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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르시대 문화유산을 대표하는 궁전

골레스탄궁
 골레스탄궁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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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레스탄궁은 카자르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카자르왕국은 1789년 무함마드 칸 카자르에 의해 세워졌고, 1790년부터 수도 테헤란에 왕궁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골레스탄궁이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된 것은 1865년 나세르 알 딘 샤가 지배하던 때다. 팔레비 왕조가 시작된 1925년부터는 대관식 같은 공식적인 행사가 열리는 장소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팔레비 왕조 이후 건물이 퇴락하게 되었고, 1950년대 이후 주변에 상업적인 건물들이 들어서며 궁궐의 영역도 축소되었다.

다행히 2007년 골레스탄궁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들어갔고, 201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었다. 골레스탄궁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될 수 있었던 것은 19세기 이란 건축과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페르시아 건축과 공예기술에 유럽적인 양식과 모티브를 접목시킨 궁전으로 유명하다.

골레스탄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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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기준으로는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 세계유산이 되었다. 첫째 페르시아의 건축과 예술에 유럽의 건축기법과 예술양식을 결합시켰다. 둘째 카자르시대 건축의 대표적인 예로, 동시대 건축의 변화과정을 보여준다. 셋째 건축과 예술 분야에서 이란의 근대화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카자르시대 골레스탄궁은 팔레비시대 사드 아바드궁, 니야바란궁과 함께 테헤란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대관식 홀

대관식 홀의 옥좌
 대관식 홀의 옥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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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레스탄궁은 8개의 궁전 건물과 정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건물은 17개의 홀로 세분화할 수 있다. 우리는 정원의 북쪽에 있는 대관식 홀(Ivan-e Takht-e Marmar)로부터 시작해 동쪽과 남쪽으로 한 바퀴 돌면서 궁전 내․외부를 자세히 살펴본다. 대관식 홀은 대리석으로 만든 옥좌가 있는 테라스형 홀이다. 카자르의 2대왕 파트 알리 샤의 명령으로 1806년 만들어졌다. 

대관식 홀을 자세히 보려면 옥좌, 타일, 유리, 그림, 나무 조각을 하나하나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곳은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옥좌와 이완 정도만 살펴볼 수 있다. 대리석 옥좌는 65개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단부는 가마 형태로 만들고 뒷부분에 옥좌를 설치했다. 하단부는 교꾼들이 가마를 어깨에 멘 모습이다. 옥좌 앞부분에 용과 사자 장식을 하고, 양 옆에서 도끼와 칼을 든 무사가 호위하고 있다.

카림 한 사저
 카림 한 사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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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식 홀에서는 대관식 외에 노루즈 행사, 국가의 공식적인 의전 행사 등이 열렸다. 옥좌 뒤를 장식하고 있는 이완은 유리와 타일로 이루어져 있는데, 4대 나세르 알 딘 샤 때 만들어졌다. 대관식 홀 옆에는 잔드왕조의 카림 한 사저로 1759년 건설된 건물이 있다. 이곳에도 대관식 홀 옥좌에 비해 규모가 작은 옥좌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는 분수가 있는 작은 연못이 있으며, 그 물이 정원의 연못으로 흘러가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므로 이곳에서는 왕이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앞의 정원을 살펴보면서 쉬기도 했다. 이곳이 태양의 궁전(Shams ol Emareh) 탑과 함께 전망이 제일 좋은 장소였다. 그러므로 카자르왕조 시대 왕의 사저 또는 휴식공간으로 사용되었다. 이곳에는 나세르 알 딘 샤의 대리석관이 있고, 상단부에 그가 누운 모습을 조각해 놓았다. 이러한 양식은 서양식 왕의 무덤을 모방한 것이다.

유리로 화려하게 장식된 알현실     

건물 입구의 사자상
 건물 입구의 사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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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만나는 건물이 미술관(Negar Khane)다. 이곳에는 카자르시대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입구를 사자가 지키고 있다. 그 다음 건물이 알현실 또는 접견실(Talar-e Salam)로 불리는 궁전이다. 이 궁전은 내부가 온통 유리로 장식되어 있다. 내부에 유리장식실, 상아실(Talar-e Adj), 쇼케이스(Showcase), 크리스탈실(Talar-e Bolour) 등이 있다.

유리장식실은 왕이 신하와 사신을 접견하는 알현실이다. 내부가 유리로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고, 금과 보석으로 장식한 의자가 세 개 있다. 가운데 의자는 3단 위에 소파가 받치고 있는 형태의 옥좌로, 왕이 앉아 있다.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 실제 왕이 앉아 있는 것 같다. 얼굴로 봐서는 나세르 알 딘 샤로 여겨진다. 이곳 유리장식실에는 샹들리에까지 밝혀져 있어, 유리가 번쩍번쩍한다. 골레스탄궁 관광의 백미 다.

