청난 인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토 중인 '올해 3천 명, 5년 1만6천 명' 증원 인원의 4배를 더 채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17년 현재 전국적으로 4만6천 명 정도의 기간제교사들이 근무하고 있다. 산술적으로는 이들 전부를 정교사로 채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사립학교의 비정규직교사들 중 상당수가 정교사로 채용해야 하는데 편법으로 채용된 기간제교사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는 '비정규직 제로, 청년일자리 창출'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 공약 이행뿐 아니라 '법정교원 수 확보, OECD 기준 교사 1인당 학생 수 확보'라는 교육 공약의 이행이라는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 정책 방향과 완전히 일치한다.

교원성과급이 없어지는 '행복한 상상'

교원성과급은 임금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를 폐지한다면 당연히 교사들의 수당(교직수당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성과급으로 차등지급되던 돈을 교사 월급 올리는 방편으로만 쓰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현실적 타협으로 일부는 교원수당으로 지급하고, 일부는 신규교사 채용 등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성과급 중 균등지급액은 교사의 수당으로 지급하고, 차등지급액은 신규교사 채용 같은 다른 용도에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교원의 차등성과급이 없어지는 '행복한' 상상을 한번 해보자. 어떤 방안이든 일단 대다수의 교사가 반대하고, 1조5천억을 쓰면서도 욕을 먹고 있는 차등성과급을 폐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교사들의 원망 대상 1호인 성과급이 폐지되는 대신 5만6천 명의 신규교사들이 채용되고, 기간제교사 자리가 정교사로 대체되는 것은 상상만으로 신나는 일이다. 교사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즐거운 일이다.

고교 무상교육이나 무상급식은 어떨까? 당장 내년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고등학교 무상교육이나 무상급식을 위해서도 추가로 몇 조의 돈이 필요하다. 교원 차등성과급을 고등학교 무상급식 예산으로 쓰면 어떻게 될까?

고등학생의 1년 급식비를 70만 원으로 계산하면(한끼 4000원 X 수업일수 180일) 전체 175만 명의 고등학생 1년 급식비는 1조2250억 정도 된다. 그러니까 1조5천억이 넘는 교사 성과급을 고등학생의 무상급식 예산으로 사용하고도 3천500억이나 남는다. 지금도 저소득층 등 일부 학생들은 급식비 지원을 받고 있으므로 훨씬 많은 금액을 훌륭한,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다.

교육의 성과를 1년 단위로 평가할 수 있다는 생각에 교사는 물론 학생, 학부모, 나아가 국민 대다수도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교사들의 교육적 성과나 열정을 몇 백만 원의 돈으로 어떻게 할 수 있다는 발상에 교사들은 분노한다.

교사 다수가 찬성하지 않는데, 그것도 1년에 국민 혈세를 1조5천억을 쓰면서 유지하는 제도가 있다면 이는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교원성과급이 바로 그런 제도이다. 그래서 교원의 차등성과급은 당장 없어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기조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생 전부가 무상급식을 받는 상상을 해보자. 5만6천 명의 신규교사를 채용하고, 기간제교사 자리를 정교사로 전환하여 대한민국이 OECD에서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가장 적다는 뉴스가 신문에 보도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보자.

교사의 차등성과급을 폐지하면 그 돈으로 교사 5만6천명을 신규채용하고, 기간제교사 자리를 모두 정교사로 채울 수 있다. 고등학교 무상급식비로 지급하면 전체 고등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하고도 3천500억이 남는다.
 교사의 차등성과급을 폐지하면 그 돈으로 교사 5만6천명을 신규채용하고, 기간제교사 자리를 모두 정교사로 채울 수 있다. 고등학교 무상급식비로 지급하면 전체 고등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하고도 3천500억이 남는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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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의 차등성과급이 폐지되면 가능한 일이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절로 나오지 않는가? 교원의 차등성과급을 폐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교사에 대한 국가적 예우'는 성과급을 없애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태그:#교원성과급, #기간제교사,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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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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