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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꽃재 마을의 집들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마을로도 유명하다.
 예꽃재 마을의 집들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마을로도 유명하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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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꽃피는 재미난 마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줄여서 예꽃재 마을이다. 충남 아산시 송악면 강장리에 있는 예꽃재 마을에는 일반 직장인은 물론이고, 공예, 성악, 요가, 풍물기획단 단장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산다.  

마을에는 32가구 12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친환경 주택단지로 조성된 마을은 충청남도 친환경 에너지 자립 마을 1호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마을은 지열을 이용해 난방과 온수를 데우고, 태양열로 전기를 만들어 쓴다.

이 마을에서는 그 '흔한' 화석연료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마을 주민 박진영씨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우리 마을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전기를 사용하는 양보다 태양광으로 발전하는 양이 더 많아서 전기요금도 기본요금인 2천4백 원만 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김미연씨도 "35평 정도가 되는 집에 겨울 난방비가 15만 원 정도가 나온다"며 "겨울 동안 상당히 따뜻하게 지내는데도 일반 아파트에 비해 난방비가 훨씬 적게 드는 편"이라고 말했다.

예꽃재 마을 주민들은 지난 2015년 마을에 입주한 이후, 마을 안에서 동아리 활동도 하고 차도 마시며,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누고 있다. 그래서일까. 예꽃재 마을에는 유난히 공동 시설이 많다. 주민 공동소유의 땅에는 아이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과 공방도 갖추고 있다. 내부 인테리어로 사용된 의자와 탁자 등의 집기들은 마을에 사는 '아빠(남성)'들이 직접 만들었다. 

'곱하기 32' 건물에서는 마을 주민들의 동아리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건너편에 있는 '나누기32' 건물에는 '카페 담북'을 차려 놓았다. 주민들뿐 아니라 마을을 찾은 방문객들이 담소를 나누며 정을 '뜸뿍' 나누라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마을에 입주한 32가구가 서로 나누고 곱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 꿈꾸던 귀촌 생활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예꽃재 마을은 공중파 방송에도 여러 차례 소개가 됐다.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는 친환경적 에너지를 활용한 우수사례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마을에서 불과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육가공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작은 마을의 평화가 깨지기 시작했다. 예꽃재 마을 주민들은 최근 강장리 주민의 일원으로 육가공공장설립을 반대하는 집회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예꽃재 마을의 어린이 도서관이다.
 예꽃재 마을의 어린이 도서관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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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꽃재 마을의 카페 담북. 담북은 정을 담뿍 담아 나눈다는 의미라고 한다.
 예꽃재 마을의 카페 담북. 담북은 정을 담뿍 담아 나눈다는 의미라고 한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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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마을과 배치되는 육가공공장은 '반대'

지난 19일, 주로 시위현장에서 만났던 예꽃재 주민들을 직접 찾아가 봤다. 귀촌과 전원생활을 꿈꾸던 평범한 주민들이 연일 집회와 시위에 나서고 있는 이유를 들어 보기 위해서다. (관련 기사 : 강장리 주민들, 육가공공장 반대 '침묵시위' )

예꽃재 주민 박진영씨는 "우리 마을의 사례를 배우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방문객이 오고 있다"며 "전에는 마을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귀촌을 적극 권했지만, 요즘은 전혀 그럴 기분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을 인근에 들어설 예정인 육가공공장 때문이다. 실제로 예꽃재 주민들은 육가공공장과 마을이 추구하는 친환경적인 삶과는 정면 배치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씨는 "마을 주민 중에 농사를 짓는 사람은 아직 없다"면서도 "마을의 지속성과 미래를 위해서는 농사와 관련된 기술교육도 필요하고,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또 "마을에 육가공공장이 들어서면 그 이후에는 도축장이나 다른 공장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아산시는 우리 마을을 친환경 마을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마을이 추구하는 친환경적인 삶과 육가공공장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예꽃재 마을에는 공방도 있다.
 예꽃재 마을에는 공방도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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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예꽃재 주민들은 아이들을 도시가 아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키우고 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청정지역을 공장지대로 내줄 수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예꽃재 주민 권세은씨는 "우리 마을의 가장 큰 자부심은 60명이 넘는 어린아이들이다"라며 "아이들이 즐겁게 웃고 뛰노는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과소비와 사교육에 찌든 도시의 삶이 싫어서 예꽃재로 이사를 왔다"며 "자연 친화적인 삶이 만족스럽지만, 공장이 들어선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라고 말했다. 

한편, 예꽃재 마을이 있는 강장리 주민들은 최근 아산시에 육골즙 공장 승인을 취소해 줄 것, 아산시 도시계획심의위에는 송악 농협이 제출한 육가공공장 승인 변경 신청을 반려할 것, 공장 설립으로 예상되는 식수 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산시와 송악농협 측은 "법과 행정 절차상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강장리에 육가공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태그:#아산시 , #예꽃재 , #육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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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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