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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한 마음을 담아 온 메일

한 대학생이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단원고 2학년 9반 민경이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약전을 쓰는 과정에도 조금 참여했다고 했습니다. '단원고약전을 작은도서관에 보내기 위한 스토리펀딩을 진행하던 때였습니다. 단원고약전과 관련된 글을 사람들이 보고, 단 한 명이라도 아이들을 기억하게 된다면 정말 기쁠 것이라는 바람도 남겼습니다.

팽목항에 걸려있는 잊지 않겠다는 다짐 현수막
▲ 잊지 않겠습니다. 팽목항에 걸려있는 잊지 않겠다는 다짐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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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힘이 되는 메일이었습니다.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끼리, 서로에게 감사를 전한다는 건 참 아름다운 인연입니다. 메일을 보내준 민경이 친구는 미래 선생님이 되기 위해 교육대학교를 다니는 학생이었습니다.

'416단원고약전' 11권째를 읽다가 답장을 보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서 다시 힘을 얻게 된다고. 이 시대를 사는 어른으로서 늘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젊은 친구들에게 빚진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어른들의 이기심이, 있어서는 안 될 참사를 만들었다고. 죄스러운 마음으로 평생 살아갈 거라고.

그리고 아이들을 구하다가 함께 별이 된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약전 11권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아이들처럼 선생님들도 아주 귀한 누군가의 딸이자 아들이었고, 애인이자 남편이었으며, 아이들의 믿음직한 아버지였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은 침몰하던 세월호에서 가장 소중한 제자들인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다 바친 '오직 선생님'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하늘로 영원한 수학여행을 떠나신 11분의 선생님

2학년 1반 유니나 선생님

‘니나쿠마’로 불렸던 선생님은 19명의 제자를 탈출시켰다. 침몰이후 54일 만에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3층 식당에서 발견됐다
▲ 2학년 1반 유니나선생님 ‘니나쿠마’로 불렸던 선생님은 19명의 제자를 탈출시켰다. 침몰이후 54일 만에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3층 식당에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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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를 좋아하고 여행과 '콩가루 패미'를 사랑한 선생님은 국가전액 장학생이자 규슈대 교환학생을 다녀올 만큼 뛰어난 인재였습니다. 선생님으로 첫발을 디딘 단원고에서 4년째 일어를 가르쳤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는 '니나쿠마'로 불렸던 선생님은 19명의 제자를 탈출시키고는 도와달라는 제자의 전화를 받고 다시 내려갔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침몰 이후 54일 만에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3층 식당에서 발견됐습니다.

2학년 2반 전수영 선생님

제자들을 ‘우리 애기들’이라고 할 정도로 아이들을 사랑한 선생님은 학생들을 위로 밀어 올리다 탈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주저앉아있는 모습으로 발견됐다
▲ 2학년 2반 전수영 선생님 제자들을 ‘우리 애기들’이라고 할 정도로 아이들을 사랑한 선생님은 학생들을 위로 밀어 올리다 탈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주저앉아있는 모습으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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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어머니는 딸과의 마지막 통화를 잊지 못합니다. 다급한 상황에서 "구명조끼 입었냐"라고 묻자 "아이들은 입혔어요"라며 "얼른 끊어"라던 딸에게 "얼른 입어"라는 말만 했습니다. 그게 마지막 말이 됐습니다. 차라리 사랑한다고 말해줄 걸, "사랑해"라고 말하지 못한 게 지금도 내내 가슴을 찌른다는 어머니.

첫 발령지인 단원고에서 2년째 국어 선생님으로 1학년을 가르치던 선생님은 제자 사랑이 남달라 아이들을 따라 2학년 담임을 지원했다고 합니다. 제자들을 '우리 애기들'이라고 할 정도로 아이들을 사랑한 선생님은 학생들을 위로 밀어 올리다 탈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주저앉아있는 모습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2학년 3반 김초원 선생님

세월호 배 안에서 제자들이 마련해준 깜짝 생일파티에서 케이크 촛불을 불면서 행복해했던 선생님은 사고 직후 구명조끼 없이 뛰어가던 아이에게 자신이 입었던 조끼를 벗어주었다고 합니다.
▲ 2학년 3반 김초원선생님 세월호 배 안에서 제자들이 마련해준 깜짝 생일파티에서 케이크 촛불을 불면서 행복해했던 선생님은 사고 직후 구명조끼 없이 뛰어가던 아이에게 자신이 입었던 조끼를 벗어주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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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의 '교실이데아'를 좋아했던 선생님은 어릴 적부터 몸짱, 얼짱, 범생이로 불렸다고 합니다. 미용실에 갈 때마다 '스튜어디스냐'는 말을 들을 만큼 눈에 띄었다지요. 하지만 꿈은 선생님이 되는 것. 첫 발령지 시흥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다 단원고로 부임해서 화학을 가르쳤습니다.

