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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무개씨는 지난 7일 자동차보험 갱신을 거절당했다. 보험 회사는 "정책적인 이유"라는 설명만 했을 뿐이었다. 김씨의 보험을 왜 갱신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김씨는 지난 1년 동안 살짝 닿은 정도로 가벼운 사고가 2번 있었을 뿐이었는데 보험 가입을 거절당했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이후 김씨는 3곳의 다른 보험사에 가입을 문의했지만 거부 당했고, 마지막으로 찾은 보험사에 겨우 가입할 수 있었다. 김씨는 "굉장히 불쾌했다"며 "전후 사정이라든가, 기준을 전혀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험사는 단순히 '내부 지침'이라는 이유만 들어 갱신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사실 자동차 보험 갱신을 거절당한 소비자의 경우 다른 보험사에 가입하기가 쉽지 않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김씨의 경우는 운이 좋았던 것"이라며 "최근 가벼운 사고라도 1년에 2회, 3년에 3회 정도 발생하면 무조건 거절당한다"고 말했다.

갈 곳 없어진 소비자, 공동인수로 가입하면 보험료 2~3배 올라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 3월 자동차보험 공동인수 물건 현황을 공개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 3월 자동차보험 공동인수 물건 현황을 공개했다.
ⓒ 금융소비자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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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별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운 운전자의 경우 '공동인수'라는 형태로 보험에 가입을 하게 된다. 이럴 경우 보험료가 2~3배 오를 가능성이 크다. 공동인수란 보험회사가 사고위험률이 높다고 판단한 보험계약을 단독으로 받는 것을 거절하고, 다른 보험회사와 함께 받아 위험을 나누는 제도다.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공동인수는 2013년 4만7000건에서 매년 올라 지난해 47만5000건으로 급증했다. 4년여만에 10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는 보험사들이 까다로운 기준을 대며 보험 갱신을 거부한 사례가 그만큼 늘었음을 알 수 있는 수치다.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5월15일 '금융통계월보 손해보험편(201702)'을 발간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지난 2013년 88%에서 작년 78%로 감소했다.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5월15일 '금융통계월보 손해보험편(201702)'을 발간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지난 2013년 88%에서 작년 78%로 감소했다.
ⓒ 손해보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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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동안 보험회사들의 손해율은 떨어졌다. 손해보험협회 자료를 보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13년 12월 88.52%에서 지난해 12월 78.30%로 감소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에서 교통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결국 보험사들은 공동인수라는 방법을 통해 자신들의 부담을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조 "손보사들 보헙가입 거절 면밀히 살펴볼 필요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나와, 야당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청을 받고 있다.
▲ 자료제출 요청받는 김상조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나와, 야당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청을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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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후보자 시절 "사고 발생이 잦은 운전자와 특히 화물차, 이륜자동차 등의 운전자에 대해서는 현재 보험사들이 보험가입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손해보험사의 보험가입 거절 경위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가입 거절이 보험사 간 사전 합의에 따른 공동행위라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기회에 공정위 차원에서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 자동차보험 담합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해소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 인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보험사들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이같은 보험사들의 공동인수로 인해 자동차 보험 관련 민원이 늘어나자, 작년 4월부터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여전히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형진 금감원 보험감독국 특수보험팀장은 "공동인수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일반 경쟁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을 수 있어 여러가지로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문 팀장은 "올해 안에 보험사의 공동인수 가이드라인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예전 같으면 당연히 갱신 처리를 해줬어야 하는데 보험사들이 인수 기준을 까다롭게 해서 일부러 받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번 거부 당하면 다른 곳에서도 거부해 담합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하지만 담합을 적발하는 것이 쉽지 않고, 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소비자들이 구제 받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태그:#손보협회, #김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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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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