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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4m의 점봉산이 구름바다의 섬처럼 보이는 대청봉은 설악산의 주봉으로 해발 1708m에 이르는 한라산과 지리산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산이다.
▲ 대청봉 1424m의 점봉산이 구름바다의 섬처럼 보이는 대청봉은 설악산의 주봉으로 해발 1708m에 이르는 한라산과 지리산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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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얻어지는 다양한 산물 가운데 산삼 이상으로 말도 탈도 많은 산물도 없다.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논쟁들이 있는지 알 수 있다. 해발 1000m 고지 이상의 자연 상태에서 산에 품어 키운 삼들만을 산삼의 대명사인 천종산삼(天種山蔘)라 할 수 있는데 현실은 전혀 그러하지 않다.

오늘은 그런 산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내가 만난 산삼은 특이하게 모두 양양군 방향의 설악산과 점봉산 자락에서다.

지난 2004년 봄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본격적으로 나물 채취를 다니기 시작했다. 달리 생업에 전념할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년 뒤인 2005년 5월 중순에서 하순으로 막 접어들던 시기에 해발 1000m 지대에서 처음으로 산삼을 만났다. 그 당시의 놀라움은 말로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조심스럽게 가져온 산삼, 마을 어른이 보시더니 "다시 가서 심으라"

계방산 등 강원도의 해발 1300m 이상 고산지대의 북사면 너덜지대에 많이 자생하던 천삼(땃두릅)이 무분별한 채취로 설악산의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만나기 어려워졌다. 순을 따거나 줄기 일부분만 채취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뿌리까지 뽑은 탓이다. 사진의 천삼들은 인적이 미치지 않는 위치에 식재해 20여년째 생육상태를 지켜보고 있다.
▲ 천삼 계방산 등 강원도의 해발 1300m 이상 고산지대의 북사면 너덜지대에 많이 자생하던 천삼(땃두릅)이 무분별한 채취로 설악산의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만나기 어려워졌다. 순을 따거나 줄기 일부분만 채취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뿌리까지 뽑은 탓이다. 사진의 천삼들은 인적이 미치지 않는 위치에 식재해 20여년째 생육상태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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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스럽게 처음 발견한 산삼을 조심스럽게 채집해 이끼를 뜯어 손수건으로 싸 배낭에 넣고 종일 나물 채취를 한 뒤 오색마을에 돌아왔다. 몇 번 산삼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던 마을 어른께 보여드리니 당장 "이걸 왜 지금 가져왔어? 내일 새벽 해뜨기 전 아무도 몰래 다시 그곳에 가서 너만 알 수 있는 자리에 다시 처음하고 똑같이 묻고 최소한 반경 50m 주변을 샅샅이 살펴봐. 틀림없이 이 삼이 있게 한 모삼(母蔘)이 있어"라고 하셨다.

해도 뜨기 전 아내에게 산에 가장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다. 산에 들고 조금 지나서야 먼동이 텄다. 햇살이 동쪽 방향으로는 비쳐들기 시작했으나 삼을 만난 지점엔 여전히 햇볕이 들지 않았다. 배낭을 벗어 산삼을 처음 만난 위치가 아닌 곳에 다시 심었다. 그리고 돌아와 찬찬히 살피는데 조금 전 심었던 것과 비슷한 3구삼들을 여러 개체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더 큰 삼은 도저히 찾을 수 없어 잠시 쉬다 다른 장소에 심었던 삼을 처음 자리에 옮겨 원 상태 그대로 정성껏 심었다.

굴피를 떠 삼대를 눕혀 눈에 띄지 않게 만들라는 말은 들었지만 구태여 그런 무리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눈에 띄어 사라지면 거기까지가 내 복이겠거니 하는 마음이었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물을 채취할 생각으로 배낭을 짊어지려고 들었다. 그때 거짓말처럼 그토록 찾던 커다란 삼이 배낭에 눌려 있다 일어섰다. 배낭으로 눌러놓고 주변을 2시간 동안 살폈으니… 키가 상당히 크고 잎도 내 손바닥을 쫙 편 것보다 더 컸다. 수시로 사람들이 지나치는 등산로에서 불과 2m 남짓, 그동안 어떻게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이렇게 내 눈 앞에 나타났는지 알 수 없다. 물론 매년 이 자리에서 참나물과 곰취를 채취하면서도 처음 만났다는 자체도 신기했다.