선생님이 출근 전날 쓴 일기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나는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할까? 내가 가르치는 과학을 통해 아이들이 신비한 자연현상을 이해했으면 좋겠어. 멋진 하늘빛을 감상할 줄 알고 풀, 나무, 꽃과 같은 생명을 소중히 여겼으면, 마음이 따뜻한 교사, 맵시 있는 선생님."

4월 16일 0시, 세월호 배 안에서 제자들이 마련해준 깜짝 생일파티에서 케이크 촛불을 불면서 행복해했던 선생님은 사고 직후 구명조끼 없이 뛰어가던 아이에게 자신이 입었던 조끼를 벗어주고 3반 아이들이 있는 4층 객실로 내려갔습니다. 선생님의 귀에는 제자들이 생일선물로 준 귀걸이가 달려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이승에서의 마지막 생일날에 사랑하는 제자들과 함께 별이 됐습니다.

2학년 5반 이해봉 선생님

수학여행 가기 전날, 뇌종양 수술을 앞둔 제자를 찾아가 용기를 주고 당신이 먼저 길을 떠났습니다.
▲ 2학년 5반 이해봉 선생님 수학여행 가기 전날, 뇌종양 수술을 앞둔 제자를 찾아가 용기를 주고 당신이 먼저 길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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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봉쌤 왜 아무 소식이 없나요. 쌤이 첫 수업 때 말씀하셨잖아요. 바다'해' 봉황 '봉' 바다의 '킹왕짱'이라고. 그런데 왜 소식이 없나요. 빨리 돌아오세요. 수업시간 때 안 졸고 열심히 들을게요." - 쌤의 사랑스러운 제자 1학년 8반 학생 일동

선생님은 사고가 나자 배 난간에 매달린 10여 명의 제자들을 탈출시키고 선실에 있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실종되었습니다. 참교사의 길을 고민하며 '안산중등혁신교육연구회'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혁신교육을 하고 있는 곳들을 탐방하는 등 많은 노력도 했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부부의 롤모델이 될 만큼 모범적인 남편이었고, 주위에서 말하기를 어떤 미사여구도 필요 없을 만큼 '참 좋은 사람'이었다는 선생님.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자신만의 '한국사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선생님은 수학여행 가기 전날, 뇌종양 수술을 앞둔 제자를 찾아가 용기를 주고 당신이 먼저 길을 떠났습니다.

2학년 6반 남윤철 선생님

선생님은 운동신경도 좋고 호주어학연수 시절에 딴 스쿠버다이빙 강사자격증도 있었지만 남아있던 학생들을 비상구 쪽으로 인도하다가 선실 후미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 2학년 6반 남윤철 선생님 선생님은 운동신경도 좋고 호주어학연수 시절에 딴 스쿠버다이빙 강사자격증도 있었지만 남아있던 학생들을 비상구 쪽으로 인도하다가 선실 후미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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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배에 이상이 생겼다는 걸 가장 먼저 감지한 사람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최초로 사고를 신고한 학생이 선생님 대신 전화하라고 했다며 119에 신고한 것입니다. 이어서 전화를 받아서는 장난전화가 아님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그 시각이 4월 16일 오전 8시 54분 7초, 사고해역에 경비정이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 37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착한 이후에도 적극적인 구조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참사 원인이었다고들 언급합니다.

선생님은 안내방송 지시대로 구명조끼를 챙겨주며 "침착해라, 해경이 구하러 올 거야"라며 아이들을 안심시켰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세 번이나 갑판으로 올라갔다가 네 번째 선실로 내려간 후로는 영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구명조끼를 제자에게 입혀서 구조시킨 후에 말입니다.

