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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그것이 알고 싶다, 미국 인사청문회' 세미나에서 김창준 전 미 하원의원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나김 전 찰스랭글 미국 연방하원의원 수석보좌관이 토론하고 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그것이 알고 싶다, 미국 인사청문회' 세미나에서 김창준 전 미 하원의원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나김 전 찰스랭글 미국 연방하원의원 수석보좌관이 토론하고 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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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석 : 인사청문회에서 개인 신상 문제는 비공개로, 정책 검증은 공개로 하자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창준 : 정치인이 자기 약점 들추기 싫으면 애초에 나오질 말아야지. 정치하겠다고 했으면 별 수 없는 거 아니에요? 그게 정치예요.

미국 정치의 베테랑들이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고심하는 한국 정치인들에게 훈수를 뒀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그것이 알고 싶다, 미국 인사청문회' 세미나에서 주최자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 사이에 문답이 오갔다.

안민석 : 미국에서도 인사청문회에 무슨 할아버지 얘기가 나오고 부인 얘기가 나오고 해요?
김창준 : 아니, 자꾸 문제가 있으면 다음에 떨어질 거 아니오? 국민들이 보고 판단할 노릇이지. 국민들이 판단해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자연히 떨어지지 않겠냐고요. 질문하는 건 국회의원들 자유지.

개인 신상은 비공개, 정책은 공개? ... 미국 정치인들 "NO!"

새 정부 초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여야간 대립이 심화되자 일각에서는 인사청문회가 지나친 '신상 털기'로 변질됐다며 '도덕성은 비공개, 정책은 공개'로 검증하자는 이원화 방안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미국 정치인들 반응은 "노(NO)"였다.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은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에서는 유능한 사람들이 장관직을 안 맡으려고 한다. 청문회에서 자기뿐 아니라 가족까지 다 드러내고 하니까... 잘 살아온 인생을 망치는 거 같아서"라며 청문회 제도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정치인이 그 정도는 각오해야지"라고 일축했다. 토론회에 함께 한 한나김 전 찰스랭글 미국 연방하원의원 수석보좌관도 "모든 것이 투명하게(transparent) 나가도 사람들을 섬기고 싶은 사람만이 자격이 있는 것(qualified)"이라며 "정치는 기본적으로 공공서비스(public service)"라고 덧붙였다.

국내 전문가 분석도 비슷했다. 전진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현행 인사청문회법 제 14조에 따르면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명백한 경우'에는 위원회 의결로 인사청문회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며 "현재 규정으로도 사적 영역에 대한 비공개 회의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와대·국회 인사검증 시스템 체계화, 국회의원 의식 변화 필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그것이 알고 싶다, 미국 인사청문회' 세미나 참석자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그것이 알고 싶다, 미국 인사청문회' 세미나 참석자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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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서는 이외에도 인사청문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한·미 전문가의 다양한 제언이 쏟아졌다.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은 인사청문제도의 전문성 강화를 조언하며 미 의회 직속 전문 조사 기관인 GAO(회계감사원) 제도의 예를 들었다. 김 전 의원은 "한국 청문회에선 국회의원들이 자기 스태프들과 같이 준비하지만 미국은 GAO라는 전문 기관이 있어 철저한 검증이 가능하다"며 "대통령에게 FBI(연방수사국)가 있다면 의회에는 GAO가 있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 전 의원은 "GAO는 특히 회계, 그러니까 호주머니에 대한 조사를 하니까 더 무섭다. 벌벌 떨며 일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전진영 연구관은 청와대와 국회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보다 체계적으로 제도화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전 연구관은 "미국처럼 재산신고서나 청문회 질문지 등 형식이 규격화되어 공유될 필요성이 있다"며 "여야를 떠나 도덕성 검증에 대한 합의된 기준도 마련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연구관은 청문회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의 인식 변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전 연구관은 "인사청문제도가, 여당 의원은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를 옹호하고 야당은 공격하는 자리가 아니라 후보자의 공직 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기회로 활용하고자 하는 국회의원들의 의식 변화가 요구된다"고 했다.

전 연구관은 또 최근 인사청문제도를 둘러싼 논란들에 대해 "현 정부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에서도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던 문제"라면서 "국회 인사청문제도의 비교대상으로 항상 논의되는 미국의 경우 200년이 넘게 운영된 제도인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겨우 17년 정도 운영되어 왔다. 그 동안의 제도 운영 경험과 국민들의 기대를 고려하면서 앞으로도 인사청문제도 개혁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28일부터는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김상곤(교육부)·조명균(통일부)·조대엽(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 주요 공직자의 인사청문회가 예정돼있다. 진통 끝에 재개된 청문회 정국에서 여야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태그:#인사청문회, #미국, #안민석, #김창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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