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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박근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최태원 최태원 SK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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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꼼꼼함이 또 한 번 드러났다.

22일 박 전 대통령의 15차 공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에는 최태원 SK 회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을 만나 그룹 현안을 거론했음을 인정하는 한편, 박 전 대통령이 SK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액을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최 회장은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된 대기업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증인석에 섰다. 재판 시작 전 기자들은 그에게 "박 전 대통령과 독대 때 면세점 얘기 등을 했냐, 돈을 요구받았냐"고 물었다. 최 회장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미소만 지었다. 법정에서 재판부가 피고인과 관계를 물을 때에는 박 전 대통령을 힐끔 쳐다봤다. 평소와 달리 무테 안경을 쓰고 나온 박 전 대통령은 그와 재판부를 번갈아 바라보기도 했다.

2016년 2월 16일, 독대의 재구성

두 사람은 2016년 2월 16일 오후 5시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안가에서 만났다. 나흘 전,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면담 일정을 연락받은 최 회장은 간부들과 두 차례 회의를 열어 대통령에게 전달할 내용을 정리했다. 그는 면담 직전까지도 자료를 계속 검토하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워커힐호텔 면세점 특허 연장 등 그룹 현안을 숙지했다.

안가에 도착한 최 회장은 안 수석 안내를 받아 거실로 들어갔다. 둘만 남은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그에게 "요즘 잘 지내시냐"며 안부를 물었다. 최 회장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집이 편치 않다, 저는 (특별사면을 받아 교도소에서) 나왔는데, 동생(최재원 부회장)이 아직 못 나와 조카들 볼 면목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22일 최 회장은 "자연스럽고 완곡하게 동생 가석방을 건의한 것이냐"는 검사 질문에 "네, 그렇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재원 부회장 문제에 별 반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SK 투자고용 확대 얘기가 나오자 그는 대기실에 있던 안 수석을 불렀고 "SK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얼마를 출연했냐"고 물었다. 안 수석은 모두 111억 원이라고 답했다. 출연규모를 확인한 박 전 대통령은 최 회장에게 감사 표시를 하며 앞으로도 두 재단에 협조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안 수석은 워커힐호텔 면세점 특허와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얘기를 꺼내며 "SK그룹 현안"이라고 소개했다. 최 회장은 검찰 조사 때 "(면세점 문제는) 일자리 창출 관련 내용이라 말씀드렸고,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정부가) 신속한 결론을 내주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고 했다"고 말했다. 법정에서 그는 "말씀을 드린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약 40분 간 면담한 다음 최 회장은 안 수석으로부터 서류 봉투를 하나 받았다. 그는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에게 전화로 이 자료를 소개하며 "살짝 꺼내보니 광고회사 자료인데, (대통령이) 왜 이런 자료를 줬는지 모르겠으니 내용을 좀 알아보고 적절히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문제의 광고회사는 '비선실세' 최순실씨 소유로 알려진 플레이그라운드였다. 봉투 안에는 K스포츠재단이 진행할 '가이드러너' 사업계획서 등도 있었다.

K스포츠재단 89억 요구... 뇌물인가 아닌가

이후 SK는 K스포츠재단 등과 접촉했으나 그쪽 요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K스포츠재단 요구 뒤에는 박 전 대통령이 있었다며 이 부분에 제3자 뇌물요구혐의를 적용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와 공모, 최 부회장으로부터 동생 가석방 등 현안 해결이란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K스포츠재단 등에 89억 원을 요구했다는 뜻이다.

SK 관계자들은 이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뇌물 성격'은 아니라고 했다.

최순실씨측 이경재 변호사도 "정치권력과 결탁해 기업 현안을 해결하는 것은 경영방침이 아니지 않냐"고 물었고, 최태원 회장은 "저는 그런 생각을 갖고 살진 않는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재단 출연에 고맙다고 한 것이 의례적인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과 SK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나 대가관계 합의가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이 최재원 부회장 가석방 문제에 크게 반응하지 않은 대목을 강조했다.


태그:#최태원, #박근혜, #최순실, #미르, #K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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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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