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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찰청은 청와대의 주문에 따라 '인권 경찰'로 거듭나겠다며 방안들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에서 저지른 수많은 공권력 남용과 인권침해에 대해 사과는커녕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경찰이기에 '인권 경찰'로 거듭나겠다는 그들의 말은 전혀 진정성이 없어 보입니다. 과연 경찰이 진짜 '인권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경찰청장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경찰이 즉각적으로 이행해야 할 인권과제를 촉구하고자 합니다. - 기자 말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3년을 맞아 6월 13일 이철성과 김수환 파면을 촉구하며 종로경찰서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3년을 맞아 6월 13일 이철성과 김수환 파면을 촉구하며 종로경찰서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 다산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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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우린 사람이 아니었어요." 2014년 6월 11일 '토벌 작전'처럼 진행된 밀양 송전탑 부지 농성장 행정대집행 당시를 떠올리며 밀양 주민이 힘겹게 꺼냈던 말이다. 농성장별로 고작 30명 안팎의 주민과 연대 시민들을 '치우기 위해' 경찰 2천 명이 동원된 그 날로부터 3년이 지났다.

그러나 폭력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다. 지워지기는커녕 더 생생하게 떠오른다. 평생 경찰서 문턱도 가볼 일이 없었는데, 이젠 경찰 마크만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진압 작전을 지휘했던 경찰 책임자들의 파면을 촉구하며 밀양 주민이 외쳤다. "민주 경찰, 인권 경찰이라고요? 당신들이 폭력배랑 뭐가 다릅니까?"

고향 주민들을 짓밟았던 김수환(당시 밀양경찰서장)은 청와대 경호대장을 거쳐 지금 종로경찰서장으로, "농성자들의 인권과 안전을 고려했다"며 자화자찬하던 이철성(당시 경남경찰청장)은 경찰청장으로 승진했다. 이성한(당시 경찰청장)은 송전탑 공사를 밀어붙인 불도저 한국전력의 상임감사로 있다. 밀양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벌인 전쟁의 대가였다.

밀양 주민들의 말처럼 경찰은 "부도덕한 기업의 하수인이었고, 패악한 정권의 하수인"이었다. 밀양에서 한전 경비였던 경찰은 용산 남일당에서 철거용역이었고, 평택 쌍용차 공장에서는 구사대였으며, 제주 강정에서는 해군 경비였다. '법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서라며 경찰이 행하는 불법적이고 초법적인 폭력과 인권유린은 모두 용인되었다.

다치던 죽던 문제 될 건 없었다. 2015년 11월 14일 살인 물대포로 목숨을 잃은 백남기 농민 국회 청문회에서 강신명(당시 경찰청장)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할 수 없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죽은 이는 있어도 죽인 이는 없는 현실이 가능했던 이유는 경찰에게 철거민은, 노동자는, 정권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시민들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폭력적 진압의 대가로 포상과 승진이라는 승승장구의 길이 보장되어 왔기 때문이다.

기업과 정권의 하수인으로 시민 위에 군림해온 경찰

2009년 1월 막개발에 항의하며 망루에 올랐던 철거민들을 김석기(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는 하루가 채 되지 않아 경찰특공대를 투입하며 살인 진압했다. 경찰청장에 내정되면서 이명박 정권에 진압공로를 인정받기 위해 무리수를 두어 발생한 비극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5명의 철거민과 1명의 경찰이 죽었지만, "불법폭력시위로부터 선량한 시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법질서를 바로 세우는 정당한 법 집행"이었다고 항변해온 김석기는 일본 오사카 총영사와 한국공항공사 사장을 거쳐 지난 20대 총선에 출마해 현재는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다.

용산참사는 그해 여름 평택 쌍용차 공장에서 재연되었다. 헬기로 최루액을 투하하고, 컨테이너로 옥상에 오른 경찰들은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고 고무총을 발사하며 노동자들을 제압했다. 대테러 장비인 테이저건도 등장했다. 이미 제압당해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노동자들을 향해 경찰은 분을 풀 듯 발길질을 해댔다.

조현오(당시 경기경찰청장)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경찰청장으로 승진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조현오는 쌍용차 파업 진압을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이라 꼽았다. 그날 이후 많은 동료를 잃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2012년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차렸다. 동료를 잃은 비통함, 죽음의 행렬이 이어질까 두려움을 안고 "해고는 살인"이라 절박하게 외치는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경찰은 모욕과 폭력을 일삼고, 애도하고 추모할 권리를 짓밟았다.

