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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렬한 반대에도 불구, 충남도의회가 지난 16일 제296회 정례회 4차 본회의에서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안 일부개정안'을 원안 가결했다. 그러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아니 도리어 이번 도의회의 결정을 기점으로 도내 각 시‧군과 의회, 공무원노조 등이 한목소리로 결사항전의 의지를 밝히고 있어 갈등의 불길이 확산될 전망이다.

일선 시‧군에서 많은 일을 집행하는 만큼 그에 따른 책임도 막중해 자치 시‧군‧구의 위임사무에 대한 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가 자치단체장의 권한남용을 방지하고, 공정한 행정집행을 가능하게 한다는 도의회의 주장과 도의회가 나서 도책 사업 추진여부를 감사하겠다는 것은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권능을 포기하고, 집행부를 보좌하는 기구로 전락하는 것이라는 일선 시‧군의 비판이 정면 대결하는 형국에 많은 도민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2일 홍성군의회 이상근 의원을 만나 충남도의회의 일선 시‧군에 대한 행정사무감사가 어떤 점이 문제인지 대화를 나눠봤다.  

충청남도 홍성군의회 이상근 의원
 충청남도 홍성군의회 이상근 의원
ⓒ 방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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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도의회의 시‧군 행정사무감사, 무엇이 문제인가?
"도의회가 시‧군을 행정사무감사 하겠다는 것은 큰 틀에서 본다면 지방자치와 분권원리에 정면 배치된다. 또한 지방자치법을 자세히 들여다봐도 법리적 측면에서 도의회의 시‧군 행정사무감사는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충남도의회는 1995년 이후 4년마다 실시했던 행정사무감사가 업무 공백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와 대민서비스 질 저하 등 부작용만 양산하고 아무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해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행정사무감사를 지방자치법 제43조를 근거로 부활 시켰다.

그런데 행정학자들의 해석은 판이하게 다르다. 먼저 상위법인 지방자치법 제41조에 규정한 '행정사무 감사권 및 조사권'은 지방정부 내 의회 집행부에 대한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즉 광역의회가 광역자치단체, 기초의회가 기초자치단체를 감사하는 것이지 광역의회가 기초자치단체의 행정사무에 대한 감사는 아니라고 해석한다. 또 지방자치법 관련조항 제166조, 제167조, 제169조, 제170조, 제171조에 근거하면 광역의회가 기초자치단체를 행정사무감사 할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이다.

특히 지방자치법 제171조의 제2항에서 시도지사는 '감사원 감사 등 종전의 감사결과를 활용하여야 한다'고 명시하였기 때문에 광역의회가 기초자치단체를 감사한다는 것 자체가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 시‧군의 반대에도 불구, 조례안이 원안 통과돼 갈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통과되지 말아야 할 조례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갈등은 불가피하고 추후 눈덩이처럼 불어 날 것이다.

지난 1일 충남도의회 운영회의에서 조례안이 통과되었을 때 홍성군의회 뿐만이 아니고 각 의회에서 절대 불가하다는 5분 발언이 이어졌고, 충남 기초의회 의장협의회에서는 철회를 요청하는 도의회 의장 항의 방문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6일 도의회는 이 조례안을 가결시켰다.

이에 홍성군의회는 21일 제1차 정례회를 폐회하면서 전국의 모든 기초자치단체, 기초의회와 연대하여 도의회가 가결 시킨 조례에 대해서 폐기 처분될 때까지 투쟁하기로 성명서를 채택했다. 기필코 저지 시킬 것이다."

- 충남도의회는 각 시군이 권한만 갖고 책임을 피하려한다는 비판과 행정의 투명성과 자치분권을 보장하겠다는 청사진을 동시에 제안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고 괴리다. 권한만 갖은 것은 무엇이고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도의회 의장이 발언한 내용을 언론 기사를 통해서 본 적이 있는데 도의회에서 기초자치단체를 행정사무감사 하겠다는 명분이 시장, 군수가 제왕적 행정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도의회 의장 자격이 있는 분인지 모르겠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가? 이 시대 주민들은 똑똑하다. 단체장들은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분들이다. 제왕적 행정을 하게 되면 그 후 미래도 없다는 것을 단체장들은 누구보다도 잘 안다.

간혹 투명치 못한 행정을 하다 비리에 연루되어 사회적 지탄을 받는 단체장들도 있기는 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충남도의 종합감사, 시‧군 자체감사, 감사원 감사, 행정안전부 등에서 수시, 그리고 특별감사를 1년에 수차례씩 받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자치분권을 보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했다는데 이는 자치분권의 의미도 모르는 도의회 의원들의 무식의 소치라고 생각한다."

- 홍성군과 군의회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나갈 생각인가?
"앞으로의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우선 전국의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가 한마음 한 뜻으로 공동 대응해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 홍성군의회가 앞장 설 것이다.

대응의 방법은 첫째, 충남도에 가결된 조례에 대해 재의요청을 해 달라고 요구해야 할 것이다. 둘째, 충남도의 재의요청에 도의회가 또 다시 재의를 부결시킨다면 그 다음 단계로 충남도의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전국 기초단체 시장, 군수협의회, 그리고 기초의회 전국협의회 차원에서 국회 법사위를 방문해 지방자치법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수순을 밟아 나갈 것이다."

-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방자치의 진정한 의미는 지역주민 스스로가 머리를 맞대고 지역의 문제를 풀어가면서 지역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초자치단체는 시장, 군수를 선출해서 지역의 살림살이를 맡기는 것이고 살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서 기초의회 시‧군의원을 선출하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는 기초의회 의원들이 행정사무감사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전자에 밝혔듯 충남의 15개 시‧군은 충남도의 감사를 받고 있다. 충남도의회의 역할은 충남도의 살림살이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 목적인 바, 충남도가 15개 시‧군을 잘 감사하고 있는지에 대해 충남도를 행정사무감사 하면 도의회는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만 더 언급한다면 충남도 의회가 기초자치단체를 행정사무감사 하겠다는 명분은 충남도가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한 사무에 대해서 감사하겠다는 것인데, 그럼 사무를 위임했을 때 도비는 과연 얼마나 내려 줄까 하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1백 원짜리 위임사무라고 한다면 그중 80원 즉 80%가 시‧군, 국비이고 나머지 20원 즉, 20%가 도비이다. 물론 위임사무의 성격에 따라 매칭 비율이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현실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충남도의회가 기초자치단체를 행정사무감사 하겠다고 운운 하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충남도의회가 기초자치단체를 행정사무감사 하겠다는 것은 기초자치단체 위에 군림하는 그야말로 제왕적 도의원, 도의회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려는 충남도의회의 작태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는 기초자치단체, 기초의회를 무시하는 우매한 발상이라는 점을 도민여러분께 강조해서 말씀 드리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행정사무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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