선생님은 운동신경도 좋고 호주 어학연수 시절에 딴 스쿠버다이빙 강사자격증도 있었지만 남아있던 학생들을 비상구 쪽으로 인도하다가 선실 후미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2학년 7반 이지혜 선생님

탈출이 쉬웠던 5층 교사 선실에 있다가 사고가 나자 제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4층 선실로 내려갔지요.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제자들과 함께 하며 구명복도 입지 않은 채 희생됐다.
▲ 2학년 7반 이지혜 선생님 탈출이 쉬웠던 5층 교사 선실에 있다가 사고가 나자 제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4층 선실로 내려갔지요.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제자들과 함께 하며 구명복도 입지 않은 채 희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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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명이 '가브리엘라'인 선생님은 부모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큰딸이었습니다. 13살 생일날 엄마에게 쓴 편지를 보면 얼마나 사랑스러운 딸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엄마, 저 지혜예요. 이 무더운 여름날 가게에 앉아서 장사하시는 것 참 힘드시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절 이 아름다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셔서, 저에게 행복을 한 아름 안겨 주셔서요."

동생에게는 더없이 착한 언니였던 선생님은 탈출이 쉬웠던 5층 교사 선실에 있다가 사고가 나자 제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4층 선실로 내려갔지요.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제자들과 함께 하며 구명복도 입지 않은 채 희생됐습니다.

2학년 8반 김응현 선생님

선생님은 사고 직후 객실로 들어가서 제자들의 탈출을 도우며 마지막까지 아이들과 함께 했다.
▲ 2학년 8반 김응현 선생님 선생님은 사고 직후 객실로 들어가서 제자들의 탈출을 도우며 마지막까지 아이들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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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이 '아빠'라고 불렀던 김응현 선생님은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5월 14일 발견됐습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막내아들의 생일 전날이기도 했습니다. 한 방송국 뉴스에서는 '막내 생일 전날 돌아온 모두의 아빠'라는 제목으로 선생님의 비보를 보도했고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화학을 가르쳤던 선생님은 제자들에게는 자상하고 친근했으며 집에서는 가족을 사랑하는 가장이었습니다. 55세까지만 교사생활을 하고 아내와 함께 고향인 보은에 내려가서 황토집 짓고 살겠다는 꿈을 가졌던 선생님.

하지만 그 꿈은 이제 이룰 수 없습니다. 선생님은 사고 직후 객실로 들어가서 제자들의 탈출을 도우며 마지막까지 아이들과 함께했습니다.

2학년 9반 최혜정 선생님

"걱정하지마. 너희들부터 나가고 선생님은 나중에 나갈께" 라던 선생님은 구명복도 입지 않은 채 5월 3일 4층 객실에서 발견됐다.
▲ 2학년 9반 최혜정 선생님 "걱정하지마. 너희들부터 나가고 선생님은 나중에 나갈께" 라던 선생님은 구명복도 입지 않은 채 5월 3일 4층 객실에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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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9반 담임 최혜정 선생님은 23년 4개월 22일이라는 짧은 생을 살았습니다. 동국대학교 사범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2년 차 새내기 교사였습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이 가슴 아팠던 선생님은 거의 매일 저녁 아이들과 상담을 했고 아이들이 무사히 학교를 졸업해서 자신들의 꿈을 펼치기를 기도했습니다.

5층 객실에 있던 선생님은 사고가 나자 4층으로 내려가 제자들을 구조했습니다. "걱정하지 마, 너희들부터 나가고 선생님은 나중에 나갈게"라면서. 하지만 선생님은 구명복도 입지 않은 채 5월 3일 4층 객실에서 발견됐습니다.

선생님의 어머니는 눈물로 말합니다.

"그렇게 맑고 환하게 사랑스러웠던 내 딸 혜정아, 매일 밤 엄마는 네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꿈을 꾼단다. 사랑하는 내 딸, 지금 가기엔 너무 아까운 내 딸아."

고창석 선생님

"빨리 배에서?탈출하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면서 아이들을 구조하다가 선생님은 떠나셨다.
▲ 고창석 선생님 "빨리 배에서?탈출하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면서 아이들을 구조하다가 선생님은 떠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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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석 선생님 보고 싶어요. 아침마다 신발 신는 곳 앞에서 인사해주셨잖아요. 계속 인사해주셔야지요.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꼭 돌아와 주세요 제발."

미수습자였던 선생님은 3년이 넘은 후에야 세월호 인양 해역에서 유해 일부가 발견됐습니다. 인성생활부 체육선생님답게 짧게 깎은 머리에 생기발랄한 웃음이 인상적인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또치쌤'으로 불렸습니다.

사고가 나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제자 한 명 한 명에게 구명복을 챙겨주고 "빨리 배에서 탈출하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고 합니다. 그렇게 아이들을 구조하다가 선생님은 떠나셨습니다. 부부애가 남달랐던 아내는 강직하고 책임감 강한 남편을 회고하며 말합니다.

