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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2017

국민의 목소리에 대한 대통령의 답은?
17.06.17 04:59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지난 달 9일 새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한 선거가 있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부터는 정치와 관련해 전례 없던 훈훈한 사회 분위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언론과의 허니문 시기라는 아쉬운 소리도 곧잘 들려왔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가 지난 두차례에 걸친 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한달이 지난 지금, 대통령의 힘찬 걸음에 발맞춰 국민들의 목소리가 그 어느때보다 적극적이다.

올해는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이다. 유랑생활을 하다 겨우 돌아온 고국에서 고려인들은 법적으로 이방인 취급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고려인 법적지위 개선은 그들의 오랜 숙원(宿願)이었다. 고려인들을 옭아매고 있는 '재외동포법'은 '부모 또는 조부모 중 한 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했던 자'를 재외동포로 인정한다. 다시 말해 고려인 3세는 동포 대우를 받지만, 이후 세대부터는 외국인 신분인 것이다. 현재 고려인 1만 2천명 중 고려인 4세인 18세 미만 아이들은 1000명이 넘는다. 이 아이들은 성인이 되면 자진 출국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추방당할 위기에 처해있다.

추방 중단을 위해서는 재외동포법 시행령의 개정이 시급하다. 이에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국민 위원회(고려인 너머)는 올해 4월부터 현행법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다양한 고려인 단체들이 페이스북 페이지나 고려인 돕기 운동 본부 사이트 등을 운영해 본인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왔다.
지난 9일 광주와 안산의 고려인 단체들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1번가 국민인수위원회에 고려인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고, 하승창 대통령 비서실 사회혁신수석과 간담회를 가졌다. 고려인들은 하 수석을 만나기에 앞서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께 드리는 편지'를 낭독했다.  편지의 제목들은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어요' '대한민국에서 가정을 돌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아파도 3개월을 기다려야 해요'였다.

고려인들은 이렇게 또 한번 목소리를 냈다. 대통령의 측근과 직접적인 만남도 가졌다. 분명 법적 조치가 취해질 것이고 대통령의 미담이 하나 더 생겨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그 미담이 끝이 아닌 시작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현행법 개정은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과 같이 한번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국정 역사 교과서 폐지 지시와 같이 지금까지 있었던 것을 단칼에 싹둑 자르고 새로이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강제 추방을 중단하는 것으로 절반은 해낸 시작이라고 볼 수 있으나 나머지 절반이 남아있다.
앞서 언급된 간담회에서 고려인들은 구체적으로 '고려인 특별법' 대상에 국내 체류 고려인 포함, '재외동포법' 개정 통해 4~5세대 동포 포함, 고려인 역사에 대한 조사ㆍ연구ㆍ교육, 고려인 정착지원 정책 마련 등을 청원하였다. 이들의 청원사항에서 나머지 절반이 잘 나타나 있다고 본다. 법적 지위 개선 이외에도 고려인에 대한 이해, 장기적인 생활 지원, 나아가 재외동포들을 위한 전반적인 환경개선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결과는 이 모든 것에 대한 종합적 논의의 여부로 판단 가능하리라 본다. 부디 지난 80년간 떠돌기만 했던 그들의 몸과 마음이 2017년의 응답으로 이 땅에 잘 정착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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