이 산삼은 나중엔 하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아 결국 3구삼 한 뿌리만 구매자에게 넘기고 지인에게 보내거나 가족들에게 먹게 했다. 다른 사람의 삼은 헐뜯고 자신이 채심한 삼은 부풀린다는 사실도 그때부터 확실하게 배웠다. "그래 먹고 아프지 않으면 좋지"란 아내의 말을 들으며 내가 먹은 삼은 뇌두부터 미의 끝까지 길이가 60cm으로 무게만도 1냥 2돈 3푼(45.75g)이나 됐다.

당시 한국심마니협회에 사진을 보냈을 때 "자세한 감정을 하고 경매에 붙이는데 그 비용과 수수료를 납부해야 된다"는 말을 들었다. 경매까지 보통 빨라야 일주일이라는데 그 경비부터 댈 형편이 안 됐다.

고산식물인 만삼은 서렁으로 불리는 제법 굵직한 돌들이 있는 해발 1200m 이상의 울창한 수림대 속에서 자생한다. 뿌리도 몇 갈래로 나뉘지만 오래 묵을 수록 많은 싹을 내 200g 이상 되는 만삼의 경우엔 제법 큰 덤불을 형성한다. 향은 더덕보다 강하나 잎에서는 그리 강한 향이 나지는 않아 약초꾼들도 산에서는 찾기 쉽지는 않다. 육묘를 해 숲에서 가꾼다면 여린 순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 만삼 고산식물인 만삼은 서렁으로 불리는 제법 굵직한 돌들이 있는 해발 1200m 이상의 울창한 수림대 속에서 자생한다. 뿌리도 몇 갈래로 나뉘지만 오래 묵을 수록 많은 싹을 내 200g 이상 되는 만삼의 경우엔 제법 큰 덤불을 형성한다. 향은 더덕보다 강하나 잎에서는 그리 강한 향이 나지는 않아 약초꾼들도 산에서는 찾기 쉽지는 않다. 육묘를 해 숲에서 가꾼다면 여린 순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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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애써 산삼을 찾으려 한 적이 없다. 언젠가 자연스럽게 다시 만나겠지 하는 마음으로만 산을 올랐다. 물론 가끔 주인이 있는 임야로 불리는 그리 높지 않은 산에서 채심한 산삼들이 1억 원이니 1억 2천만 원이니 하는 뉴스를 만나며 '양양군의 설악산과 점봉산, 구룡령과 같은 해발 1000m가 훌쩍 넘는 산들도 어딘가 산삼을 품고 있는데…'란 생각을 하며 기회가 되면 양양군의 천종삼에 대해 반드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

나물을 채취하는 시기라 읍내에 있는 가족들과 떨어져 오색에 한시적으로 방을 얻어놓고 산에 다닌다. 며칠 전인 지난 6월 9일 새벽 4시 창밖으로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아침밥을 먹고 점심을 싸 물병을 챙겨 1.2km 가량 걸어 대청봉 입구를 들어섰을 때는 4시 40분이 막 지나고 있었다. 제1쉼터에 올랐을 때 얼마 전까지 붉던 동쪽 하늘까지 구름이 낮게 드리었다. 설악폭포를 지나 대청봉을 2km 남겨둔 지점에 올라섰을 때 시간이 오전 6시 10분이었다.

