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유망주' 이승우의 이적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이승우는 최근 현지 언론을 통해 바르셀로나 성인 B팀 승격이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여러 유럽 명문구단과 이적설이 오르내리고 있는 이승우의 향후 거취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높다.

이승우의 바르셀로나에서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빌미는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됐다. FIFA는 바르셀로나가 유소년 영입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각종 공식경기에서 출전 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이승우는 결국 3년이나 바르셀로나에서 공식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유망주로서 한창 성장해야할 시점에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2016년 1월부터 징계가 풀리며 다시 경기에 출전할 기회를 얻었지만 경기감각이 떨어진 이승우의 성장세는 예전만 못했고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드러내며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비유럽 선수 출전제항 규정도 이승우에게는 악재다. 바르셀로나 B팀은 현재 3부리그에 속해있으나 오는 2017-2018시즌에는 2부 리그로 승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2부리그에 출전하는 팀은 유럽 소속 국가 국적이 아닌 선수는 2명까지만 출전할 수 있다. 당장 특출한 실력을 증명한 선수가 아니라면  엔트리에 포함될수 없다. 현재로서 이승우가 B팀에 합류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물론 이런 상황이 이승우 본인의 책임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확실한 것은, 팬들이 기대해오던 이승우의 미래와, 지금 현실의 이승우가 처한 상황은 엄연한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이승우는 3~4년전까지만 해도 해외 유력 외신들이 선정한 전 세계 축구 유망주를 논할 때 항상 10위권안에 이름이 거론되었던 특급 신성이었다. 일각에서의 그의 소속팀이 바르셀로나라는 점과, 축구선수로서 작은 체격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기술과 스피드로 상대를 농락하는 모습이 대선배 리오넬 메시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코리안 메시'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런 이승우에게 누구보다 열광한 것이 바로 모국인 한국의 축구팬들이었다. 한국축구 사상 10대 유망주가 유소년 시절부터 세계적으로도 그 잠재력을 인정받은 케이스는 사실상 이승우가 최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기에 연령대별 대표팀 몇몇 경기에서 보여준 화려한 하이라이트 장면까지 부각되며 이승우에 대한 섣부른 과대평가는 극에 달했다.

아직 정식 성인팀 데뷔도 하지 못한 이승우를 A대표팀에 당장 뽑아야한다는 주장에서부터, 이승우가 장차 차범근-손흥민-박지성같은 레전드의 뒤를 이어 한국축구를 구원할 구세주가 될 것이라는 섣부른 '김칫국' 전망이 판을 치기도 했다. 심지어 이승우에 대하여 조금만 비판적인 시선이나 냉철한 평가가 나와도 선수 흔들기로 매도하고 부정하는 등 도를 지나친 팬심까지 나타났다. 그만큼 이승우라는 선수에 대한 기대치가 컸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선수 본인을 위해서도 아무 도움이 안되는 포퓰리즘적 현상에 불과했다.

이승우 이전에 한국축구에서 천재 소리를 들으며 기대를 모았던 선수는 하나둘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유망주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용두사미로 사라진 선수들도 부지기수다. 비교적 프로선수로서 성공한 커리어를 보냈다고 평가받는 이천수나 박주영도 유망주 시절에 받았던 엄청난 스포트라이트에 비하면 아쉬웠던 케이스다. 이천수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재능 면에서는 '박지성보다도 낫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였으나 몇 번의 해외진출 실패와 자기관리 부족으로 말년에 저니맨으로 전락했다. 박주영은 아스널 입단 이후 수년간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나며 일찍 내리막길을 길었다.

하물며 이승우는 아직까지 프로 수준의 성인 레벨에서는 아직까지 보여준게 아무 것도 없는 선수다. 심지어 지난 U20 월드컵에서도 확인했듯, 동일 연령대에서도 드러난 신ㅊ네적 차이와 압박대처 능력에 대한 약점도 성인무대 진출이 임박해오면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천수는 성인무대인 K리그에서 MVP까지 올랐고 국가대표팀에서도 여러 차례 결정적인 순간마다 한국축구를 위기에서 구해낸 실적이 있다. 박주영도 올림픽 동메달과 A대표팀 주장까지 역임하는 등 전성기 때는 상위 레벨의 무대에서도 확실한 능력을 보여줬다. 이에 비하면 이승우는 성인무대에서는 아직 출발선에도 서지 못한 커리어 제로(0)의 선수일 뿐이다. 주변의 섣부른 기대와 과욕은 오히려 독이 될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승우는 이천수나 박주영같은 선배들의 실패 사례를 오히려 반면교사로 참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재능은 있었으나 전성기에 진로 선택에서 패착을 거듭하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천수는 돈을 쫓아 K리그 소속구단과 불화까지 빚으며 중동 이적을 강행했다가 임의탈퇴 처분까지 받으며 축구선수로서의 커리어에 큰 손상을 입었다. 박주영은 실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릴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아스널행을 결정했으나 정작 수년간 경기에 거의 뛰지못했고 소극적으로 현실에 안주하다가 몰락했다. 이처럼 당장의 돈이나 이름값만을 쫓아 진로를 선택하는 것은 커리어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선수는 결국 그라운드에서 뛰어야만 선수다. 아무리 세계적인 명문클럽이라도 바르셀로나에서 이승우를 당장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잔류는 무의미하다. 그렇다고 현재 이적설이 거론되는 도르트문트나 샬케같은 클럽에 이적한다고 출전기회가 당장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이름값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이승우에게 안정적으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팀, 이승우의 축구스타일에 잘 부합할 수 있는 팀을 고르는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미디어나 팬들도 이승우의 성장에 대하여 좀더 시간을 두고 여유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바르셀로나라는 이름값,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보여준 단기간의 퍼포먼스에 지나치게 열광하던 현상은, 비유하자면 명문고-명문대라는 '학벌'에 현혹되거나 중고교때 시험성적이 좋다고 사회생활도 잘할 것이라고 맹신하는 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승우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현 위치에 대한 자각과, 미래에 대한 냉철하고 현실적인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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