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경기 운용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이상군 감독 대행 ⓒ 한화 이글스

이상군 감독 대행 ⓒ 한화 이글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최근 올시즌 잔여 경기를 이상군 감독 대행 체제로 소화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하면서 향후 행보에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화는 지난 5월 구단과 갈등을 빚던 김성근 전 감독이 사퇴한 이후 이상군 대행 체제로 팀을 이끌어왔다. 당초 새로운 감독 후보를 물색하던 한화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후임 감독 인선이 난항을 빚으면서 고심 끝에 한달만에 올시즌은 이 대행 체제로 남은 기간을 끌고가겠다는 절충안을 선택했다.

사실 성적만 놓고보면 고개를 갸웃할만 하다. 한화는 현재 25승 37패로 리그 8위에 머물러있다. 김성근 전 감독이 물러날 당시 18승 25패(.419)로 9위를 기록할때보다 순위는 한계단 높지만 이상군 대행 체제에서도 7승 12패(.368)로 승률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소위 감독교체에 따른 충격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물론 시즌은 아직 80여 게임 이상이 남았고 5강과의 격차는 7게임 정도다. 험난하기는 하지만 한화로서는 아직 시즌을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한화의 선택은 후임 감독 인선에서 팀의 중장기적인 비전을 고려하여 보다 신중하고 치밀하게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지이자, 이상군 대행에게도 충분한 기회를 주겠다는 두 가지 포석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화로서는 그동안 역대 감독들의 실패 사례를 거울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그동안 감독 개인의 이름값이나 카리스마에 의지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김응용이나 김성근같이 KBO리그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명장들을 영입하고도 번번이 실패했다. 감독에게 전권을 맡기고 리더 개인의 역량이나 비전에만 의지하지만 정작 시스템이나 인프라 구축에 소홀한 구단 운영이 빚은 근본적인 한계였다.

올해부터 팀운영의 주도권이 프런트로 넘어간 한화는 팀의 개혁 의지와 방향성에 함께 발을 맞춰줄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했다. 시즌 중반에 갑작스럽게 한화가 기대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새 감독을 영입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2014년의 김성근처럼 여론이나 상황에 떠밀려 구단의 방향과도 맞지않는 감독을 성급하게 인선했다가 엄청난 후유증을 치러야했던 트라우마도 한화 구단이 좀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이상군 대행도 엄연히 한화의 신임감독 후보군중 한 명이었다. 갑작 스럽게 지휘봉을 물려받아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뚜렷하지 않지만 벌써 감독의 능력을 평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다. 2014년 양상문 감독은 시즌 초반 하위권에 머물던 LG의 지휘봉을 물려받아 부임 첫 한달간도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뒷심을 발휘하며 결국 5강진출에 성공한 바 있다.

모나지않은 온화한 성품과 안정감은 이상군 대행의 장점이자 어쩌면 단점이기도 하다. 이상군 대행은 갑작스럽게 감독직을 물려받게 된 부담속에서도 선수단을 잘 추슬려 팀분위기를 빨리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임 감독 체제에서 불거졌던 무리한 선수 혹사나 경기운영이 줄어들고 합리적으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는 것도 평가받을 만한 부분이다. 본인이 정식 감독 자리에 대한 욕심으로 가뜩이나 흔들리는 선수단을 몰아붙여 성적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한화는 더 큰 혼란에 빠질 수도 있었다.

반면 우려의 시선도 없지는 않다. 이상군 대행의 지도력에 의문부호를 품는 이들은 극단적으로 말해 '사람좋은 것 빼면 별거 없는' 지도자라는 인상도 강하다. 사실 이상군 대행은 올해가 아니더라도 진작부터 한화 감독 후보에 오를만한 기회가 많았던 인물이다. 일단 본인부터가 선수시절 한화의 레전드 출신에다가, 은퇴 후에도 팀에서 코치부터 프런트까지 다양한 업무를 소화하며 팀사정에 누구보다 밝다. 전통적으로 구단 출신들을 우대하는 한화의 전통을 감안하면 왜 진작에 감독 후보가 되지못했을까 의아할 정도다.

이는 다시 말하면 이상군 대행이 그동안 지도자로서 보여준 성과가 미미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화와 LG를 거치며 투수코치와 스카우트, 운영팀장 등으로 20년 가까이 현장에서 활동해왔지만 딱히 지도자로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할 만한 업적이 부족하다. 특히 한화가 본격적인 암흑기에 접어든 2000년대 후반부터는 선수시절 이름값에 비하여 지도자로서는 무능한 '한화 레전드 출신 코치'의 대명사 중 하나로 거론되며 한화 팬들에게조차 엄창난 비판을 듣기도 했다. 김성근 전 감독의 사퇴를 지지했던 한화 팬들조차도 이상군 대안론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한화는 올시즌 중요한 전환점에 놓여있다. 2008년부터 가을야구를 밟지못하고 있는 한화는 올해마저 실패할 경우, 2003년~2012년의 LG 트윈스에 이어 두 번째로 10년연속 PS 탈락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올시즌 성적보다 노쇠화된 구단의 장기적인 체질개선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상군 대행은 성적과 리빌딩의 과도기적 갈림길에 놓여있는 한화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아야하는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셈이다. 감독 개인의 역량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다. 올시즌 이상군 체제의 한화가 남은 시즌의 방향성을 어떻게 선택할지부터 분명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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