설악산에선 이와 같은 바위틈에서 샘을 찾는 일이 양양지역에 오래 삶터를 이룬 이들에겐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산의 지형을 제대로 모르는 이들에겐 역시 설악산은 함부로 등산로를 벗어나면 안 되는 위험한 곳이다. 곳곳에 위험천만한 장애물이 있고, 방향을 잃어버리기 십상인 곳이 설악산이다.
▲ 샘터 설악산에선 이와 같은 바위틈에서 샘을 찾는 일이 양양지역에 오래 삶터를 이룬 이들에겐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산의 지형을 제대로 모르는 이들에겐 역시 설악산은 함부로 등산로를 벗어나면 안 되는 위험한 곳이다. 곳곳에 위험천만한 장애물이 있고, 방향을 잃어버리기 십상인 곳이 설악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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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쯤 더 올라 숲으로 들어섰을 때 급기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돌아가기도 난처한 상태에서 비를 직접 맞지 않아도 옷에 스치는 나무와 풀 탓에 전신이 흠뻑 졌었다. 바위를 타고 흐르는 샘을 찾아 물병 두 개를 채운 뒤 고도계를 확인하자 해발 1500m 위치를 가리켰다. 그때 제법 큰 멧돼지가 후다닥 튀었다. 그리고 주먹보다 조금 큰 새끼들은 도망간 어미와 반대로 사방으로 톨톨거리며 숨었다. 새는 제 새끼들을 위해 다친 척 주의를 끌건만 이 어미는 새끼를 버리고 도망쳤다. 새끼 몇 마리 피한 곳을 비껴 가파른 경사면을 힘겹게 올랐다.

1시간 반 정도 지나 안개가 완전히 걷혔다. 해가 비추자 비에 젖은 나뭇잎들과 풀들은 생기가 넘쳤다. 하산하지 않길 잘했단 생각을 하며 배낭을 벗고 목도 축이고 쉴 생각으로 평평한 바위를 찾아 능선 방향으로 앉았다.

물을 마시려고 앉았더니... 거짓말처럼 산삼이 보였다

그동안 전해오는 이야기로만 남향에서도 산삼을 만날 수 있다고 했으나 오로지 북동쪽의 5°각의 마사와 부엽토가 잘 발달한 사면만 살펴보았다. 처음 점봉산 자락에서 산삼을 만났던 지형이 이와 부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만난 산삼은 앞에 커다란 바위와 나무가 있기는 하지만 삼이 앉은 지형은 온전히 남향이다.
▲ 산삼(천종산삼) 그동안 전해오는 이야기로만 남향에서도 산삼을 만날 수 있다고 했으나 오로지 북동쪽의 5°각의 마사와 부엽토가 잘 발달한 사면만 살펴보았다. 처음 점봉산 자락에서 산삼을 만났던 지형이 이와 부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만난 산삼은 앞에 커다란 바위와 나무가 있기는 하지만 삼이 앉은 지형은 온전히 남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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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병을 꺼내 막 한 모금 마시려는데 눈 앞에 거짓말처럼 4구 산삼이 보였다. 예전에도 여기 앉아 쉴 때는 못 봤는데, 오래 전 9뿌리의 산삼을 만났을 때도 늘 그 시기면 찾던 장소였듯 이곳도 그렇다. 당시 제대로 값을 받지 못하고 나눠주고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니 산삼을 만났다는 두근거림도 없다.

먼저 위성지도로 좌표를 확인했다. 고도계는 1568m를 가리켰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 확실한 기억을 위해 특징적인 나무와 바위들부터 확인했다.

이제 누군가 장뇌를 옮겨 심었는지부터 확인했다. 꽃대와 잎줄기의 비율로 장뇌가 아님은 확실했다. 이제 설악산에서 천종산삼을 발견했다는 분명한 사실을 확인한 순간이다.