유리로 장식된 알현실
 유리로 장식된 알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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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현실 옆 상아실은 상아로 장식을 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큰 방에 긴 식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식당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쇼케이스는 카자르 왕이 선물 받은 기념품 전시실이다. 이곳에는 도자기가 주류를 이루고 시계도 보인다. 프랑스 황실에서 보낸 도자기가 많다. 크리스탈실은 유리와 샹들리에로 장식되어 있으며, 서재와 응접실로 사용되었다.

골레스탄궁은 가운데 정원을 중심으로 ㄷ자 형태로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북쪽에 왕이 거주하며 업무를 처리하던 중심 궁전이 있다. 지금까지 보아온 건물이 그것이다. 동쪽에 있는 건물은 태양의 궁전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왕이 휴식을 하고 오락을 즐기던 공간이었다. 남쪽의 건물은 궁전의 부속 건물로, 관리와 궁인들의 업무공간이었다. 현재는 박물관 미술관,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동쪽에 있는 태양의 궁전

태양의 궁전
 태양의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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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궁전은 골레스탄궁에서 가장 높고 멋진 건물이다. 이 건물은 궁전과 테헤란 시내를 굽어보고자 하는 나세르 알 딘 샤의 소망에 따라 1865년 건축이 시작되었다. 2년 후 두 개의 탑을 가진 대칭형 건물로 완성되었다. 설계는 마말레크(Moayer ol Mamalek)가 하고, 시공은 카시(Ali Mohammad Kashi)가 했다고 한다.

유리로 장식한 테라스
 유리로 장식한 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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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테라스를 만들고, 그 안에 이완형식으로 장식을 했다. 테라스 양쪽으로 아치형 벽을 만들고, 그 위에 태양을 등에 업은 사자상을 그려 넣었다. 양쪽에 대칭으로 올린 탑 형태의 건물은 이스파한의 알리 카프 궁전을 모방했다. 이 두개의 타워형 건물 사이에 시계탑을 설치했다. 시계탑의 모양이 유럽식이고, 그곳에 달린 시계 역시 유럽에 온 것으로 보인다.

태양을 등에 업은 사자상 그림
 태양을 등에 업은 사자상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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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궁전은 전망뿐 아니라 관광과 오락을 겸한 오락 용도로 사용됐다. 그것은 테라스 아래 그려진 그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제복을 갖춰 입은 취주악단의 모습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이 들고 있는 악기가 서양적이다. 클라리넷, 트럼펫, 북, 심벌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태양의 궁전은 서양식을 받아들이려는 카자르 왕조의 희망을 반영한 건물로 볼 수 있겠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입구 벽과 천정이 유리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수리와 복원을 안 해 낡은 곳이 많다. 그 중 제일 화려한 방은 역시 유리, 거울, 샹들리에로 장식했다. 장식의 기본은 꽃무늬다. 응접실로 보인다. 화려한 외관에 비해 내부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편이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않고 있다. 올라갈 수 없음이 안타깝다.

골레스탄궁의 벽화와 조각 이야기

군악대 그림
 군악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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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궁전의 남쪽에 있는 건물을 살펴본다. 이번에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외관만 살펴본다. 사실 골레스탄궁 외부 벽에 그려진 그림과 조각만 해도 이야기 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카자르시대에 오면 이상적인 세밀화가 사실적인 세밀화로 바뀐다. 벽장식과 조각도 당초문에서 꽃무늬로 바뀐다. 화려한 꽃무늬, 그것이 카자르 예술의 특징이다.

그것은 유럽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카자르시대 페르시아는 영국과 러시아와 끝없는 영토 분쟁을 벌인다. 그것은 서구 제국주의 세력이 아시아를 차지하려는 야욕에서 생겨난 결과다. 이러한 분쟁이 역설적으로 예술의 교류와 영향을 가능하게 했고, 서양 예술이 페르시아에 수용되는 계기가 되었다.

유럽의 영향을 받은 벽화
 유럽의 영향을 받은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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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르시대 대표적인 화가 카말 알 몰크는 유럽으로 유학해, 렘브란트 화풍을 연구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카말 알 몰크는 페르시아 회화사에서 전통과 현대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그 동안 보아온 페르시아 카페트의 문양에서도 카자르시대 예술양식이 두드러졌음을 알 수 있다. 

카자르 시대에는 기하학적인 문양에서는 도형성이 두드러진다. 여기서 도형성이란 다각형이 많아짐을 의미한다. 그리고 작품 전체로 보면 대칭성이 두드러진다. 그것은 도형이 갖는 특성이기도 하다. 이러한 도형성과 대칭성은 타일 작품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벽화나 타일의 색채도 과거에 비해 훨씬 다양해지고 화려해진다.

옥좌의 장식과 조각
 옥좌의 장식과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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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페르시아 건축과 예술은 원색을 많이 사용한다. 그것은 채도가 높은 색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선을 통해 색의 구분을 명확하게 한다. 인물을 표현함에 있어서도 과장과 강조가 두드러진다. 그 때문에 그림이나 조각이 선명하고 눈에 확 들어온다. 예술을 모르는 사람도 페르시아 양식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그것이 페르시아 예술의 특성이고 위대성이다.


태그:#골레스탄궁, #카자르왕조, #옥좌, #유리장식실, #태양의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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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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