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북 창리초 교가 동영상.
 충북 창리초 교가 동영상.
ⓒ 창리초

관련사진보기


"학교가 재미없단 생각은 이제 버려/ 친구야 일어났니 어서가자 우리 학교/
신호등도 지키고 운동장을 누벼 건너/ 맑은 이슬 송이송이 피워내는 꽃봉오리/
아름답고 슬기로운 희망 씨앗 되리라/ 자라고 또 자라라 으쓱으쓱 창리 어린이"

2015년 개교한 충북 창리초의 교가다. 활기찬 동요를 빼닮은 가락이다. 이 학교 김옥배 교장은 "가사를 직접 만든 아이들이 교가 리듬에 맞춰 자꾸 춤을 추며 다닌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춤추게 만든 교가, 어떤 내용이기에...

이쯤 되면, 교가가 재미없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할 것 같다. 교가의 대변신을 보여주는 학교는 이 뿐만이 아니다.

서울에서는 교가에 랩을 섞은 초등학교까지 생겨났다. 2012년 개교한 서울세명초가 그렇다.


서울세명초 교가 동영상.
 서울세명초 교가 동영상.
ⓒ 서울시교육청

관련사진보기


"우리가 만드는 학교, 모두가 주인공인 교실/ 일등도 꼴찌도 없고 잘난 놈도 없고 못난 놈도 없고/ 너 때문에 학교 다닐 맛나고 너 때문에 뭐든지 맛있어/ 한 명도 아니고 두 명도 아니고 우리는 세 명, 세 명!!"

두 학교 교가의 공통점은 학생들이 생활하면서 노래를 흥얼흥얼 댄다는 것. 졸업식과 입학식 때만 '차렷 자세'하고 부르는 행사용 노래를 벗어나 생활 속 인기 노래가 됐다는 얘기다. 가요처럼 동요처럼 아이들 삶 속에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두 학교 교가는 모두 해당학교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노랫말을 같이 썼다. 아이들의 삶이 노랫말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전국 초중고 교가는 "○○산 정기 받아..."와 같은 풍수지리에 바탕한 노랫말이 대부분이었다.

<한겨레> 2016년 10월 4일치 보도 "21세기 초등 운동회에 '70년대식 교가' 넘친다"(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763973.html)에 따르면 서울지역 초등학교 402곳 중 303곳(75%)의 교가는 도입부를 지리적 명칭으로 시작하고 있다. "관악산 우뚝 솟은 기상을 안고"(서울난곡초), "아차산 등녁에 새날이 오면 정기 어린 가슴에 희망이 솟네"(서울면목초) 등 인근의 유명한 산과 강, 들판, 역사적 유적지 등을 언급하며 이 '기운'과 '정기'를 본받자는 내용이다.

일본군가 바꿔서 교가로 사용하기도


가락 또한 동요가 아니라 군가 분위기거나 서양식 행진곡에 가까웠다. 심지어 강원도 횡성의 한 초등학교는 일본 군가를 '노가바'(노래가사 바꿔 부르기)해서 교가로 사용해오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역 주민의 문제제기로 2008년 교가를 바꾸기도 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전국 초중고 학생들은 교가를 부를 때면 항상 '차렷' 자세가 필요했다. 음악에 맞춰 발가락이라도 까딱거리려면 야단맞는 것을 달갑게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변신한 교가엔 이런 허망한 풍수지리 장광설이나 군가 풍 가락은 거의 없다. 대신 아이들의 사랑과 삶, 희망이 동요가락에 맞춰 담겨 있다. 이 노래엔 '나라의 일꾼', '대한의 횟불' 등과 같은 국가주의적 색채 또한 빠졌다. 대신 학생과 학교의 소박한 바람이 담겨 있다.

다음은 2012년에 개교한 서울신은초 교가와 2016년 개교한 서울위례별초 교가다.




서울신은초 교가 동영상.
 서울신은초 교가 동영상.
ⓒ 이나리

관련사진보기


"높은 하늘 바라보는 우리 두 눈이/ 나눔으로 풍성하게 세상 향하네/ 너와 내가 함께 하여 우리가 되고/ 서로 믿는 마음 모아 크게 자라리."(신은초 교가 일부)

서울위례별초 교가 동영상.
 서울위례별초 교가 동영상.
ⓒ 위례별초

관련사진보기


"우리는 모두가 저마다 소중한 씨앗/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너와 나 우리가 모두 주인 되는/ 행복한 세상 만들어가요."(위례별초 교가 일부)

"조금만 기다려주면 나도 할 수 있어"

학생들이 참여해 만든 교가, 학생들이 즐겨 부르는 교가, 그래서 학생들을 춤추게 하는 교가야말로 '살아있는 교가'다. 학생들이 외면한 교가는 결국 행사장에서만 한두 번 소모되고 끝나는 '죽은 교가'인 것이다.

박선희 서울세명초 교감은 "기존의 엄숙한 틀에 맞춘 교가 대신 아이들 정서에 맞는 가사와 가락으로 만든 교가는 아이들 삶의 노래로 평생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세명초 교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 학교 학생들 하나하나를 응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아직 어리지만 모르는 것도 많지만/ 날 믿어주는 사람이, 어딘가 있을 거야/ 조금만 기다려주면, 나도 할 수 있어."(서울세명초 교가 일부)


태그:#춤 추는 교가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