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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단체와 전교조로부터 학생들을 점수로 줄세우고 과외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던 전국단위 일제고사가 사실상 폐지됐다.

지난 14일 교육부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올해부터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를 시·도 교육청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15일에는 충북도교육청이 교육부의 결정에 따라 도내 전체 중·고교 중3·고2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치르기로 했던 학업성취도평가를 일부 학교만을 골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2008년 MB정부 시절 부활했던 일제고사는 9년 만에 사실상 폐지됐다. 하지만 9년이라는 기간은 사회적 갈등의 연속이었다. 시험을 강행하려는 정부와 교육청, 이를 거부하는 학생과 학부모, 교육단체 사이에 엄청난 갈등이 진행됐다. 부작용도 많았다. 성적 향상에 내몰린 학교들과 교사는 아이들에게 문제풀이식 교육을 강요했고 심지어 성적을 조작하기까지 했다. 이에 역사속으로 사라진 일제고사 부활 9년 동안 충북지역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돌이켜 본다. - 기자 말


2011년 충북도교육청이 일제고사 3년연속 전국 1위를 했다면 세운 기념비. 충북도교육청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연속으로 전국 1위를 했다고 자랑했다.
 2011년 충북도교육청이 일제고사 3년연속 전국 1위를 했다면 세운 기념비. 충북도교육청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연속으로 전국 1위를 했다고 자랑했다.
ⓒ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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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국 1위'
'201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국 1위,
'201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국 1위'
'2012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국 1위'
'2013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국 1위'

"적극적인 자세가 기적을 만든다"

2011년 12월. 충북도교육청 정원에 일제고사 기념석탑이 들어섰다. 가로 2m, 세로 1.5m 크기의 자연석으로 된 석탑에 새겨진 글씨는 1년에 한 번씩 한줄 씩 늘었다.

2011년 경루 제작된 이 석탑에는 2012년과 2013년까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국 1위라는 문장이 추가됐다.

석탑 조형물은 전 이기용 교육감과 직원들의 약속에 따른 것. 석탑 조형물을 조성한 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일제고사에서) 3년 연속 최우수를 하면 조형물을 세우자고 교육감과 직원들이 한 약속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실로 놀라운 반전이었다. 2008년 MB정권은 '전국단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라 불리는 일제고사를 부활시켰다. 2008년 치러진 첫 번째 일제고사에서 충북도교육청이 기록한 성적은 꼴찌였다.

이기용 전 교육감은 결과가 발표되고 나자 도민을 상대로 사과까지 했다. 그러나 2009년 충북도교육청은 1년 만에 전국 1위를 기록하는 대반전을 일궈냈다.

그리고 이에 그치지 않고 3년 연속 전국1위라는 금자탑을 기록했으니 이기용 전 교육감과 교직원들이 느낀 감격의 크기가 석탑에 오롯이 담겨있다.

일제고사 전국1위 석탑에 찬사만 쏟아진 것은 아니었다. 먼저 의문이 제기됐다. '전국 1위'라는 것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제기됐다.

일단 교육부는 2008년 이후 일제고사 결과 발표에서 충북도교육청이 1등이라고 발표한 적이 없었다. 2013년 교육부 관계자는 "일제고사 결과 발표는 실제 점수가 아닌 3단계 척도에 따라 기초 미달 학생과 도달 학생을 내보이는 것이어서 시도교육청별 정확한 등수가 나올 수 없다"며 "우리는 충북도교육청이 1등이라고 한 적이 없으며 해석을 그쪽에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 동심이 골병들게 해 '동골탑'

2012년 충북의 한 초등학교가 충북도교육청이 4년연속 학업성취도 평가 1위를 했다며 축하 현수막을 내걸었다.
 2012년 충북의 한 초등학교가 충북도교육청이 4년연속 학업성취도 평가 1위를 했다며 축하 현수막을 내걸었다.
ⓒ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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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A 초등학교 학생들이 일제고사 시험을 치르는 모습(사진 충북인뉴스 DB)
 충북 A 초등학교 학생들이 일제고사 시험을 치르는 모습(사진 충북인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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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동심을 골병들게 하는 '동골탑(童骨塔)'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충북도교육청에 일제고사 3년 연속 1위 석탑이 조성된 뒤 5개월 뒤인 충북의 한 초등학교 재학생들은 저녁 8시까지 학교에 남아있어야 했다.

이 학교 6학년 전체 학생 수는 불과 22명. 당시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이 학교는 5월부터 17명은 성적 우수학생으로 분류해 문제풀이 야간 보충수업을 실시했다. 나머지 4명은 열등생으로 분류해 4학년 교실에서 따로 공부시켰다. 어머니 노릇을 해야 하는 학생 1명만 보충수업에서 면제됐다.

이 학교 학생들이 야간 보충수업을 시작한 것은 5월 9일. 아이들은 "선생님이 6월 26일 시험때 까지만 밤중까지 공부하면 된다고 했어요"라며 "정말 재미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 학교 한 6학년 학부모는 "이전에는 방과 후에 한 과목을 3시간 동안 시험 대비 학습을 시키더니 5월 들어서는 아예 우열반으로 나눠 밤 8시까지 공부시키고 있다"면서 "학교 가기 좋아하던 우리 아이가 공부하기가 싫다며 너무 힘들어 한다"고 털어놨다. 이 학부모는 "야간 학습이나 토요 등교에 대해 학교 측으로부터 안내 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 6학년 학부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방과 후에 한 과목을 3시간 동안 시험 대비 학습을 시키더니 5월 들어서는 아예 우열반으로 나눠 밤 8시까지 공부시키고 있다"면서 "학교 가기 좋아하던 우리 아이가 공부하기가 싫다며 너무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올림픽과 관련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는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있다. 이른바 올핌픽 순위. 우리나 언론들은 매년 금메달 수를 가지고 종합순위를 매긴다. 선수단 대표는 공식적으로 몇 위 안에 들겠다고 목표를 발표한다. 대회가 끝나면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포상과 치도곤이 오간다. 하지만 정작 올림픽은 국가별로 순위를 매기는 대회가 아니다.

2012년 충북의 한 초등학교는 일제고사에 대비해 저녁 8시까지 야간자습을 진행했다. 시계가 저녁 7시 57분을 가리키지만 6학년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실 두곳엔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사진출처 교육희망)
 2012년 충북의 한 초등학교는 일제고사에 대비해 저녁 8시까지 야간자습을 진행했다. 시계가 저녁 7시 57분을 가리키지만 6학년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실 두곳엔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사진출처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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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순위를 매기는 것에 대해 반론도 나온다. 금메달 개수로 순위를 매길 것이 아니라 전체 메달 획득 수를 가지고 순위를 매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렇게 순위를 매기는 언론도 있다.

금메달 수로 매기든 전체 메달수로 순위를 매기든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순위를 매기는 대회가 아니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MB가 부활시킨 일제고사, 그리고 일제고사 순위에 사활을 걸었던 이기용 전 충북도교육감. 이제 일제고사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기념비는 남았다. 9년이라는 기간 동안 시험과 문제풀이에 내몰렸던 세대들에게 이 탑의 의미를 물어볼 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MB교육, #일제고사, #동골탑, #이기용,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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