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16일, 개막 이후 접전이 펼쳐진 경기가 가장 많은 날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5점 차로 경기가 끝난 잠실을 제외한 나머지 네 경기에서 한 점 차 접전이 펼쳐져 많은 야구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수원 경기의 경우 한화와 kt 양 팀이 총합 37안타를 몰아쳐 화끈한 타격전을 보여줬다.

보기 드문 진기록도 나왔다. 배영수(한화)가 역대 6번째 2000이닝 투구의 주인공이 됐고 역대 9번째로 2000경기에 출장한 이진영(kt)는 역대 10번째 2000안타를 기록해 두 번씩이나 '2000'이라는 숫자가 그를 빛냈다. 여기에 로사리오(한화)는 KBO리그 역사상 단 한 번밖에 없었던 한 경기 4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고척에선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경기 전 조원우 감독이 계획했던 라인업과 다른 라인업을 작성했고, 이로 인해 경기 도중 지명타자가 사라지게 됐다. 선발 노경은(롯데)을 비롯해 투수들이 이 자리를 대신해야 했고 롯데는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박경완 딱 한 명밖에 기록하지 못한 한 경기 4연타석 홈런, 로사리오가 역대 두 번째 주인공이 됐다.

박경완 딱 한 명밖에 기록하지 못한 한 경기 4연타석 홈런, 로사리오가 역대 두 번째 주인공이 됐다. ⓒ 한화 이글스


의미있는 기록의 탄생과 나와선 안 될 장면이 동시에 나온 하루

수원 경기는 진기록과 더불어 양 팀이 29득점을 뽑아내고 37안타를 몰아쳐 올시즌 가장 치열했던 타격전을 펼쳤다. 로사리오의 4연타석 홈런과 김경언의 멀티 홈런으로 무려 6개의 홈런을 터뜨린 한화가 리드를 끝까지 지켰다.

1회말 이대형과 이진영을 나란히 땅볼로 처리한 배영수의 역대 6번째 2000이닝 달성으로 대기록의 향연이 시작됐다. 이날 경기를 통해 역대 9번째 2000경기 출장을 기록한 이진영은 두 번째와 세 번째 타석에서 연속 2루타를 기록해 2000안타를 돌파했다. 이진영의 기록 달성 전까지 2000경기-2000안타를 달성한 선수는 양준혁(전 삼성,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장성호(전 kt, KBSN SPORTS 해설위원), 정성훈(LG), 전준호(전 히어로즈, NC 코치) 단 네 명밖에 없었다.

2-7로 뒤지던 5회말에는 kt 타선 전체가 폭발했다. 이진영의 안타를 포함해 무려 8득점을 뽑아내며 올시즌 팀 한 이닝 최다 득점 기록을 썼다. 종전기록은 지난 2일 롯데전 2회초에서 기록한 6득점이었고, 16일 한화전에서 2득점을 더 뽑아냈다.

24일 만에 홈런포를 가동한 로사리오는 이어진 세 타석에서도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2000년 박경완(당시 현대, 5/19 한화전) 이후 KBO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한 경기 4연타석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2014년 삼성의 나바로 역시 4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적이 있지만 이는 이틀에 걸쳐 기록된 것이라 한 경기 4연타석 홈런은 박경완과 로사리오만이 가진 기록이다.

9회말 1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은 마무리 정우람은 역대 14번째 4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가운 대기록도 있지만 팬들을 당황케한 해프닝도 연출됐다. 고척 롯데-넥센전에서 롯데의 지명타자 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경기 전 조원우 감독은 최준석이 1루수로, 이대호가 지명타자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제출된 공식 오더에서는 1루수 이대호, 지명타자 최준석으로 표기됐다. 전광판과 문자중계 역시 이대호의 수비 위치는 1루수였다.

1회말 최준석이 1루수로 나가자 넥센 측에서 이에 대해 항의했고, 롯데의 실수로 인정돼 1루수는 최준석의 몫이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지명타자가 풀렸고 이대호는 한 타석만 소화할 수밖에 없었다. 4번 타순에는 선발 투수 노경은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노경은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롯데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격려의 박수를 보냈지만 두 타석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노경은은 6이닝 동안 2실점을 기록, 올시즌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음에도 4번 타자의 부재 속에 넥센에게 1-2 역전패를 당했다. 롯데의 어이없는 오더 작성 실수가 사실상 경기 결과에도 영향을 끼쳤다.

 4번 타자의 부재 속에 롯데는 한 점 차의 리드를 끝내 지키지 못했다. 경기 전 라인업 작성과 제출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한 것은 나와선 안 될 일이었다.

4번 타자의 부재 속에 롯데는 한 점 차의 리드를 끝내 지키지 못했다. 경기 전 라인업 작성과 제출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한 것은 나와선 안 될 일이었다. ⓒ 넥센 히어로즈


2017년 6월 16일에 담긴 여러 가지 의미들

대기록이 쏟아지면서 팬들은 열광했고, 오더 작성 실수로 투수가 4번 타순에 들어오자 모두가 당황했다. 또한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가 펼쳐져 모든 경기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광주 경기의 경우 0-8로 뒤지던 KIA가 8-9까지 끈질기게 추격하며 승패와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대기록은 축하받아야 마땅하며 어이없는 실수는 질타를 받아야 마땅하다. 특히 팀 분위기가 썩 좋지 않은 롯데가 '프로'에서 나오기 힘든 실수를 범하며 팬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기본을 간과해 벌어진 사태라 팬들 입장에서는 더욱 용납하기 힘들다.

단 하루였지만 5경기에서 수많은 일이 벌어졌다. 2017년 6월 16일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만큼 이 날이 언젠가는 다시 회자될지도 모른다. 이는 2017년 6월 16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매일이 그렇다. 모든 게 기록으로 남고 팬들의 머릿속에 남는다.

위기론이 감도는 KBO리그이지만 여전히 야구팬들의 관심이 뜨거운 것은 사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수준 높은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보답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다. 하지만 최근 심판 판정 논란을 비롯해 '뜨거운 감자'가 될 만한 사건들이 쉴 새 없이 발생하고 있다. 좋은 소식도 많지만 안 좋은 소식도 많다.

2017년 6월 16일의 기억과 KBO리그의 위기론이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날 쏟아진 진기록과 해프닝, 명승부를 통해 왜 여전히 KBO리그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KBO리그의 현주소를 되돌아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야구 KBO리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