키가 30cm 가량되는 전형적인 고산지형에서 만날 수 있는 천종산삼의 모습을 확인했다. 꽃대인 중심의 딸이 잎을 모두어 잡았을 때 가려져야 천종산삼으로 인정받는다.
▲ 4구 천종산삼 키가 30cm 가량되는 전형적인 고산지형에서 만날 수 있는 천종산삼의 모습을 확인했다. 꽃대인 중심의 딸이 잎을 모두어 잡았을 때 가려져야 천종산삼으로 인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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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비하면 같은 4구라도 줄기가 현저히 작다. 30cm의 키에 꽃대가 아주 짧고, 4개의 가지에 잎은 고르게 5장씩이다. 충분한 연식이 안 되면 잎이 3장일 수도 있고, 4장이나 6장일 수도 있다. 3개의 가지엔 고른 5장의 잎이 있으나 한 가지만 크기가 작으며 잎이 다르게 핀다.

자. 이제 곧 5구가 될 천종으로 100년 이상의 감정은 확실하다. 그리고 바로 옆에 각구 삼이 있는데 한 가지는 5장의 잎이고 한 쪽은 3장이다. 제법 세월을 더 살아야 고른 5장의 잎을 달고, 그 뒤엔 3구가 되겠다.

잎의 크기가 약간 서로 비대칭이지만 확실하게 5장의 잎을 각각 단 2구의 천종산삼이다. 천종삼은 제 연령을 채우지 않았을 때는 잎이 3~4장이나 혹은 6장이 달리기도 한다고 오래전부터 심마니로 일생을 바친 어른들께 배웠다.
▲ 각구삼(2구 천종산삼) 잎의 크기가 약간 서로 비대칭이지만 확실하게 5장의 잎을 각각 단 2구의 천종산삼이다. 천종삼은 제 연령을 채우지 않았을 때는 잎이 3~4장이나 혹은 6장이 달리기도 한다고 오래전부터 심마니로 일생을 바친 어른들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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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주변을 살펴봐도 더 큰 삼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풀숲에서 다른 각구삼이 고른 5장의 잎을 달고 있었다.

총 3뿌리의 삼을 확인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더 찾기를 멈추고 능선으로 나서며 근처 지형과 토질들을 확인했다. 다음에 조용히 살펴볼 필요가 충분히 있다는 걸 기억하며…

그동안 삼을 다시 만났으면 했던 이유가 있다.

산삼으로 부를 수 있는 삼은 천종이 유일하다. 천종은 자연 상태에서 산삼의 씨앗이 발아하여 자란 것으로 반드시 단 한 번도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아야 된다. 장뇌삼을 해발 700m 높이의 산자락에서 키워 산삼으로 속이는 경우도 많고, 인삼 재배지의 산자락에서 새가 옮긴 인삼종자로 발아해 자란 자연삼도 산삼으로 둔갑시켜 높은 가격에 파는 모습도 봤다.

아래 표를 보면 같은 식물로 분류는 되지만 현저히 다른 생장과정을 거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천종산삼은 5년에 완전히 성장해 40~300g까지 무게가 나가는 재배삼인 인삼과 달리 5년이 되어야 2g이 되고 100년이 되어야 금 1냥의 무게인 37.5g 안팍이 될 정도로 아주 더디게 자란다. 가끔 천종산삼이라고 속이는 장뇌삼은 15년이 되면 100년근 천종삼과 같은 무게가 된다. 따라서 산삼에 대한 일정 수준의 지식만 있다면 뇌두와 턱수, 삼의 무게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진품과 장뇌를 구분할 수 있으며 연령도 구분할 수 있다.
▲ 도표1 천종산삼은 5년에 완전히 성장해 40~300g까지 무게가 나가는 재배삼인 인삼과 달리 5년이 되어야 2g이 되고 100년이 되어야 금 1냥의 무게인 37.5g 안팍이 될 정도로 아주 더디게 자란다. 가끔 천종산삼이라고 속이는 장뇌삼은 15년이 되면 100년근 천종삼과 같은 무게가 된다. 따라서 산삼에 대한 일정 수준의 지식만 있다면 뇌두와 턱수, 삼의 무게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진품과 장뇌를 구분할 수 있으며 연령도 구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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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꽃이 피고 딸(열매)이 달려 익어가는 과정부터 채심한 상태까지 상세하게 소개하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산삼, #양양군, #설악산, #천종산삼, #오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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