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핥기 이슈만 쫓지 않습니다. '필인더스트리'는 영화, 가요, 방송 등 문화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 문제를 바라보고,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제70회 칸영화제 공식 포스터.

제70회 칸 영화제 공식 포스터. 칸에서 주목받았던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 중 국내 관객에게 소개될 작품은 몇 편이나 될까. ⓒ Bronx(paris)


제70회 칸 영화제의 막이 내린 지도 2주가 지났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 홍상수 감독의 <그 후>와 <클레어의 카메라> 등 한국 감독 영화들도 대거 공식 부문에 진출하며 세계 영화인들의 관심을 받았던 만큼 국내 매체들의 취재 열기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국내 영화인들에게 취재가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경쟁 부문 등에 진출한 다른 영화들에 대한 관심도는 예년과 비슷했다. 전반적으로 '무난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지만 마켓에선 이들 영화를 국내로 들여오려는 수입사들의 '총성 없는 전쟁'이 계속됐다. 어떤 화제작이 있었고, 특히 경쟁 부문 영화의 수입 여부를 정리해보았다.

수상작들의 행방

 영화 <러브리스>의 한 장면.

영화 <러브리스>의 한 장면. 그린나래미디어가 택했다. ⓒ wildbunch


될 성싶은 영화들, 그러니까 유명 감독과 기대주들의 작품은 이른바 사전구매하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최대 마켓 중 하나라는 칸 마켓에선 갈수록 살 작품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지난 5월 17일부터 26일까지 열린 마켓은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단 침체했다는 게 여러 관계자의 증언이었다.

경쟁 부문 진출작만 놓고 보면 올해도 선 판매 된 작품이 여럿 있다. 토드 헤인즈 감독의 <원더스트럭>, 미카엘 하케네 감독의 <해피엔드>, 나오미 가와세 감독의 <히카리> 등이 그 예다. 세 작품 모두 수입사 그린나래미디어가 사전 구매했다(<원더스트럭>은 CGV 아트하우스 공동구매). 참고로 그린나래미디어는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평론가들의 높은 평점을 받은 <토니 에드만> <패터슨>도 사전 구매하거나 현장 구매해 국내에 들여온 곳이기도 하다.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한 결과 올해 수상작들의 수입 여부가 어느 정도 결정됐다. 심사위원상을 받은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러브리스>와 여우주연상을 받은 파티 아킨 감독의 < In The Fade >는 그린나래미디어가, 각본상에 빛나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는 수입사 오드가 각각 들여온다.

 영화 <매혹당한 사람들> 스틸 사진.

영화 <매혹당한 사람들> 스틸 사진. 유니버설 픽처스에서 직접 배급할 전망이다. ⓒ Focus Features


린 램지 감독의 < You Were Never Really Here >는 콘텐츠게이트가 구매했다. 해당 작품은 남우주연상과 각본상 등 2관왕에 올랐고,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호평을 받아 주목도가 높았다. 감독상을 받은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매혹당한 사람들>은 글로벌 배급사인 유니버설이 직접 국내에 풀 예정이다.

다만 가장 큰 상인 황금종려상, 그리고 차위 격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두 작품 모두 수입 여부가 불투명하다.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더 스퀘어>는 최고상에 빛나긴 하지만 국내 수입사에서 쉽게 구매하지 못한 상태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작품성은 좋지만, 국내에서 흥행할지는 미지수라 다들 적극적으로 사려고 하진 않았다"고 귀띔했다.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로빈 캉필로 감독의 < 120 Battements Par Minute >도 수입사가 파악되지 않았다.

사자 경쟁

 영화 <주피터스 문> 관련 이미지.

독특한 액션이 돋보였던 영화 <주피터스 문>의 스틸 사진. 엣나인 필름이 구매했다. ⓒ Kornel MUNDRUCZO


수상작 외에도 각 수입사의 성향에 따라 경쟁부문 영화들이 각각 구매가 나뉘었다. 사프디 형제의 <굿 타임>과 미셸 하자나비시우스의 < Redoubtable >은 영화사 더 쿱이 구매에 성공했다. 이 중 후자는 장 뤽 고다르의 전기를 다룬 작품이라 현지에서도 관련 기사가 많이 나왔다.

이미 황금종려상 등 칸에서 여러 상을 거머쥔 바 있는 거장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해피엔드>는 앞서 언급한 그린나래미디어가 들여오며, 수직 강하와 신선한 액션 장면이 특징인 <주피터스 문>은 엣나인 필름이 구매했다.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 Amant Double >은 영화사 찬란이 산 거로 알려졌다. 세르게이 로즈니차 감독의 < A Gentle Creature >도 국내의 한 수입사에 팔렸다. 현지 평론가들에게 혹평을 받은 자크 드와이옹 감독의 <로댕>은 국내 수입사들 사이에서도 외면받았다. 아직 구매 이력이 없다.

이 밖에 이른바 프랑스 극장연합회 논란에 휩싸인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 The Meyerowitz Stories >는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가 직접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공급하는바 수입사들의 구매 대상은 아니었다. 홍상수 감독의 <그 후>는 프랑스에서 이미 지난 6월 초 개봉했고, 국내에도 오는 7월 6일 개봉한다.

칸 영화제 마켓 달군 최고가 작품은?
예술성을 논하는 경쟁작과 달리 상업영화 거래에서 올해 칸영화제 마켓은 다소 활기가 떨어졌다는 게 여러 관계자들의 말이었다. "사고 싶은 작품은 이미 팔렸고, 마켓 첫날부터 분위기가 뜨겁진 않았다"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수입 영화들이 잘 흥행되지 않는 현실도 있어 쉽사리 구매하지 않는 면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올해도 어김없이 최고가에 거래된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엣지 오브 투모로우>로 유명한 더그 라이만 감독의 <카오스 워킹>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패트릭 네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150만 불(약 17억 원)을 주고 구매했다. 애스킹 프라이스(asking price, 제작사가 원하는 가격)는 200만 불이었으나 다른 작품을 패키지로 사면서 가격이 내려갔다.

또 전편을 새롭게 리부트 한 걸로 알려진 <헬보이3>는 우성엔터테인먼트에서 80만 불(약 9억 원)을 주고 들여온다. 톰 하디가 전설의 갱스터 알카포네 역을 맡으며 화제작으로 떠오른 <폰조>는 스톰픽쳐스코리아가 꽤 고가에 구매했다는 소식.



칸영화제 홍상수 옥자 황금종려상 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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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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