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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교신학대학교 사태(관련 기사: 감신대생은 왜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하는가)가 이사회와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백현빈 기독교육학과 학생이 '총장 직선제'를 내걸고 10m 높이의 십자가 종탑에서 종일 기거하며 고공농성을 일주일째 이어가고 있다. 2015년 당시 총여학생회장이 이사장 사퇴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한 데 이어 두 번째다.

10m 높이의 웨슬리 종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백현빈씨.
 10m 높이의 웨슬리 종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백현빈씨.
ⓒ 이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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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이종화 종교철학과 학생회장은 이사장 퇴진과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며 16일간 단식 농성을 벌이다 황달 및 탈수 증세가 보이는 등 건강이 악화되면서 병원에 입원했다.

기말고사 기간에 농성을 실행한 백씨는 14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내 민주화는 모든 대학교의 문제다. 공통된 문제를 두고 공동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백씨는 종탑에 오르기 전인 지난 7일 성명문을 내고 "나 또한 학교의 평화를 바란다"고 운을 뗀 뒤 "그 평화는 총장 선출에 대한 이사회의 독점적 권한이 학내 모든 구성원들에게 나눠지는 최소한의 공정성이며 이런 평화를 위해 교직원 임용과 학제 개편, 총장 선출까지 임의로 할 수 있는 이사회의 제왕적 권한이 축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백씨와 나눈 일문일답.

고공농성 중인 백현빈씨가 전방을 내다보고 있다.
 고공농성 중인 백현빈씨가 전방을 내다보고 있다.
ⓒ 이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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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날씨가 제법 쌀쌀한데 건강은 어떤가. 
"종탑 앞뒤가 뚫려있다. 바람이 많이 불어와 현재는 몸이 쑤신 정도다. 방도가 딱히 없다."

- 고공농성까지 감행한 이유가 있나.
"16일 동안 이종화 학우가 단식하고 결국 실려 가지 않았나. 그런데 학교는 총장 선출을 강행하고 있고 학생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학교가 위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내 민주화가 짓밟히고 이종화 학우를 무시하는 학교 처사가 화나서 고공농성에 들어가게 됐다."

- 현행 추천위원회에서 총장을 뽑고 있는데 문제점이 뭔가.
"추천위 과반수가 이사들이다. 학교 운영이 대부분 학생 등록금으로 충당되는데, 학생은 1명만 추천위에 들어간다. 이사회의 목소리가 과대표되는 문제점이 있고 이사장에 부합하는 인물로 총장이 선출되고 있어서 부정이 저질러지고 있다. 이를 총체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 학내 상황은 풀릴 기미가 있는가.
"이사회가 지난 번 열렸을 때 총장 선출이 무산되면서 이를 계기로 총장 직선제를 시동 걸어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학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사회가 결정한 후보자를 가지고 총장을 선출하려고 한다. 학교와 학생, 팽팽한 대치 상황이다."

- 고공농성 이후 학교에선 어떤 대응을 보였나.
"학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동문, 교수 사회에서 고공농성 이후 함께 하자는 움직임이 보인다."

종탑 안에 백씨가 기거하고 있는 텐트 안.
 종탑 안에 백씨가 기거하고 있는 텐트 안.
ⓒ 백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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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탑 내부에서 어떻게 지내나.
"기본적으로 사람이 거처하는 공간이 아니고, 종을 치는 공간이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곳인데 상당히 협소하고, 바닥도 콘크리트다. 화장실도 물론 없다. 생리 현상을 따로 해결할 수 없어서 간이 화장실을 직접 만들어서 해결하고 있다. 여기에 온 뒤 전혀 씻지 못했다. 잠은 간이 텐트를 쳐놓고 자고, 식사 같은 건 밑에서 올려준다."


- 농성을 통해 관철하겠다는 목표가 있나.
"학생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할 때 세 가지 구호를 제창했다. 이사장 사퇴, 이사회 총사퇴, 총장 직선제다. 이것들이 모두 관철되기 전까진 안 내려갈 생각이다."

- 고공농성에 돌입한 뒤 느껴지는 큰 어려움은 없나.
"가장 큰 건 외로움이다. 혼자 있어야 한다는 박탈감도 있다. 감정적인 부분에서 어렵다."

백씨는 웨슬리 종탑에서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백씨는 웨슬리 종탑에서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전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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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일과는.
"밤에 바람이 많이 불어 잠을 깊게 못 잔다. 책도 읽다가 인사도 드리고 응원 메시지도 듣고, 저녁엔 혼자 기도한다. 또 기말고사 기간이라 과제도 하고 있다."

- 기말고사에 불이익 받는 건 없나.
"일단 시험이 레포트 제출로 대체가 됐는데, 불이익을 받을지는 나중에 가봐야 알 것 같다." 

- 끝으로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학내 민주화는 이화여대 사태부터 국립대, 사립대까지 모든 대학교가 겪는 문제다. 그런 부분에서 관심 많이 가져주면 좋겠고, 공통된 문제를 두고 공동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같이 함께해줬으면 좋겠다."



태그:#감신대, #대학교, #이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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