'대한문 대통령'이라 불린 최성영(당시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은 2013년 12월 파업 중인 철도노조 위원장 체포를 이유로 민주노총 침탈에 앞장섰다. 노동자들 위에 군림한 것이 승진의 기회가 되어 최성영은 현재 구리경찰서장으로 있다. 불법 파업이 강제진압의 명분이었는데, 이후 법원에서 당시 철도파업은 합법이라는 판결이 났다.

인권침해 현장과 경찰 책임자 목록은 지금도 더해진다

경찰이 저질러온 인권침해의 현장을 목록화해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2008년 이명박 정권 초기,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떠올려본다. 명박산성으로 가로막고, 색소와 최루액을 섞은 살수로 거리를 뒤덮고, 날 선 방패를 휘둘러 손가락이 잘리고, 군홧발에 머리가 짓밟히며 평화로웠던 집회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올해로 10년이 된 강정 해군기지 반대 투쟁은 어떤가. 주민의 의사와 반하는 해군기지 사업을 강행하고자 4.3의 아픔에 아랑곳 않고 육지 경찰이 투입되어 마을을 점령했다. 시공사와 해군의 공조자 노릇을 하며 강정 주민들과 평화활동가, 종교인들을 '치우면서' 700여 명이 연행되고 벌금은 4억 원에 달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무능하기만 했던 박근혜 정권은 "아이들을 살려내라"는 피 끓는 피해 가족들의 외침을 가로막는 데는 신속했다. 경찰은 '성향 분석, 외부세력과의 연계 차단을 위한 예방정보활동'이라며 피해 가족들에 대한 사찰과 감시도 서슴지 않았고, "노란 리본을 단 사람은 불법 시위자가 될 수 있다"며 시민들의 애도와 추모행렬을 폭력으로 막아섰다.

폭력은 흘러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져 왔다. 인권침해를 자행한 경찰 주요 책임자들의 이름이 겹쳐지는 이유다. 그리고 그 목록은 지금도 더해지고 있다. 오늘도 성주 소성리에서는 사드 불법반입을 막으려는 주민들에게 '불법행위'를 하지 말라며 위협하는 경찰들과의 충돌 소식이 전해졌다.

이렇듯 국가폭력은 현재진행형이다. 경찰이 자행한 인권침해의 경험을 현재의 고통으로 마주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경찰은 어떠한 반성도 사과도 없다. 그러면서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이라는 현안 앞에 '인권 경찰'로 거듭나겠다며 각종 방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살수차 명칭을 참되게 물을 이용한다는 의미까지 부여하며 '참수리차'로 바꿨다는데, 그 살수차로 인해 목숨을 잃은 백남기 농민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없다. 사건 발생 초기에 진행한 청문 감사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법원의 명령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멈춰진 시간, 다른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6.10 민주화 항쟁 30주년을 하루 앞둔 6월 9일 이철성 경찰청장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있던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았다고 한다. "부끄러운 역사를 되짚어보고 인권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나섰다는 그에게 자신이 쌓아온 인권침해의 역사는 어떻게 되짚고 바로잡을 것인가 묻고 싶다. '인권 경찰'로 경찰조직이 거듭나기 위해 이철성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바로 그 자신이 벌여온 인권침해에 대한 반성과 사과다. 그리고 그 의지를 분명히 보일 수 있는 건 스스로 경찰청장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경찰의 인권침해가 반복되는 토대는 바로 인권침해를 자행한 경찰들이 처벌은커녕 오히려 승승장구해온 부정의, 불처벌의 역사와 맞닿아있다. 수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와 뿜었던 열망으로 문재인 정권이 출범했다. 잘못된 역사와 단절하기 위해 적폐청산을 강조하는 새 정부 하에서 경찰 적폐를 청산하는 첫걸음은 바로 그동안 인권침해가 '업적'으로 승인되어온 것을 바로잡는 일이다.

'인권'은 수사가 아니다. '인권 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어야 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하에서 경찰이 저지른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필수적인 이유다. 진상조사와 함께 경찰의 사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인권과 민주주의를 향해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다. 인권침해를 경험한 당사자들의 시계는 1년이 흘렀건, 10년이 흘렀건 그날 그때로 멈춰있다. 인권침해를 자행한 경찰, 이를 뒷받침해온 국가의 인정과 반성이 있을 때 비로소 멈춰있던 시간에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민선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이자 공권력감시대응팀(공감대) 멤버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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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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