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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부동산대책이 나왔다.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방안"이란 제목으로.

"안정적 관리", "선별적 맞춤형"이란 문구가 말해주듯이 이번에 발표된 <6.19대책>은 주택시장 전반에 대한 대책이 아니다. 가격이 급등하는 특정 대상 지역에만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전매제한기간을 늘리고 재건축단지의 조합원 주택 공급수를 제한하겠다는 말그대로 '선별적' 대책이다. 물론 이 대책이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무엇이 다른가?

그러나 아쉽고 더 나아가서 우려스러운 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새로운 정부에서 처음으로 발표하는 대책이라면 과거 정부, 즉 문재인 정부가 적폐세력이라고 칭하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기본 틀을 새롭게 혁신하는 철학을 담은 대책이어야 하는데, 실망스럽게도 이번 대책은 그렇지 않았다.

내용을 보면 정책 기조는 2016년 <11.3대책>과 매우 유사하다. 당시에도 대책 발표 제목이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 형성 유도 및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였고, 이른바 핀셋규제의 흐름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렇다면 정부가 지정한 지역이나 재건축 단지 이외의 주택시장 상황은 괜찮은 것인가?  2000년대 이후 노동소득분배율은 경향적으로 하락하는데 비해 주택가격은 계속 상승했고, 이것은 내수 부족의 중요한 원인이 되어왔다. 2007~2015년 9년 동안 매년 100조 원 이상 발생한 주택 불로소득은 소득분배를 더욱 악화시켜왔다. 그런데 <6.19대책>에는 높은 집값에 대한 인식과 막대한 불로소득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다.

"투자"인가? "투기"인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철학을 파악할 수 있는 단초가 발표문에 들어 있는데, 그것은 "투자"와 "투기"의 혼용이다. 인간의 의식은 언어를 통해 표현된다는 점, 또한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름을 불러줘야 인식에 오류가 없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이것은 그냥 가벼이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번에 발표한 <6.19대책>이 겨냥한 것은 투기 억제다. 그렇다면 '투자'라는 표현은 모두 '투기'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인식의 오류가 없다. 만약 투자라고 한다면 정부가 이렇게 호들갑떨면서 대책을 내놓을 이유도 없다.

부동산 매매차익이나, 금리보다 더 높은 임대료를 노리는 경제행위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투기하는 개인에게만 유익한 비생산적 경제행위가 바로 투기다. 투기는 경제학적 용어로 말하면 국민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아니 오히려 해를 주는 지대추구행위의 전형이다. 그런데 정부의 정책담당자들은 이런 개념이 없거나 있어도 흐릿하다.

문재인 정부가 명심해야 할 네 가지

아직 장관 임병도 완료하지 못했으므로 제대로 된 대책은 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할 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다음 네 가지를 명심했으면 좋겠다.

첫째는 올바른 부동산 철학을 확고하게 세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지 않는 철학 부재에서 하루 빨리 탈피해야 한다. 둘째는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집값)이 너무 높다는 것, 즉, 지금의 주택가격을 장기적으로 하향 안정화시켜야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셋째는 소득분배를 악화시키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ㆍ환수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넷째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장기ㆍ중기 대책,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투기를 차단할 수 있는 미시적 대책 등을 망라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태그:#토지정의, #불로소득, #부동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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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자유연구소(landliberty.or.kr) 소장. 전 국민 주거권과 토지공개념 실현, 토지보유세를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인 토지배당제를 위한 연구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땅에서 온 기본소득, 토지배당》(2023, 공저), 《아파트 민주주의》(2020),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2018, 공저)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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