"그 사람 설령 살아 나왔어도 못 살았을 거예요. 그 많은 아이들이 희생됐는데..."

9년 전, 첫 근무지였던 중학교에서 불이 나자 아이들을 대피시킨 뒤 혼자서 소화기를 들고 화재를 진압했던 그였기 때문입니다.

박육근 선생님

사고가 나자 밖으로 나온 아이들을 탈출시키고 다른 아이들을 구출하기위해 4층 선실로 다시 내려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 박육근 선생님 사고가 나자 밖으로 나온 아이들을 탈출시키고 다른 아이들을 구출하기위해 4층 선실로 다시 내려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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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박육근입니다. 두근 반 세근 반을 더하면 몇 근이 되죠? 어머니가 나를 낳기 전, 두근 반 세근 반 했다고 해서 내 이름은 육근입니다. 여러분을 오늘 만나는 내 심정은 그때 어머니의 심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나를 낳아준 어머니처럼 여러분을 만나길 기다렸어요."

미술선생님이었지만 제자들의 고민을 상담해주고 많은 얘기를 주고받았던 선생님은 졸업한 후에도 제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냈다고 합니다. 먼저 연락을 주신 선생님은 '연락은 하고 살자'며 살가운 마음을 전했다지요. 스승과 제자에서 인생길 친구 같은 관계를 만들었던 선생님.

선생님이 마지막을 남긴 말은 "죽어도 아이들과 함께 죽겠다"였다고 합니다. 사고가 나자 밖으로 나온 아이들을 탈출시키고 다른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4층 선실로 다시 내려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아이들과 함께 별이 됐습니다.

양승진 선생님

한명의 제자라도 더 구출하기위해 애쓰시다 배안에 가득 찬 물속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 양승진 선생님 한명의 제자라도 더 구출하기위해 애쓰시다 배안에 가득 찬 물속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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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지금 어디 계신가요?"

일반사회를 맡고 인성생활 부장교사였던 양승진 선생님은 아직도 발견되지 못한 채 미수습자로 남아있습니다.

학생들에게 구명복을 내어주며 "탈출하라"고 소리쳤던 선생님은 한 명의 제자라도 더 구출하기 위해 애쓰시다 배 안에 가득 찬 물 속으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가족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 뒤 텃밭에서 상추며 감자며 쑥갓 등 각종 야채를 가꾸어 동료, 제자들과 나눠먹고, 배추와 무를 심어 결손가정과 독거노인에게 김장을 담가주려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그 옆에서 밭을 가꾸며 다정한 말벗이 됐던 한 할아버지는 선생님 실종소식을 듣고 밭에 주저앉아 우셨다고 합니다. 가기 전 쑥떡과 커피를 나눠 마시며 "바로 갔다 올게요"라고 말했던 선생님의 실종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진실은 결코 침몰하지 않는다는 걸 대통령 탄핵으로 우리는 알게 됐습니다. 이제 진실규명이 남았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입니다.
▲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진실은 결코 침몰하지 않는다는 걸 대통령 탄핵으로 우리는 알게 됐습니다. 이제 진실규명이 남았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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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명의 제자를 구출하기 위해 자신은 다 버리신 참 스승님들.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그간 비정규직인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인정을 받지 못했던 김초원 선생님과 이지혜 선생님의 순직이 인정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비롯된 순직 인정은, 비록 늦었지만 세월호 참사 속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제자들을 구하려다 세상을 떠난 두 선생님에 대한 당연한 예우입니다.

세월호가 기울어지고 침몰할 위험에 놓이자 단원고 선생님들은 단 한 명의 제자라도 더 구하기 위해 온전히 자신을 버렸습니다. 극한의 위기에 처했을 때, 제자를 먼저 생각한 선생님들, 그 분들이야말로 모든 걸 바쳐 헌신하신 이 시대의 참 스승이십니다.

* 이 기사는 '단원고약전'(관련 스토리펀딩)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약전을 집필해주신 단원고약전작가단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도서 구입이 어려운 작은도서관에 보내는 프로젝트를 '다음 스토리펀딩'으로 진행했으며 목표치 달성으로 전국 100곳의 작은도서관에 보낼 예정입니다. 이 기사는 펀딩에 게재된 기사이며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진실규명을 위해 단원고약전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전국의 공공도서관에도 비치될 수 있도록 오마이뉴스에 다시 한번 게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태그:#416단원고약전, #제자 구출한 단원고 선생님 , #참스승 , #잊지말자 4.16 , #순직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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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을 가지고 사는 사회를 꿈꾸는 사람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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