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컨페드컵서 개최국 러시아에 1-0 승리

포르투갈, 컨페드컵서 개최국 러시아에 1-0 승리 ⓒ EPA/연합뉴스


포르투갈의 거대한 별인 호날두와 페페가 컨페더레이션스컵 첫 승을 고국에 선물했다.

22일 자정(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오르크리티예 아레나에서 열린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러시아 2017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포르투갈이 러시아를 1대0으로 격파했다. 포르투갈은 전반 8분 터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헤더로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이른 시간 선제골을 내준 개최국 러시아는 반격을 시도했지만 포르투갈의 골망을 흔들기에는 공격력은 무뎠다. 호날두의 선제골을 끝까지 잘 지켜낸 포르투갈은 승점 3점을 챙기며 4강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포르투갈 입장에서 러시아와 경기는 준결승 진출의 분수령과 같은 경기였다. 포르투갈은 멕시코와 1차전 경기에서 두 번이나 리드를 잡았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2대2 무승부를 허용해 승점 1점에 그치고 있었다. 뉴질랜드를 2대0으로 격파한 개최국 러시아의 상승세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포르투갈은 러시아의 흐름을 잘 제어하며 승리를 챙겼다.

포르투갈의 승리의 중심에는 언제나 그랬듯이 호날두와 페페가 있었다. 유로 2016 우승 과정에서도 팀의 핵심으로 활약했던 두 선수의 존재감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했다. 이타적인 모습으로 조력자 역할에 치중하던 1차전과 달리 좀 더 득점에 에너지를 쏟은 호날두는 선제 결승골로 페르난두 산토스 감독을 기쁘게 했다. 수비의 중심인 페페는 90분 내내 단단한 수비력을 뽐내며 팀의 무실점을 완성했다.

전반전은 호날두의 무대였다. 포르투갈 공격에 핵심 자원인 루이스 나니와 히카르두 콰레스마가 모두 결장했음에도 호날두는 강력했다. 빠른 스피드로 역습에 첨병 역할을 하는 나니와 콰레스마의 부재는 호날두가 홀로 메웠다. 최전방 공격수에 위치한 호날두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역습에 시작과 끝을 도맡았다.

전반 8분 터진 호날두의 득점 장면이 이날 경기에서 호날두가 펼친 퍼포먼스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역습 상황에서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호날두는 특유의 방향 전환으로 표도르 쿠드랴쇼프 강한 압박을 무력화했다. 호날두는 곧장 베르나르두 실바에게 공을 전달했고, 실바는 재빠르게 왼쪽 측면에 위치한 하파엘 게헤이루에게 패스를 했다.

역습의 출발점 역할을 한 호날두는 게헤이루가 공이 가는 순간부터 서서히 러시아의 패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했다. 패널티 박스 안에 들어온 호날두는 치명적이었다. 호날두는 게헤이루가 크로스를 시도하기 전에는 본인의 마크맨인 쿠드랴쇼프 시야 밖에서 위치했다.

그러던 와중 크로스가 올라올 시점이 되자 호날두는 빠른 발놀림으로 마치 쿠드라쇼프 앞으로 움직일 것처럼 속임 동작을 취했다. 호날두의 속임수에 쿠드라쇼프는 성급히 자리를 이탈했고, 자신의 마크맨을 떨궈낸 호날두는 점프도 하지 않은 채 여유롭게 게헤이루의 크로스를 강력한 헤더골로 연결했다. 세계 최고의 오프 더 볼 능력과 공중볼 능력을 동시에 보유한 호날두를 막아내기에는 러시아 수비수들의 능력이 부족했다.

선제골로 예열을 마친 호날두는 더욱 날카롭게 움직였다. 전반 31분 안드레 실바의 머리로부터 시작된 공을 호날두가 오른쪽 패널티 박스 안에서 잡는다. 호날두를 막기 위해 러시아의 수비수 빅토르 바신이 빠르게 접근했다. 바신의 빠른 접근은 훌륭했지만 호날두의 드리블을 제어하는데에는 실패했다. 호날두는 자신감 넘치는 '헛다리 집기(오버스텝)'으로 가볍게 바신을 따돌리고 강력한 슈팅까지 시도했다. 아킨페예프의 집중력 높은 선방이 없었다면 러시아가 그대로 침몰할 뻔한 순간이었다.

후반전에도 호날두의 공격력은 위협적이었다. 후반 17분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호날두는 빠른 드리블로 수비 한 명을 무너뜨리고 중앙으로 진입했다. 모두가 슈팅을 예상하는 순간 호날두는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안드레 고메즈에게 패스를 시도했다. 고메즈에게 패스를 전달한 호날두는 곧바로 패널티 박스 중앙으로 움직였고, 이 움직임을 눈치 챈 고메즈의 크로스를 멋진 헤더로 가져간다. 슈팅은 아쉽게도 골대 밖으로 벗어났지만 수비수들의 허를 찌르는 패스와 특유의 움직임이 빛났던 호날두였다.

공격에 호날두가 있었다면 수비에는 페페였다. 후반 중반부터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호날두에 비해 페페는 경기 내내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멕시코와 경기에서 부진했던 조세 폰테 대신 출장한 브루누 알베스와 함께 중앙 수비수로 출장한 페페는 포르투갈 수비의 핵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페페는 러시아의 공격수 표도르 스몰로프를 완벽하게 막아냈다. 스몰로프는 뉴질랜드전 득점을 터뜨리며 맹활약한 러시아의 간판 공격수다. 포르투갈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스몰로프의 활약이 러시아에게 반드시 필요했지만 페페의 수비력은 완벽에 가까웠다. 페페의 밀착 방어에 스몰로프는 전반전 내내 무기력했다. 스몰로프는 답답했던 전반전 흐름을 타개하기 위해 후반전에는 측면으로 빠져나와 플레이를 이어갔다.

하지만 주 득점원인 선수가 측면에 위치하니 러시아의 슈팅이 쉽게 나올리 만무했다. 상대의 핵심 공격수와 대결에서 압승을 거둔 페페의 활약 아래 포르투갈은 러시아에게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허용하지 않았다.

페페는 활약은 스몰로프를 제압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러시아가 후반 중반부터 동점골을 위해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크로스를 올리며 기회를 엿봤지만 포르투갈에는 페페가 있었다. 페페는 뛰어난 위치선정으로 크로스가 연결될 만한 곳을 선점하여 크로스를 모두 걷어냈다. 페페의 활약 덕에 포르투갈 골문 근처로 향하는 크로스는 대부분 밋밋한 크로스로 귀결됐다.

이날 경기에서 페페는 전매특허인 대인방어·공중볼 수비 능력에 노련한 수비 리딩도 빼먹지 않았다. 후반 10분 러시아가 포르투갈의 중원이 다소 방심한 틈을 노려 공격을 시도했다. 왼쪽 윙백으로 출장한 유리 지르코프가 포르투갈의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기 위한 움직임을 가져가는 순간 페페의 노련미가 나왔다.

지르코프의 마크맨이었던 페페는 지르코프를 성급히 따라가기 보다는 오프사이드 반칙을 유도했다. 지르코프를 향하는 패스가 시도되기 전에 페페는 빠르게 고개를 돌려 동료 수비수들의 위치를 확인했고, 너무나도 여유롭게 지르코프의 돌진을 오프사이드 덫에 걸려들게 만들었다. 베테랑 수비수로서의 품격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러시아전 호날두와 페페의 활약은 두 선수의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만든 값진 결과물이다. 먼저 호날두는 연일 '세금 탈세' 문제로 전 세계 뉴스의 헤드라인에 오르고 있다. 컨데더레이션스컵에서의 활약보다 탈세와 이적에 관한 문제가 더욱 이슈가 될 정도다. 당장의 경기력에 영향을 줄 만한 스캔들의 연속이지만 호날두는 흔들림이 없었다. 표정은 다소 어두웠지만 제 역할을 다했고 결국에는 골도 성공시키며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페페는 지난 10년 간 몸 담았던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새로운 팀을 구하고 있는 상태다. 잦은 부상으로 페페의 2016-2017 시즌은 실망스러웠다. 또한 10년 동안 팀에 헌신한 선수에게는 아쉬운 방식으로 레알과 이별을 한 상태다. 새로운 클럽을 찾아햐 하는 페페의 조급함이 이번 대회에 나타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페페는 경기 전 밝힌 "당장 치러지고 있는 국가대표팀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라는 말을 경기장에서 몸으로 증명했다.

외부적 어려움이 있어도 경기장 안에서 호날두와 페페는 역시 '월드 클래스'였다. 여전히 세계 최고의 능력들을 보여주고 있는 유로 2016 우승의 주역들의 컨페더레이션스컵 정복기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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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페페 컨페더레이션스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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